12월 26일 북한 소형 무인기 5대가 우리나라 영공을 침범한 사건으로 우리 군의 드론 감시, 정찰 요격 시스템 등 안티 드론(Anti Drone)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으로 정부는 우리 군의 무인기·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의 개발 현황과 함께 특히 무인기에 대응하는 안티 드론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추세를 따라 드론업계에서는 불법 드론을 막는 안티 드론 시장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티 드론은 드론을 활용한 테러, 불법 촬영, 보안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로, 드론 산업의 성장과 함께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안티 드론 시장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27.7% 가량 성장해 2027년에는 약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티 드론, 핵심 분야와 주요 기술은?
안티 드론이 가장 필요한 곳은 바로 국토 안보 분야다. 이번 영공 침범 사태에서 북한 무인기는 단 몇 시간 만에 서울 상공까지 날아 들어왔다. 이번에는 단순 침범에 그쳤지만 만약 무인기가 자폭을 하거나 불법 촬영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등 문제를 일으킬 경우 큰 안보 위협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
무인기 침범 당시 우리 군의 전투기와 헬기 등 20여 대가 넘는 항공기가 5시간 넘게 북 무인기를 좇았다. 하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무인기를 잡지 못한 이유에 대해 우리 군의 탐지·타격 자산으로 잡을 수 없는 3m 이하의 소형 무인기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범정부 차원에서 불법 무인기를 더욱 정밀하게 탐지·요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동시에 안티 드론 기술을 갖춘 민간 기업과의 협력 등을 통해 안티 드론 기술과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21년 국방통합데이터센터가 발표한 ‘불법 드론 지능형 대응 기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안티 드론의 기술 분야는 크게 탐지, 식별, 무력화로 나뉜다.
불법 드론 탐지에는 주로 레이더 시스템이 사용된다. 레이더 시스템은 드론을 탐지·식별해 보안 담당자에게 불법 드론의 위치와 방향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개발된 대다수의 레이더 시스템은 소형 무인기를 감지하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레이더 시스템은 작은 비행 물체를 위해 개발되지 않았으며, 만약 기술을 보정해 소형 무인기를 감지할 수 있게 한다고 해도 새나 다른 물체를 드론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움직이는 물체 내에서 속도 차이를 감지하는 마이크로도플러레이더(Micro-doppler lader)와 무선 통신을 감지하는 무선 주파수(RF) 분석기 등이 개발됐다. 하지만 상용화되지 않았고 또 무인 드론에는 효과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최근에는 불법 드론의 이미지, 움직임을 캡처하는 적외선 또는 열화상 기능이 있는 광학 카메라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불법 드론 무력화 기술로는 안티드론건이 대표적이다. 안티드론건은 그물로 드론을 포획하는 물리적 공격이나 무선 통신을 방해하는 재밍(Jamming), 드론 기체를 해킹하는 스푸핑(Spoofing)·하이재킹(Hijacking) 등 원격 공격을 통해 불법 드론의 비행을 방해해 드론을 추락·착륙시켜 위협을 제거하는 장비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안티 드론건에 탑재되고 있다. AI는 머신러닝을 통해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드론의 이미지와 움직임을 학습한다. 이를 통해 불법 드론을 탐지·식별한다.
