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닙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AI 챗봇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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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닙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AI 챗봇 만들고 싶어” 
  • 곽중희 기자
  • 승인 2022.06.03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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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병 튜닙 대표(CEO) 인터뷰

인공지능(AI)이 등장한 이후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AI를 통해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된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AI가 인간이 하는 일의 대다수를 대체해 결국 인간은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

하지만 실제 이런 이야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피부로 느끼는 이들은 바로 AI 기술을 개발하고 구현하는 전문가들이다. 이에 본지는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AI 챗봇을 만들고 있는 AI 기술 스타트업 ‘튜닙’의 박규병 대표를 만나 AI 챗봇과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박규병 튜닙 대표(CEO)

 

Q. 튜닙(TUNIB)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튜닙은 자연어처리(NLP)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자연어처리는 인간의 언어 지능을 컴퓨터와 같은 기계를 통해 묘사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구현하는 AI의 한 분야다. 튜닙은 인간의 언어 지능과 가장 가까운, 혹은 필요에 의해서는 그보다 더 뛰어난 AI 챗봇 혹은 디지털 휴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는 원래 카카오의 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창립 멤버로 4년 동안 자연어처리 팀장을 맡고 있었다. 그러다가 2021년 2월 퇴사를 하고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튜닙은 ‘옥토넛’이라는 아일랜드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한 미지의 세계에 사는 캐릭터의 이름이다. 제 아들이 그 캐릭터를 좋아해서 이름을 붙였다.”

 

Q. 카카오브레인에서 퇴사를 하고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카카오브레인의 창립 멤버였기에 회사에 대한 애정도 컸고, 회사가 가진 장점도 많았다. 그런데 마음 한 켠에는 새로운 나만의 조직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고심 끝에 결국 사직서를 던지게 됐고, 전현직 동료들에게 창업을 하면 함께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고맙게도 한 명도 빠짐없이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8명이서 처음 회사를 꾸리게 됐다. 만약 혼자 시작했다면 막막했을텐데 지지해 주는 동료들이 있어 두려움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회사를 시작할 때 동료들과 함께 워크샵을 가서 창업 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동료들이 모두 내가 가진 챗봇에 대한 열정과 신뢰를 언급했다. 정말 고마웠다. 사실 대표인 나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쉽게 따라나서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Q. 보통 스타트업이 초기 매출이 없어 힘든 경우가 많다. 운영 자금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작년 11월에 네이버 D2SF, DSC 인베스트먼트 등 3곳에서 약 31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 금액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하나씩 힘들게 시작하기보다 한 번에 많은 시도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투자를 기회로 여러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매출은 대다수의 기술 스타트업이 그렇듯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보통 스타트업의 성패가 3년 안에 판가름 난다고 하는데 그때까지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

 

Q. AI 챗봇은 어떤 기술이며, 튜닙의 기술은 다른 동종 기업과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나?

“쉽게 말하면, AI 챗봇은 대화 모델링을 구현하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 뭔가를 말했을 때, 찰떡같이 알아듣고 거기에 맞는 대답을 내놓는 것이다. 사람은 어떤 순간에 어떤 말을 할지 예측할 수 없기에, 여기에 맞는 말을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이는 인간이 꿈꾸는 AI의 궁극적인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가 AI을 만든 이유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튜닙은 여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 자연어처리에 초점을 맞춰 계속 연구하고 있다.

다른 기업과의 차별점은 다른 기업들이 감정 분석, 텍스트 마이닝 등 AI 챗봇에 필요한 부속 모듈들 중 한 분야에 특화된 기술을 개발한다면 튜닙은 그 모든 부속 모듈을 아우를 수 있는 대화 모델링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챗봇 구현에 필요한 기술들을 피라미드에 놓았을 때 가장 상위에 위치한 궁극의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기술들을 모두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 기술을 구현할 수가 없다.

사람도 수많은 지식과 경험, 기술 등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대화를 하듯 자연어처리 기술도 마찬가지다. 즉 튜닙은 모든 부속 기술과 함께 챗봇 구현에 필요한 고도의 대화 모델링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다.”

 

Q. 튜닙의 AI 챗봇 기술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있다면?

“블루니라고 하는 여행 챗봇이 있는데 거기에 저희 튜닙의 자연어처리 기술이 탑재됐다. 2차 CBT(비공개 시범 테스트)까지 마친 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블루니는 챗봇에게 어떤 도시에 대해 물으면, 챗봇이 그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설명해 주는 콘셉트의 서비스다. 언어는 영어로 제공된다. 페이스북 친구 추가를 통해 사용할 수 있고 오는 6월에 3차 CBT를 하고 7월에 출시가 될 예정이다.

코코마스라고 하는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반려견 챗봇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반려견과 대화하는 콘셉트로 카카오톡 기반의 서비스다. 6월에 CBT를 한 후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올해 3분기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앱 서비스들이 많이 있다.

또한, 개발한 기술 중에 AI 윤리와 관련된 모델도 있다. AI에서는 윤리 문제를 때 놓을 수 없다. 세인트패트릭이라고 하는 윤리 모델인데, 데모 버전으로 나와서 현재는 B2B 형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Q. 지난해 이루다 사태가 발생해 AI 챗봇에 대한 윤리 문제가 다시 한 번 대두됐는데, AI 윤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사실 AI 윤리의 필요성은 이미 예전부터 업계 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지난해부터 AI 윤리 엔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부에서 고민한 부분은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비중을 둬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AI 윤리 문제는 단순히 욕설, 혐오나 개인정보를 탐지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당장 발생한 문제만 해결한다고 AI의 윤리성이 담보된다고 볼 수 없다. 문제가 된 챗봇의 발언은 AI 윤리 문제의 시발점이었고, 앞으로 AI가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문제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AI의 윤리성을 고려한 기술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만든 윤리 모델이 바로 ‘세인트패트릭’이다.

