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섣불리 규제하다간 해외 사업자들에게 다 빼앗길 것”
상태바
“NFT, 섣불리 규제하다간 해외 사업자들에게 다 빼앗길 것”
  • 김영진 기자
  • 승인 2021.12.07 09:31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태언 IT 전문 변호사 인터뷰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바로 ‘NFT’다. 블록체인 기술을 근간에 둔 NFT는 ‘대체 불가능한 자산’으로 고유한 인식값이 부여되어 있어 상호 교환 등이 불가능하다. 다른 가상자산과 달리 복제되지 않은 채 원본 하나만이 NFT로서 거래되기 때문에 희소성과 유일성 등의 가치를 갖는다. 이른바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상자산이 바로 NFT인 셈이다. 다만, 모든 NFT가 높은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며 어떤 대상을 NFT화했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예술계에서 미술품의 디지털화를 놓고 거론되던 ‘NFT’가 입소문을 타더니 어느새 산업의 중심부에 자리 잡았다. 문화·의류·게임·메타버스 등 여러 산업군에서 너도나도 NFT를 외치며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상황이다. 이 중 NFT로 가장 많은 특혜를 본 곳은 게임계다. 국내 게임 회사들은 NFT를 통해 ‘돈을 써야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시장(Pay to Win)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시장(Play to Earn)으로 산업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응답하듯 위메이드와 게임빌, 엔씨소프트 등 여러 회사의 주가가 연일 치솟았다.

이처럼 NFT가 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속, 정부와 FATF(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정부는 이미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으로 본격적인 가상자산 규제를 시작했고, 최근엔 가상자산 과세 문제를 논의 중에 있다. NFT가 가상자산인지 아닌지 아직 정의는 확실히 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NFT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이렇듯 NFT가 여러 산업군에 파급력을 행사하고 있고, 정부의 주목을 끌고 있는 상황을 IT 전문 변호사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11월 25일, 구태언 변호사를 만나 NFT에 대해 물었다. 그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사이버범죄 전문 검사로 일하다가 현재는 테크앤로에서 IT 전문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구태언 변호사는 블록체인법학회 부회장,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의원 등을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IT 산업에 대해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 얼마 전엔 유튜브를 통해 ‘NFT가 가져올 세계관의 변화’란 주제로 웨비나를 진행한 바 있다.

 

Q. 변호사님께서 생각하시는 NFT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NFT는 Non Fungible Token으로, 다양한 곳에 사용될 수 있는 ‘대체불가능한 자산(권리)의 소유증표’입니다. 어떤 자산이나 권리를 소유했다는 증명의 대표적 사례는 부동산등기부등본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국가가 운영하기 때문에 ‘중앙형’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NFT는 이러한 등기부등본의 탈중앙형 디지털 버전입니다. NFT를 거래한다는 뜻은 그것과 묶인 기초자산을 거래한다는 것이지, NFT 자체를 거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기초자산과 분리된 NFT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요.”

 

Q. 비트코인과 NFT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비트코인도 NFT와 다른 점은 ‘무기명’이라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통화로서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지폐나 주식처럼 양으로 가치가 정해지죠. 지폐의 일련번호도 위조지폐 방지 수단의 하나일 뿐이죠. 반면 NFT는 ‘기명’ 장부입니다. NFT엔 이름이 있기 때문에 각종 등기 등록에 쓸 수 있고, 소유를 증명해 줄 수 있습니다.”

 

Q. 최근 우리나라에서 NFT가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이를 이중지급의 위험 없이 타인에게 이전해줄 수 있다는 NFT의 기능이 이용자들에게 유용함을 제공해주었고, Cyberfunk 같은 디지털아트의 성공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일종의 NFT 팬덤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NFT가 대중화되는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에요.”

 

Q. NFT, 부작용은 없을까요?

“NFT는 자산(권리)의 보유증명이므로, 어떤 ‘자산이나 권리’를 보유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계약’이 전제돼야 합니다. 디지털아트나 게임아이템을 두고, 어떤 권리가 NFT의 기초자산인지 거래계약서나 이용약관을 잘 만들어둬야 하죠. 지식재산권을 전공한 법률가들이 계약서 표준유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할 일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NFT를 거래할 땐 이용약관과 NFT 자체에 기록된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고 구매에 나서야 합니다.”

 

Q. 변호사님이 보시기에 가장 유망한 NFT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지털아트의 지적재산권뿐 아니라 음악이나 영상물, 웹툰의 이용권 등이 NFT로 유망할 것 같아요. 이런 컨텐츠 이용권을 NFT로 발행하면 컨텐츠 유통의 혁명이 일어날 겁니다. 스포티파이나 멜론 같은 유통사가 장악하고 있는 이용료 배분시스템을 저작권자가 NFT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중앙과 탈중앙이 균형을 이룬 이상적인 모습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구현되는 셈입니다.”

 

Q. 엔씨소프트가 NFT로 주가 반등에 성공하는 등 주식 시장에서 NFT 관련 사례가 많습니다.

“저는 주식시장이 NFT의 유용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NFT가 이미 보여주고 있는 유용성이 게임서비스에 도입되면 회사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바라보는 거죠. 주가는 미래기대가치가 반영된 것이니까요.”

