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실질적인 재난으로 다가온 기후 변화, 우리 정부의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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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실질적인 재난으로 다가온 기후 변화, 우리 정부의 대책은?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12.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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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안전 데이터 기반의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 필요

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으로 기후 이상으로 인한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증가하면서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재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여름 유럽 전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와 그로 인한 홍수는 수백 명의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며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 등의 기후 변화는 이미 우리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난 안전 정책은 기후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정부의 재난 안전 정책 방향

지난 정부의 과오 중 하나는 재난 상황에 대한 미흡한 대처였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국민 안전을 강조하며 재난 안전 시스템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를 컨트롤 타워로 하는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민재난안전포털 등 국민과 소통하는 재난 정보 전달 체계를 갖춰 대응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정부가 구축한 재난 대응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작동하며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방역 모범국으로 만들어줬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들여다보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예산 계획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재난 안전 사업 관련 예산안은 2018년 14조 4천억 원, 2019년 15조 1천억 원, 2020년 16조 7천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2021년에는 코로나19 감염병의 여파로 19조 9천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사전 협의안 기준으로 가장 많은 예산이 책정된 분야는 재난 예방 관련으로, 전체 예산의 76.9%에 이르는 14조 원이 할당됐다. 이어 복구 분야에 2조 8천억 원, 대비·대응 분야에 1조 4천억 원이 각각 책정됐다. 재난 유형별로는 풍수해 피해 관련에 2조 8천억 원, 도로교통 재난·사고에 2조 7천억 원, 철도교통 재난·사고에 2조원, 감염병 관련으로는 8천억 원이 배정됐다. 이 중에서 감염병 관련 예산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해 대비 68.5%가 증액된 수치다.

정부의 재난 안전 사업 예산안에서 예방 분야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선제적 대응을 통해 국민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이다. 정부는 안전사고 발생 시 큰 피해로 이어지는 철도와 도로 시설 등의 정비와 보강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2021년 재난 안전 사업 중에 철도 시설 정비와 도로 교량, 터널 보수 작업에만 약 2조 원에 가까운 예산이 책정됐다. 또, 2020년 큰 피해를 발생시킨 홍수와 관련해 풍수해 재해 위험 지역 정비 사업에도 5766억 원을 배정하는 등 생활 안전시설의 정비와 보수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 7월에 발표한 2022년도 재난 안전 예산 사전 협의안도 예방을 우선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전체 예산 규모가 23조 1천억 원으로 올해 대비 16%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난 유형별로는 풍수해 피해 관련에 3조 7천억 원, 도로교통 재난·사고에 3조 9천억 원, 철도교통 재난·사고에 2조 5천억 원이 책정되며 전체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최근 논란이 된 산업 재해 관련 예산으로 1조 3천억 원이 배정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내년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등 산업 재해와 관련한 이슈가 증가할 것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탄소 배출 절감과 자연 재난 예방

그동안 환경 오염이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를 가속시킨다는 주장에 대해 여러 찬반 의견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환경 오염이 실제로 지구 환경 변화의 주요 요인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입힌 남부 지방 침수 피해와 올해 유럽에서 발생한 홍수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난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현재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현지 시간 11월 13일 폐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 연료 사용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다. 그러나 당초에는 석탄 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합의가 목표였기에, 감축으로 수정된 합의안은 반쪽짜리라는 평가가 많다. 이는 아직 석탄 연료의 사용 비중이 높은 개발도상국들의 반발에 따른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0%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는 기존의 목표 대비 14% 상향 조정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올해 정식으로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기 전까지 개발도상국으로서 국제적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가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총 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다. 1인당 기준으로는 한 단계 더 높은 세계 6위다. 우리보다 순위가 높은 선진국으로는 미국, 일본, 독일이 있는데, 이들은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크고, 친환경 에너지 사용 비율에서도 우리나라를 크게 앞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 문제가 더욱 심각한 이유는 지난 20년간 탄소 배출량 증가 속도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다는 점이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OECD 회원국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0.5%로 소폭 줄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우리나라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까지 20%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탄소 배출 노력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선진국으로의 지위 상승이나 국제 사회의 약속 이행이라는 표면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자연재해 방지 차원에서 지구 온난화 속도를 낮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산하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올해 7월 기후 변화는 재난 측면에서 관리되어야 할 정도로 심각성이 증대하고 있으며, 미래의 인류를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부각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증가될 재난 및 피해 유형으로 1위 홍수, 2위 태풍, 3위 감염병, 4위 폭염, 5위 가뭄 등이 전망됐다.

이처럼 기후 변화 대책은 이제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닌 재난 방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며, 정부의 탄소 배출 감축 정책 또한 장기적으로 재난 예방 대책과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해 복구 비용은 피해액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피해 복구 비용을 미리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데이터 기반의 재난 안전 시스템 구축 필요

현재 우리는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먹고, 사고, 즐기는 모든 것들은 데이터화 되어 관리되며, 우리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재난 관련 정보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확진자 역학 조사, 전국 병상 관리, 검사 시스템, 백신 접종 등 모든 방역 활동을 데이터로 관리함으로써 효율적인 방역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감염병 방역뿐 아니라 전국 화재, 홍수, 태풍 피해는 물론, 각종 범죄와 산업 재해까지 거의 모든 재난·재해 데이터를 공공 기관이 수집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데이터들을 효율적으로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류범종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발행하는 ‘재난안전지’ 기고에서 재난 유형에 따른 데이터 표준화는 되어 있으나 실질적이고 유용한 통합적 표준화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난 안전 정보의 공동 활용 요구가 증대되고 있지만, 재난 관리 책임 기관이 정보 시스템을 분산 운영함으로써 범국가적인 통합 재난 지원 체계가 미비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난 안전 정보에 대한 표준화와 품질 관리를 기반으로 예측 및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는 공유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수집된 재난 안전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법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현재 재난 안전과 관련한 데이터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을 기반으로 수집 및 활용되고 있지만, 이 법률 안에는 재난 안전 데이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정의되어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재난 안전 데이터의 정의와 수집, 보관, 활용을 위한 법 체계를 먼저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난 안전 데이터의 안전한 보호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이 디지털화 되고 데이터로 저장되면서, 이러한 데이터를 노리는 사이버 공격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많은 재난 안전 데이터들이 외부에 설치된 IoT와 CCTV 등을 통해서 수집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외부 장치가 사이버 공격에 노출된다면, 이와 연결된 내부 통합망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보안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재난 안전 설비에 보안 솔루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재난 안전 데이터는 향후 기후 변화의 예측과 그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재난 안전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 지원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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