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트렌드] 사람 대신할 재난 대응 로봇 기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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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트렌드] 사람 대신할 재난 대응 로봇 기술, 어디까지 왔나? 
  • 곽중희 기자
  • 승인 2022.09.13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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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에 투입된 로봇들

청소 로봇, 배달 로봇, 애완 로봇 등 실생활에서의 로봇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향후 로봇은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의 쓰임이 점점 넓어지면서 최근에는 자연·사회 재해 등 재난 상황에서 로봇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로봇은 불길이 치솟거나 물살이 강해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재난 현장에서의 구조 작업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한다. 재난 로봇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고를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돕는다. 이에 국내외에서는 재난 대응 로봇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화염 속에서 끝까지 버텨, 재난에는 로봇이 필요하다

재난 분야에서 로봇의 활약이 기대되는 곳은 바로 재해 현장이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산불, 태풍, 집중 호우 등 재해 현장에서 안전한 대응을 위해 로봇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소방 로봇이 화재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소방국(FDNT)은 ‘스팟’이라는 개 형상을 한 AI 로봇을 도입해 산불 등 화재 현장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스팟은 보스턴다이내믹스라는 로봇 공학 기업이 만든 소방 로봇으로 화재 탐지뿐 아니라 구조물의 위험 요소를  탐지하고 가스 농도를 측정한다.

지난 2019년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사건 당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도 다름 아닌 로봇이었다. 파리 소방 당국에 따르면, 건물 붕괴 위험을 대비해 소방대원 대신 콜로서스(Colossus)라는 첨단 소방 로봇이 투입됐다. 이 로봇은 건물 내부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방화수를 분사했고 덕분에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콜로서스는 AI와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으며 원격 제어로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방사능으로 인해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지역에 꾸준히 탐색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 원전 해체 담당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총 7대의 로봇이 투입됐다. 일본은 기술 고도화를 통해 방사능 문제 해결에 로봇을 계속해서 활용할 계획이다.

강, 호수, 바다 등 수역이나 수해 현장에서는 수상·수중 로봇이 활용된다. 수상·수중 로봇은 빠른 운항 속도로 출동 시간을 줄여줘 주로 인명 구조 작업에 투입된다.

2016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 강화 고무 재질의 보트형 수상 로봇 EMILY는 시속 37km로 운항하며 그리스 해안에 몰린 240여 명의 난민을 구조했다. 수중 로봇은 소나(Sonar) 등 초음파 센서와 고화질 수중 카메라를 통해 어두운 물속에서도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지난 1월 국내 소방 산업 기업 파라텍은 AI·IoT 기업 그랙터와 함께 소방 로봇을 개발했다. 이 소방 로봇은 열 화상 카메라를 통한 화재 감지, 소화액 분사, 화재 현장 상황 보고까지 화재 진압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재난 로봇 연구 활발, 각 재난 상황에 맞는 개발 중요

국내의 재난 대응 로봇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기술 고도화를 위한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에 많이 사용되던 바퀴형 로봇에서 탈피해 휴머노이드(인간형), 4족 보행형, 뱀형, 다관절형 등 각 재난 상황에 맞는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로봇의 형태 외에도 소방 로봇, 구조 로봇, 폭발물 처리 로봇, 원자력 재난 대응 로봇 등 각 재난 분야별 맞춤형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의 산학연 컨소시엄은 2016년부터 진행했던 ‘국민 안전 로봇 개발’ 과제를 올해 6월 마무리했다. 이 과제를 통해 KIRO는 재난 현장 정찰을 위한 비행·주행 로봇 기술과 현장 대원 인명 보호, 구조 지원을 위한 장갑형 로봇을 개발했다.

 

또한 재난, 산업 재해로 인한 붕괴 지역 매몰자 탐지를 위한 협소 공간 탐지 로봇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카메라 탐지 센서, 가스 탐지 센서, 마이크, 스피커, 관성 측정 장치 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생존자 탐지에 사용될 예정이다.

재난 대응 로봇에 대한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 기반 시설도 구축되고 있다.

KIRO는 2019년 6월 재난 대응 로봇 개발과 실증 실험을 위해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 약 1만9800㎡ 규모의 ‘안전 로봇 실증 단지’를 건립했다. 이 단지에는 로봇 실내 실증 실험동, 험지 환경 테스트존, 실외 관제실 등 약 30개 이상의 재난 로봇의 성능을 실험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KIRO는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군사·재난 대응을 목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며 안전 점검, 접근 불가 지역 탐지 등 재난 분야에 로봇의 상용화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KAIST 등 전문 연구 기관은 국내 재난 로봇 기술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뒤쳐지는 로봇 기술 수준을 높임과 동시에 국내 특화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KAIST는 최근 서울대·고려대·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공대) 등 국내외 유명 대학들과 ‘재난 현장 구조 및 인도적 지원을 위한 차세대 로봇 원천 기술 한·미 공동 연구’를 추진했다. 해당 연구를 통해 재난 로봇에 탑재할 수 있는 재난 정보를 수집·가공하는 원천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늘어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로봇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부터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2019~2023년)’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에는 재난·안전 로봇에 대한 로드맵도 포함됐으며 내년까지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조사 연구가 이뤄질 예정이다.

김성삼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박사는 “재난 대응 로봇은 2001년 세계무역센터 붕괴 당시 그 필요성이 제기된 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 심각한 재난 상황을 겪으면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 로봇부터 원자력 재난, 붕괴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 로봇까지 대부분의 재난 상황에 투입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 AI, IoT, 라이다, 카메라 등 첨단 기술과의 융합으로 로봇이 더욱 첨단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KIRO를 중심으로 재난 대응 로봇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화재·침수 현장 등에는 실제로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다만, 재난 강도와 피해 정도에 따라 아직까지 기술 수준이 낮아 모두 대응하지 못하는 점, 그리고 로봇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 등은 한계다. 그럼에도 재난 대응 로봇 기술은 인류의 미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기에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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