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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스토리] 산불 예방하는 첨단 ICT, 한국은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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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스토리] 산불 예방하는 첨단 ICT, 한국은 어디쯤?
  • 곽중희 기자
  • 승인 2022.03.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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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산불 사태로 살펴본 한국의 산불 대응 시스템

3월 4일 발생해 거대한 화마를 이끌고 동해안 일대를 집어삼킨 산불이 약 2주간의 사투 끝에 소멸됐다. 경북 울진에서 처음 일어난 이번 산불은 순식간에 강원도 삼척까지 번지며 지난 2000년 강릉·고성 산불의 피해 면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축구장 2만 3000개 크기(2만 ha)의 숲이 훼손됐고, 주택을 포함한 민간 시설 700곳 이상이 피해를 입어 약 3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13시간 동안 이어진 이번 산불은 한국 역사상 최장 시간 지속된 산불로 기록됐다. 피해가 큰 만큼 정부는 3월 5일부터 4월 17일까지를 ‘대형 산불 특별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동안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함과 동시에 산불 진화 순찰을 강화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산불 피해 ‘5년간 7배 증가’ 

한국의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약 400건으로 2007년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2017년부터는 대형 산불도 매해 1회 이상 발생해 그 피해 면적과 액수도 대폭 늘었다. 2015년 418ha(피해액 204억 원)였던 피해 면적은 2020년 2920ha(피해액 1581억 원)로 약 7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울진 산불도 규모로 치면 대형 산불(피해 면적 100m2 이상 발생, 24시간 이상 지속)에 속한다.

이처럼 산불 피해가 점점 커지는 것은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에서 기인한다.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도 상승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은 1932년 이후 일어난 산불 중 대형 산불은 대부분 기후 변화가 급격해진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해수면 온도 상승과 함께 육지의 온도도 높아지면서 대기가 건조해져 산불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한국의 경우, 동고서저의 지형에서 나타나는 고온을 동반한 강풍으로 산불 피해가 더욱 극대화된다. 2019년 이후 경북과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모두 이런 특성의 영향을 받았다.  

피할 수 없는 기후 변화 속에서 산불 피해를 줄이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정부는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불 예방 교육 ▲산불 진화를 위한 행정 체계 일원화 ▲소방 조직 육성 ▲사후 관리 등의 노력을 계속해 왔지만, 산불의 피해 규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산불 규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첨단 ICT 사용을 더욱 활성화하고, 현재 부족한 장비들의 보급도 늘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산불 대응 ICT 시스템

산불 규모가 점점 커짐에 따라 ICT 시스템은 산불에 대응하는 핵심 자원으로 떠올랐다. 사각지대를 감시하고, 24시간 쉬지 않고 발화 요소를 감지하는 등 사람이 할 수 없는 역할을 해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21년부터 점차 산불 예방을 위한 ICT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산림청은 2021년 1월 ‘K-산불 종합 방지 대책’을 내놓았는데, 여기에는 산불 예방 인프라 조성을 위한 과학, ICT 기술 기반 지능형 대응 방안이 포함됐다. 또한 같은 해 기후 변화와 산림 파괴로 인한 산불·산사태 등의 재난·재해 발생 시 신속한 대응과 복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산림 분야 재난·재해의 현안 해결형 연구개발(R&D) 사업에 38억 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2018년 삼척 산불 현장에서 방화선을 구축하는 공중진화대(출처: 산림청 제공)
2018년 삼척 산불 현장에서 방화선을 구축하는 공중진화대(출처: 산림청 제공)

산불에 대응하는 시스템은 크게 ▲산불 관제 시스템: 산불 상황을 파악하고 상황을 통제하고 지휘함 ▲산불 예방 시스템: 산불 발생 징후를 포착해 사전 차단하거나 산불 원인을 분석함 ▲산불 진화 시스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피해로부터 인적, 물적 자원을 보호함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국내에서 활용 중인 산불 관제 시스템으로는 산림청의 ‘산불상황관제 시스템’이 있다. 이는 위치 확인 시스템(GPS)을 기반으로 전국에서 산불이 발생한 위치를 알리고 산불의 규모를 파악한다. 다만 아직까지는 단순히 산불이 난 지역을 지도 상으로 알려주는 정도다.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구간을 예측하거나, 현재 화제 예방을 위한 대응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산불 관제 시스템에 있어 한국보다 앞선 미국의 경우, 빅데이터 기반의 ‘국가 화재 사고 보고 시스템(NFIPS: National Fire Incident Reporting System)’을 통해 산불 상황을 관제한다. 이 시스템에는 화재와 관련된 많은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을 예측하고, 발생할 화재 성격을 파악해 소방관이 대응할 조치 방법까지 제안한다. 또한 사상자와 손실 시설에 대한 피해 추정치도 미리 예측한다. 아울러 이 시스템은 미국 기후 예측 센터(CPC: Climate Prediction Center)와도 연동돼 있다. 미국 소방청은 CPC에 저장된 기후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해 강수량, 온도, 풍속, 방향 등 다양한 기후 데이터를 분석해 산불 발생 가능 여부를 예측하고 상황을 대비한다. 

물론 국내에도 ‘기상청의 풍향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어 기후 변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하지만 해당 데이터는 별개로 제공될 뿐, 산불 관제를 위해 통합 시스템으로 통합 운영되고 있진 않다.  