인도의 한 우주·항공 방위산업체 ‘미스트랄’에서 개발한 안티 드론 솔루션에는 심층신경망(DNN) 기반 AI가 탑재돼 있다. 이 솔루션은 2~10㎞ 떨어진 거리에서도 1m 크기의 드론을 감지할 수 있으며, 98%의 높은 정확도로 새, 구름 등 기타 비행 물체와 구분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자율 기능과 드론 추적 알고리즘이 적용돼 사람의 조종 없이 실시간으로 드론을 감시·추적할 수도 있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 회장은 “안티 드론은 드론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국방과 안보, 시설 안전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관련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에너지 시설을 보유한 국가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민간보다는 국방·안보·에너지 기관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번 러-우 전쟁에서 드론이 폭격에 쓰인 것을 봤을 때, 앞으로 안티 드론 기술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례로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에서는 유전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총 3차에 걸쳐 최첨단 안티 드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1차 탐지, 2차 해킹, 3차 전파 차단 순이다. 각 단계에 맞는 시스템을 모두 구축하고 있다. 안티 드론 시장은 불법 드론 운용이 많아지면서 데이터센터, 에너지 시설 등 국가 주요 인프라에 대한 위협이 높아짐에 따라 계속 성장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첨단 기술이 탑재되고 안전, 안보와 직결된 만큼 부가가치 또한 높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대의 안티 드론 장비는 다양한 첨단 기술과 함께 수준급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형화, 무인화 등 급속도로 발전하는 드론 기술을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또한 주요 국가에서 도입한 안티 드론 기술이 소형 무인 항공기에 완벽히 대응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등 실효성에 대한 입증이 되지 않아 아직까지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안티 드론 기술 수준은?
우리나라는 2014년 강원도에서 북한 소인 무인기가 처음 발견된 이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안티 드론 기술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2019년부터 드론 테러 방어용 레이더 SSR, 육군 자주대공포 비호복합 등을 배치해 무인기를 탐지·무력화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또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주관 하에 개발 중인 레이저 대공 무기는 2023년 이후 개발이 완료되고, 전자전 장비인 ‘K-재머’는 2026년에 전력화를 앞두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021년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컨소시엄으로 420억 원을 투입해 ‘불법 드론 지능형 대응 기술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5년까지 진행 예정인 이 사업은 드론을 이용한 테러, 항공 운반 방해 등 불법 드론에 대응하는 국가적인 통합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2020년부터 불법 드론이 침범할 경우 공공 안전을 위해 전파 차단을 허용할 수 있도록 전파법을 개정했으며, 레이더 규격을 제정하고 주파수를 할당하는 등 불법 드론 무력화를 위한 제도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공공 외에도 민간에서의 안티 드론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카이스트(KAIST) 등 연구진은 한국공항공사(KAC)와 함께 2016년부터 드론 탐지 레이더를 개발해 제주국제공항,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국가 시설에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드론 탐지 레이더는 0.03㎡ 크기까지 탐지할 수 있지만 일부 시설과 지역에만 한정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자율비행연구실은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AI 기반의 불법 드론 표적 탐지 기술을 개발했다. 가장 최근 연구 성과는 2021년 개발한 ‘기능형 피라미드 네트워크 (FPN) 기반 원거리 드론 검출’ 기술이다.
ETRI에 따르면, 이 드론 검출 기술은 이미지 데이터를 ‘합성곱 신경망(CNN) AI'에 입력한 다음, 이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 다양한 크기의 이미지맵으로 출력한다. 두 번의 분석 과정을 거쳐 목표물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때문에 일반 딥러닝 기반 AI보다 드론 검출에 용이하다. 연구팀은 이 AI 모델로 직접 촬영한 360개 드론 영상과 4만 4986장의 사진 분석 실험을 진행한 결과, 평균 94%의 정확도로 드론을 감지했다. 일반 딥러닝 기반 AI와 비교하면 오탐율이 80% 이상 줄었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안티 드론 기술은 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기술이 전력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또한 실전에 투입될 만큼 기술 고도화가 이뤄지지 않은 등 여러 한계를 고려했을 때 연구 성과와 실효성에 대한 점검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 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안티 드론 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민간 기업은 거의 없다. 있다면 정부 산하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에서 국방과 시설 안전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전부다. 또한 기술 측면에서도 이번 사건에서 봤듯 저속으로 저공하는 소형 무인기를 탐지·무력화할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은 전무하다. 이에 앞으로는 공공을 중심으로 먼저 안티 드론 기술 고도화가 이뤄지고, 그를 기반으로 민간에서도 필요에 따라 관련 기술을 개발·지원하는 형태로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