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월 26일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부터 효력을 갖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산업 현장의 사망 사고와 대형 사고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고 현장의 책임자뿐 아니라 사고와 관련된 기업의 최고 경영자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법률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내용은 산업 현장이나 공공 시설물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책임이 있는 기업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징역 1년 이상 혹은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특히, 하청 업체가 작업을 진행할 경우에도 해당 현장의 책임이 원청 업체에 있을 경우 사고에 대한 책임은 원청 업체의 경영자가 지도록 함으로써, 그동안 사고 발생 시 하청 업체에 책임을 전가해 왔던 악습을 방지했다.
하지만 이 법이 실질적으로는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의 예외 조항 때문이다.
먼저, 많은 노동법과 마찬가지로 중대재해처벌법 소상공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소상공인은 상시 근로자의 수로 구분하는데 일반 사업장은 5명 미만, 광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은 10명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산업 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업종은 상시 근로자 수 10명 미만이면 소상공인으로 분류돼 중대재해처벌법에 적용받지 않는 셈이다.
또한, 상시 근로자 50명 미만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부칙을 정했다. 이로 인해 상시 근로자 50명 미만의 사업장은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법처벌법의 효력을 받게 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윤미향 의원실이 올 초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산업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828명이었는데, 이 중 약 80%가 50명 미만의 사업장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올해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기업들이 법인 쪼개기를 통해 10명 미만이나 5명 미만의 기업을 여러 개 만들어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 총수들이 기업 대표나 등기 이사에서 물러나고 있는 것도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책임 소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더욱이 최근 광주광역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붕괴 사고 등 산업 현장의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으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논란이 높아지면서 국회에서도 개정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1월 25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현행법으로 예외 대상인 소상공인을 적용 대상으로 포함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유예 기간 삭제 ▲현장실습생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범위를 정신 건강까지 확대 ▲처벌 수위를 하한을 징역 1년에서 3년으로 상향함 ▲벌금 상한을 삭제하고 하한을 정한 후 전년도 매출액 또는 수입액을 기준으로 벌금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함 등이다.
이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현재 여러 정황상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과 관련한 논의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