다음으로 ‘산불 예방 시스템’의 경우, 국내에서는 주로 ▲스마트산림재해 앱 ▲스마트 CCTV ▲산불 감시 센서 ▲드론을 활용한다. 스마트산림재해 앱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안전 서비스로, 스마트폰만 있다면 누구나 실시간으로 산불 신고를 하거나 입산 통제 구역을 확인하고 대피소를 찾을 수 있다. 스마트 CCTV는 산불 감시 센서와 함께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의 불법 입산을 감시하고 산불 발생을 조기에 알려주며, 화재의 원인과 범인을 찾는 지킴이 역할을 한다. 또한 LTE 통신망을 연계한 산불 방지 ICT 플랫폼도 구축되고 있다. 여기에는 원활한 산불 진화와 차량 통행을 위한 ‘산불 방지 임도’ 설치도 포함됐다. 이 외에도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도 있다. 이 드론은  육안으로 감시가 어려운 야간 시간대나, 고지대의 산불 발생 여부를 탐지한다. 

마지막으로는 산불 대응의 마지노선인 ‘산불 진화 시스템’이 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불길이 어느 정도 번진 후에는 걷잡을 수 없이 규모가 커져 순수 인력만으로는 진화가 어렵다. 그래서 진화에 투입되는 장비의 성능이 더욱 중요하다. 국내에서 산불 진화에 주로 쓰이는 장비로는 ▲소방차 ▲드론 ▲헬기 ▲스프링클러(수막 시설) 등이 있다. 이러한 장비들은 산불의 막강한 화력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연식과 성능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 이번 울진 산불에서는 장비 노후화 문제가 거론됐는데, 진화에 투입된 헬기의 절반 이상이 오래된 연식과 성능 부족으로 원활히 투입되지 못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보유한 헬기의 60% 이상은 20년이 넘은 노후 기체인 것으로 파악됐고 강원도 임차 헬기의 경우 평균 기령이 42년 이상이었다. 산림청은 2024년까지 보유 헬기를 늘릴 계획이라고 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교체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강릉 산불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는 헬기(출처: 산림청 제공)
2017년 강릉 산불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는 헬기(출처: 산림청 제공)

산림청 관계자는 “이번 산불의 경우, 규모가 아주 컸고 분산됐기 때문에 진화 헬기가 곳곳에 투입되기에는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또한 일부 헬기는 일정 시간 운행 후에는 의무적으로 정비를 해야 해서 장기간 운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처럼 강풍이 많이 불 때는 초대형 헬기 외에는 실제 운행이 불가능하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47대인데, 이 중에 초대형 헬기는 6대에 불과하다. 헬기 별로 실을 수 있는 물의 양도 초대형 헬기(8000L)와 대형 헬기(2500L)가 4배 정도 차이가 난다. 초대형 헬기를 많이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진화 장비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방안으로 최근에는 드론이 주목받고 있다. 공중에서 직접 물을 분사하는 진화 드론, 소화탄을 떨어트려 일시적으로 산소를 제거해 불길을 잡는 소화탄 드론 등이 도입되고 있다. 실제 산림청은 2021년부터 국민 참여 예산을 통해 총 46억 원을 투자해 군집형 드론산불진화대 10개를 운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형 산불에 대항하기에는 수와 성능이 부족해 추가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불 감지에 AI 활용, 민간 기술 연계 필요해  

점점 거대해지는 산불 피해를 공공의 힘만으로 대처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민간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산불 대응 시스템에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영상 감지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캘리포니아주의 소노마 카운티 지역은 극심한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의 한 AI 개발 기업의 AI 영상 분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소노마 카운티 지역에는 ‘얼러트 와일드파이어(Alert Wildfire)’라는 네트워크가 가동되는데 여기에는 약 800개의 CCTV가 동원된다. 이 CCTV들에는 AI 영상 분석 기술이 탑재돼 실시간으로 산불을 감시한다. AI가 영상 속 연기의 특성, 구름, 안개의 특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산불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상 징후 포착 시 소방 청에 경보를 보낸다. 주목할 점은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불과 1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불을 감시하는 이 AI는 머신러닝(기계학습, Machine learning)을 통해 스스로 기존 산불 관련 데이터를 학습해 화재 가능성을 예측한다. AI는 구체적으로 연기의 방향까지 추정해 지도에 표시하고 야간 산불 가능성까지 감지할 수 있게 설계됐다. 현지 소방관에 따르면, AI의 도움으로 실제 산불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점으로 캘리포니아의 다른 주들도 산불 예방을 위한 AI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산악 지형을 날고 있는 드론
산악 지형을 날고 있는 드론

또한 비슷한 사례로 AI 화재 감시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드론이 있다. 이 드론은 AI 화재 감지 기술을 통해 스스로 산불을 감지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한다. 이동 통신을 통한 원격 제어가 가능해 사람이 보기 힘든 곳까지 원격 관제가 가능하다. 약 3분 만에 축구장 크기 3배(2만 4000㎡) 이상의 면적을 탐지할 수 있다. 이런 AI가 공공의 산불 감지 시스템에 도입된다면 대형 산불을 막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 관계자는 “첨단 ICT를 활용한 산불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헬기의) 장비 노후화, 예산 등 여러 정황으로 단기간에 이뤄질 수는 없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좋은 방안과 기술이 있다면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의 산불 대응 시스템은 여러 가지로 미비한 부분이 많다. 첨단 ICT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있으나 이를 받쳐줄 예산 지원, 기술과 장비 개발, 분야별 시스템 연계 등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울진 산불 사태를 계기로 좀 더 발전된 산불 대응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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