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유박스 “적극적인 투자로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으로의 도약 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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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유박스 “적극적인 투자로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으로의 도약 준비 완료”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11.04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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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성 씨유박스 대표이사 인터뷰

이제는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생체인증 기술이지만, 처음 생체인증 기술이 등장했을 때는 신기함과 불편함이 공존했다. 지문이나 홍채 등을 인식하는 기술은 SF 창작물에서나 보던 미래 지향적 기술이었지만 인식률이 떨어져 잘 되지 않는 문제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이러한 생체인증 기술의 정확도는 놀랍도록 높아졌다.

특히 최근 빠르게 정확도가 높아지는 분야는 얼굴인식으로, 씨유박스는 이 분야에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인 씨유박스가 어떻게 글로벌 경쟁자들을 제치고 얼굴인식 분야에서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는지 남운성 씨유박스 대표를 만나 비결을 직접 들어봤다.

 

 

Q. 씨유박스가 최근 좋은 소식을 전하기는 했지만, 아직 생소한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먼저, 씨유박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부터 부탁한다.

씨유박스는 2010년에 설립해 이제 약 10년 조금 넘은 회사다. 요즘은 코로나 사태로 해외여행을 가기 어렵지만,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 인천국제공항에서 사용하는 자동 입국 심사대가 우리가 공급한 제품이다. 2013년에 처음으로 공항 자동 출입국 심사대를 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공급했고, 이후 김포, 김해, 제주공항과 항만 등에도 자동 출입국 심사대를 공급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는 정부 4대 청사를 비롯한 주요 정부 시설에 얼굴인식 기반 출입통제 시스템을 공급하며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Q. 최근에 얼굴인식 기술과 관련해서 좋은 평가를 받은 걸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설명해 달라.

이미 언론에 통해 몇 차례 보도가 되긴 했는데, 미국의 국제표준기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NIST)에서 실시한 얼굴인식 알고리즘 테스트(Face Recognition Vendor Test, FRVT)에서 1:N 부문 전체 1위를 달성했다. NIST의 FRVT는 이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외국의 메이저 얼굴인식 솔루션 기업들도 전부 참가하고 있다.

이 테스트는 여러 부문으로 나누어서 진행되며, 우리가 참가한 1:1 테스트는 1~2개월에 한 번, 1:N 테스트는 3개월에 한 번 테스트가 진행된다. 우리 씨유박스는 9월에 실시된 테스트에서 1:1 부문에서는 전체 3위, 1:N 부문에서는 전체 1위를 달성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특히 이번 테스트에는 전 세계에서 81개 기업이 300개 이상의 얼굴인식 알고리즘이 참가했는데,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이 이 분야의 글로벌 강자로 꼽히는 중국의 센스타임과 러시아의 엔테크랩 등을 1:N 테스트에서 앞선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Q. 이번의 성과에 대해 자체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자체 보안 기술의 강화라는 측면을 들 수 있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산 IT 제품의 보안 위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중국산 보안 제품의 백도어 위협을 경고하며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러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만약 이러한 문제들로 외국산 보안 제품이나 기술의 사용에 제약이 걸린다면, 국내 대체 기술력 확보에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처럼 국내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이 입증되면 처음부터 안전한 국내 기술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Q. 말씀하신 대로 작은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들과 기술 경쟁에서 1위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 설립할 때부터 얼굴인식 분야의 연구 개발을 시작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는 당시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었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큰 성과를 보지는 못했다. 이후 빠르게 피봇해서 준비한 게 자동 출입국 심사대다. 자동 출입국 심사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여권 인증 수단과 자동 문 개폐 시스템이 필요하고, 신원 조회를 위한 경찰청 및 법무부 시스템 연계, 그리고 생체인증 등의 기술이 필요하다.

2013년에 처음 인천국제공항에 자동 출입국 심사대를 공급할 때는 자체 기술이 부족해서 외산 생체인증 솔루션을 구매해서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이후 자체 기술력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연구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자체 기술 개발을 시작한 시점은 2015년으로 당시에는 아직 딥러닝이 주목받는 시점은 아니어서 수학적 알고리즘 기반의 얼굴인식 기술을 연구했었다.