 

Q. 특히 게임계에서 NF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요?

“게임사가 NFT를 직접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건 일종의 교환가치로 인정됩니다. 이는 도박개장행위가 될 수 있어 지금까지 허용되지 않았죠. 다만, 게임사가 해당 게임아이템의 소유증명을 NFT로 발행한다는 건, NFT를 보유한 이용자가 이것을 다른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걸 허용한다는 뜻입니다. 전 이 행위 자체로는 게임사가 교환가치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고 봐요. 도박개장행위로는 보기가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게임아이템을 아이템베이 같은 제3시장에서 거래하고 있으나, 게임사가 이로 인해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있어요. 정리하자면, NFT를 이용해 게임아이템의 보유권한을 전달하는 행위 그 자체로는 도박개장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Q. 예술 쪽에선 현실에 존재하는 미술품을 NFT화 시키는 것을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실물예술작품을 구매해 보유한다고 해도, 해당 작품의 저작권까지 갖는 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아트의 NFT를 구매해도 그 작품의 저작권까지 소유하는 건 아니에요. 이러한 법리는 저작권법을 따르므로, NFT를 구매할 때 유의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Q. NFT 관련된 규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NFT는 그 기초자산이 무엇이냐에 따라 예술품 소유증명이 될 수 있고, 금융자산 소유증명이 될 수 있으며, 특정한 지위 소유증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부동산등기부가 블록체인으로 바뀐다면, 부동산소유권을 NFT하여 지분거래를 할 수도 있겠죠. 우리 법제는 규제가 촘촘합니다. 이러한 자산 별로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법무부, 대법원이 규제를 갖고 있어요. 그러니 NFT가 기초하는 자산에 따라 이미 존재하는 규제를 잘 가려서 적용하면 됩니다. 기존 규제로 NFT거래를 규율할 수 없어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하게 일어나거나, 민간 자율규제로 해결되지 않을 때만 새로운 규제가 필요합니다. NFT 기술 발전이 아직 초기상황인 지금,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때를 기다리는 지혜를 갖춰야 합니다.”

구태언 변호사가 NFT를 주제로 '2021 NIPA 블록체인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미지 =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구태언 변호사가 NFT를 주제로 '2021 NIPA 블록체인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미지 = 정보통신산업진흥원)

 

Q. NFT를 비롯한 국내 가상자산시장을 주름잡는 특금법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특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인 올해 초에, ‘특금법 규제는 여는 규제라기보다는 막는 규제에 가깝다’는 칼럼을 썼습니다. 정부는 돈세탁방지를 목적으로 한 특금법에서 가상자산사업을 정의하고,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없는 설비 요건을 내용으로 한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 섣부른 가상자산 규제에 나섰습니다. 전 ‘금융 상품이 아닌 가상자산은 규제밖에 두는 전향적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래 산업을 배려하지 않는 특금법이 그대로 도입되었습니다. 결국 규모가 큰 가상자산거래소 몇 곳을 제외하고 나머진 전부 폐업했습니다. 특금법이 국가가 법제도를 통해 태동 단계에 있는 미래산업을 망쳐버린 대표적인 사례가 된 셈이죠.”

 

Q. 특금법은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금융위원회(금융소비자보호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공정거래위원회(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통신판매법 등), 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등 기존 법으로도 얼마든지 가상자산을 규제하고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특금법으로 산업 전체를 허가제로 바꾸어 통제하고 있죠. 이러면 결국 우리 가상자산 산업은 극도로 후진화되어 산업주권을 해외사업자들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특금법 관련한 국회 입법안은 10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6개가 올라와 있다. 이후, NFT가 세간의 주목을 끌자 정부는 그것을 의식하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현행 규정으로도 NFT는 과세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NFT는 가상자산이 아니지만, 대량발행 돼 투자 및 지불의 수단이 되는 NFT는 가상자산에 해당하기 때문에 특금법으로 포섭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 변호사의 말처럼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섣불리 들이밀다가 NFT란 싹을 잘라버리는 건 아닌지, 정부 당국은 거시적이고 신중한 태도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반성소 2021-12-14 04:29:32
정책입안자 중 기술 관련 책을 읽는 자가 몇이나 될까. 기술은 양날의 검이다. 그런 만큼 비지 않게도 조심하여야 하지만, 다른 한 편 미래 먹거리로 될 가능을 진흥 시킬 방안을 먼저 만들면서 규제하여야 한다. 스타트업을 지원한다고 정부 예산을 많이 끌어들이면 뭐하는가, 개발 해 놓고, 신규 산업에 실험 하려고 해도 규제 때문에 못하고, 규제 때문에 못한다고 하면, 규제혁신위에 등록하고 하라고 하고, 그럼 적은 규모의 스타트업은 그거 하느라고 6개월 서류 작업으로 귀한 시간 날린다. 이게 바로 순환 되고는 지난 6년간의 병폐다.

이걸 다음 정권과 그 행정부는 알까?
벤처기업부 장관은... 소관 부서에 대한 책임을 하지 않고.... 서울시장 선거 나가고....
답답하다. 이에대한 구체적이고 명쾌한 반성을 하는 자가 누구던가?

코스트코 2021-12-07 15:58:38
규제를 한다는것은 제도권 안으로 들여온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산업 활성화 전에 규제를 내세운다면 새로운 산업을 망치는 길...

무명인 2021-12-07 15:29:26
믿고 이용하던 거래소가 특금법 이후 폐업하고 코인마켓 운영하고 있으니 해외 거래소로 빠져 나가지~ 원화가 해외로 흘러 나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빤스런 2021-12-07 12:43:09
정부가 태동 단계에 있는 미래산업을 망치고 있다에 큰 공감.
줄페업으로 산업 축소! 기타 거래소들도 건전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