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서 예측할 수 없는 안전 사고가 늘어나면서 안전 관리·사고 상황 분석 등을 위한 CCTV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설치되는 CCTV의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화(개인정보위)가 발표한 ‘공공 기관 CCTV 설치 운영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 설치된 공공 CCTV는 지난 10년간(2010~2021) 30만 9227대에서 145만 8465대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 주변에 CCTV가 많아지면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된다. 내년부터는 안전을 위해 CCTV 설치가 의무화되는 장소가 늘어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대책 논의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철도 객실, 수술실 등 CCTV 의무 설치
2023년부터 안전을 위해 병원 내 수술실, 철도 객실 등 기존에 CCTV가 없던 장소에도 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열차 내 범죄 예방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2023년까지 운용 중인 모든 철도 객실에 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는 2021년 6월 23일부터 개정 시행된 철도 안전법에 따른 것으로, 운전실·기관실 등 철도 내에서의 음주, 난동, 흡연 등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함이다.
코레일은 KTX, 무궁화호, 수도권 전철 등 객실 3531칸에 총 322억 원을 들여 1칸당 3~4개의 CCTV를 설치한다. 신규 열차는 CCTV가 설치된 채로 투입되며, 기존 운행 열차는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설치가 진행된다. 아울러 객실 출입문과 휴대물품 보관대에 CCTV 녹화 안내 표지판을 부착해 범죄 예방도 강화한다.
설치되는 CCTV는 열차 종류에 따라 2개로 나눠진다. 하나는 운전실에서 실시간으로 객실 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네트워크 방식’이고, 또 하나는 객실에서 영상을 저장하는 ‘개별 독립 방식’이다. 코레일은 CCTV 설치를 위해 제품 품평회를 열어 제품의 형태와 재질, 기술 등을 고려해 열차 환경에 맞는 CCTV를 도입할 예정이다.
2023년 9월 25일부터는 의료법 개정에 따라 병원 내 수술실에도 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 이번 개정은 의료 사고, 무자격자 대리 수술, 성범죄 등 불법 의료 행위 등을 적발하고 증거 자료를 확보해 책임 소재를 가리는 등 진료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법이 시행되면 해당 의료기관장은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수술 장면을 CCTV를 통해 의무로 촬영해야 한다. 다만 응급 수술이나 위험도가 높은 수술 등 특별한 경우에는 의료기관장이나 의료인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또한 의료기관장은 CCTV로 촬영한 영상이 분실·유출되지 않도록 CCTV의 저장 장치와 네트워크를 분리하고 접속 기록 보관과 출입 관리 방안 마련 등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범죄 수사, 재판, 의료 분쟁 조정·절차 등 관련 기관의 적법한 요청이 아니면 영상 정보를 열람하거나 제공해서도 안된다. 영상은 최소 30일 이상 보관해야 하며 촬영 정보 열람 비용은 요청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산업 현장의 재해 예방을 위한 CCTV 설치도 점차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11월 30일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건설업과 제조업 현장의 근로자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CCTV 설치를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보면, 안전 측면에서 불완전한 움직임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 현장 내의 CCTV 설치 의무화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CTV의 경우 근로자의 사생활 침해 등 개인정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먼저 필요한 상황이라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예측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2024년부터는 노인 돌봄 시설인 요양원에도 CCTV 설치가 의무화되는 등 설치되는 CCTV는 설치는 계속해서 확대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CCTV, 커지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
이처럼 사회 곳곳에 CCTV가 늘어남에 따라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더욱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위가 2022년 6월부터 10월까지 조사한 ‘개인정보 수집 디지털 기기에 대한 소비자 설문 조사 및 실태 점검’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가장 높은 기기로 엘리베이터·건물 CCTV, 가정용 CCTV 등 CCTV(31.1%)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CCTV가 범죄 예방·시설 안전 등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근래에는 근로 감시 등 불건전한 목적으로 사용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어, 개인정보 처리 개선과 개인정보 보호법에 준수한 촬영과 정보 활용이 될 수 있는 제도 개선과 문화 확산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제이카 등 8개 사업자가 근로자 동의 없이 사무실 내에 CCTV를 설치해 처벌을 받았고, 8월에는 평창군과 경주정보고 등 공공 기관과 학교가 사생활 보호가 필요한 화장실 근처에 CCTV를 설치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CCTV를 통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높아지자, 개인정보위는 CCTV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1월 개인정보위는 관계 부처·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개인정보 처리 연구반을 구성해 CCTV 제품의 개인정보 보호 실태를 점검하고, 개인정보 보호법 법령 준수 사항 안내서를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개인정보위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CCTV의 개인정보 보호 및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인증제 도입도 추진한다. 인증제는 설계·제조 단계부터 개인정보 보호 중심 설계(PbD)가 반영된 CCTV 제품에만 인증을 부여해 제품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동시에 소비자의 선택을 강화하도록 돕는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적법치 않은 CCTV 설치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사건은 매년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앞으로 치안과 사회 안전 등을 위해 설치되는 CCTV는 계속 늘어날 텐데, 법과 제도 개선 외에도 시민들의 개인정보 보호 우선 문화 확립 등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CCTV는 이미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CCTV가 정말 안전한 장치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사회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을 때 CCTV는 우리 사회에서 더욱 필요한 기기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