AI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18년이었는데, AI 기술의 도입은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됐다. AI가 기존에 축적된 기술 시장이 아닌 새로운 기술 분야이다 보니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옳았고, 우리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AI 얼굴인식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Q. 1년 전 테스트에서는 24위를 기록한 것으로 안다. 얼굴인식 기술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 있었나?

사실 우리가 NIST 테스트를 시작한 이유는 우리 스스로의 기술 수준을 검증한다는 1차 목표와 고객사에게 보여주기 위한 두 번째 목적이 있었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에 처음으로 테스트를 시작했고, 처음 결과는 24위를 기록했다. 그랬던 것이 1년 사이에 1위까지 올랐으니 스스로도 빠른 성장에 놀라고 있다.

이러한 고속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가 가진 레퍼런스가 탄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의 AI 기술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리의 강점 중 하나는 실제로 가동되고 있는 레퍼런스가 많다는 점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직접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하고 있다.

 

Q. 사실 얼굴인식 기술과 관련해 개인정보 수집 및 침해 관련 논란이 있다. 얼굴인식 솔루션에 사용되는 개인정보의 보관이나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얼굴인식 솔루션을 공급할 때 우리가 직접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보관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얼굴인식에 사용하는 데이터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고객이 직접 관리하게 된다. 우리는 그 데이터를 전달받아 등록된 데이터와 출입자의 얼굴 정보를 대조할 뿐이다.

 

Q. 2013년에 자동 출입국 심사대 공급 사업자로 선정되고 관련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영업 전략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자동 출입국 심사대 시장에서 독점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 시장 자체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즉 규모가 있는 회사들이 진입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고객의 요구 사항은 많은 편인데, 이러한 요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제공하는 중소기업이 많지 않다. 우리는 처음 사업자 선정 때 인천국제공항이 원하는 요구 사항을 대부분 충족시켜 줬고, 이후 유지 보수와 지원도 잘 해주니까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또, 이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정부 청사와 청와대 경호처 등 국내 주요 보안 시설에 출입 보안 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었다.

 

 

Q. 올해 초에 250억 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투자금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가장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은 회사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앞으로 기술력이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 될 것이므로 연구 개발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 AI 연구를 위해 필요한 장비도 가격이 꽤 나가는 편이다. 이와 함께 인수 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Q. 상장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진척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상장은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발판 중 하나다. 최근 기술적 성과와 함께 매출 부문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상장을 추진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을 듯싶다. 지난해에 처음으로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는데, 올해는 15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또 현재 추진 중인 인수합병 건이 마무리된다면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큰 매출이 기대된다. 이러한 실적과 전망을 바탕으로 내년 4월에는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하반기에 성공적으로 기업 공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Q. 올해가 다 가고 있는데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일단 앞서 언급한 인수 합병 건이 올해 안에 잘 마무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모든 부문에서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NIST 얼굴인식 테스트는 여러 부문을 테스트하는데, 우리가 1위를 차지한 것은 그 중 일부다. 향후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해 모든 분야에서 1위를 달성하는 게 방면의 목표다.

또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우리의 자동 출입국 심사대와 얼굴인식 솔루션에 대해 이미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러시아 공항 등과는 긍정적인 계약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공항 이용률이 저조해 자동 출입국 심사대의 필요성도 낮아졌지만,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하면서 해외 여행이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관련 시장의 수요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코로나19 이야기가 나왔으니, 추가적으로 질문을 하겠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관련 분야의 성장이 빨라졌는데 씨유박스 역시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나?

당연히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생체인증 기술은 지문인식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비접촉이 강조되면서 직접 손가락을 대야 하는 지문인식 등에 거부감이 생겼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얼굴인식 같은 비접촉 인증 기술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인증 기술은 출입 통제뿐 아니라 금융 기관의 멀티 팩터 인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우리의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관련 기업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씨유박스는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우리의 이미지는 제조업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실제로 자동 출입국 심사대나 얼굴인식 기반 출입 통제 솔루션을 직접 제조해 공급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AI 얼굴인증 기술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으로의 면모를 점차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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