또한 AI 윤리 문제는 사실 단기적으로 볼 수 없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AI에게 완벽한 윤리성을 바라는 것에도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윤리를 논하는 인간도 윤리적으로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AI 윤리는 앞으로 계속 고민해 가야할 문제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도 AI 윤리와 관련된 독립된 팀을 꾸려서 움직이고 있다.”

 

Q. 그럼 튜닙의 AI 윤리 모델은 욕설, 혐오 발언,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현재 B2B로 판매 예정인 AI 윤리 모델 세인트패트릭은 챗봇의 비윤리적인 발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어떤 발언이 욕설, 성희롱, 개인정보 등 윤리성 측면에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규정한 11단계 중 어느 정도에 해당하는 지 파악한 후 수치로 나타낸다. 이후 이 발언을 그냥 내보낼지, 거를지 등은 사용자가 선택하는 방식이다.

AI 윤리 엔진을 만든 이유는 판매를 위한 상품의 가치도 있지만, 앞으로 튜닙이 개발하는 AI 챗봇의 윤리성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어떤 발언이 가지는 윤리성 정도에 따라 대응 응 정도도 달라진다. 윤리성에 대해서 다른 챗봇과는 다르게, 좀 더 자세하고 세심하게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지원 가능한 언어로는 한국어는 완성됐고, 영어는 개발 중에 있다.

추가로 AI 모델의 윤리성을 판단해주는 라이브러리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어떤 AI 모델이 얼마나 윤리적인지 탐지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한 AI 챗봇 모델이 있다면, 이 모델의 언어 지능을 분석하고 모델이 할 수 있는 여러 발화의 윤리성 척도를 각 목록별로 알려주는 것이다. 그럼 개발자는 모델에 윤리성 정도를 비교·분석해 기술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Q. AI 챗봇이 더 많은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AI 챗봇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걸로 보고 있나?

“궁극적으로는 영화 HER에 등장하는 AI ‘사만다’를 이상적인 모델로 보고 있다. 거기에 로봇의 형상이 결합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영화 HER의 모습도 10년 내로 완성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고도의 AI 모델이기 때문이다. 

 

여행 챗봇 서비스 ‘블루니’

 

단기적으로는 지금 개발하고 하고 있는 자연어처리 기술 기반의 대화 모델이 영화 HER와 같은 모델을 구현하기 위한 초기 형태라고 본다. 결국 진짜 사람 같은 지능을 가진 존재를 만드는 것이다. AI라고 보통 하면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AI는 말 외에 글을 학습한다. 의미 전달에 있어 글은 기록으로 남아 저장과 학습이 쉽다. 고로 AI에게 글을 학습시키면 그 수준이 인간과 비슷하게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Q. 그럼 인간이 하는 일의 대부분을 결국은 AI가 대체하게 될까? AI가 AI를 개발할 수도 있을까?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학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지만 이는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AI가 AI를 개발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가능하다고 본다.

AGI(일반 인공 지능: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적인 업무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기계의 지능)가 바로 그 예다. 세계의 뛰어난 과학자나 개발자들이 AGI를 구현하기 위해 현재 노력하고 있다. 다만, 직업군에 따라 요구하는 기술 수준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체되는 시기는 모두 다를 수 있다.

현재 통번역과 관련된 몇몇 서비스들을 보면 10년 전보다 많이 발전했다. 그래서 AI가 그 역할을 빠르게 대체해 가고 있다. 이와 다르게 예술이나 추론, 논증 같이 사람에게도 어려운 분야는 AI에게도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Q. AI 챗봇 기술이 후대에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해 본다면? 

“개인적으로는 미래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의 챗봇은 사용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강하게 나타난다. 좋다는 사람도 있고, 이런 걸 왜 쓰냐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챗봇을 사용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이전의 모든 기술이 그랬듯 각자의 필요에 따라, 욕구와 가치관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인간이 인간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욕구가 AI 챗봇에게 그대로 옮겨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왜 인간과 만나서 관계를 맺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할까 고민해 보면 된다. 과연 챗봇과는 친구, 연인, 교우 등 관계를 맺을 수 없고, 챗봇에게는 상담이나 교육을 받을 수 없을까? 아니라고 본다. 나중에 챗봇이 형상에 있어서도 인간과 가까워지면, 서로 구분은 하겠지만 그 차이는 점점 미미해지고 결국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Q. AI 챗봇 시장의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현재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자연어처리, 대화 모델링이 속한 분야를 보통 비목적성 챗봇 시장이라고 하는데, 여기는 시장이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 정확한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짐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메타버스 시장과의 교집합 부분을 계산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시장을 믿음의 영역이라고 보는데 추후에는 몇백조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Q. 앞으로 튜닙의 목표나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단기적으로 올해는 현재 개발한 AI 챗봇을 필두로 블루니, 코코마스 등의 앱 서비스들을 출시한 후 내년부터 추가로 메타버스나 버추얼 휴먼 등과 같은 다른 분야와 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IPO(기업공개)와 M&A(인수합병)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IPO는 현실적으로 봤을 때 쉽지 않은 상황이라 M&A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다. 가능하다면, 해외의 디즈니와 같은 기업과 함께 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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