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 샤워기 헤드 안에서 카메라가? “가정집도 안전지대 아니야”
상태바
[생활안전] 샤워기 헤드 안에서 카메라가? “가정집도 안전지대 아니야”
  • 전유진 기자
  • 승인 2021.10.01 10:3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법 촬영 카메라 육안으로 확인 어려워, 유통 규제 청원도 등장

A 씨는 친구와 찾은 숙박 시설에서 벽에 걸린 액자 그림을 발견했다. 그림을 구경하고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그림 한편에 난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 의아하게 생각하던 찰나 구멍 안에서 반짝이는 불빛과 눈이 마주쳤다. 카메라였다.

일상 위협하는 불법 촬영 카메라


불법 촬영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갈수록 발전하는 초소형 카메라 기술로 일상 곳곳에 불법 촬영 카메라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라이터 모형의 소형 카메라로 여자 화장실 등에서 불법 촬영을 일삼던 남성 A 씨(27)가 최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A 씨는 경기 용인시의 한 노래연습장 건물 여자 화장실에 라이터 모형의 소형 카메라를 숨겨두고 여성들을 27회에 걸쳐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6월에는 경기 용인시에서는 발가락 사이에 초소형 카메라를 끼워 여성의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발가락 사이에 2㎝ 크기의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하고 여성들의 치마 안으로 다리를 뻗어 불법 촬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촬영으로 적발된 사건은 매년 5천여 건을 웃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적발 건수는 5032건으로 집계됐다. 

 

(출처: 경찰청)

더 이상 가정집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불법 촬영이 주로 발생한 장소는 가해자·피해자의 주거지 등으로 원룸·오피스텔 복도에 화재 감지기, 스프링클러로 위장한 불법 촬영 카메라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불법 촬영·도청 장치 탐지업체 서연시큐리티 손해영 대표는 “하루에 불법 촬영 카메라 문의 전화가 15통쯤 오는데, 그중 70%가 가정집이다. 요즘 나오는 불법 촬영 카메라는 자동차 블랙박스처럼 메모리를 뽑아서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 전송되는 와이파이 카메라가 대부분이다. 전기가 꽂혀 있으니까 임의로 제거하지 않는 이상 계속 촬영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가정집에서 발견된 불법 촬영 카메라(출차: 서연시큐리티)

 

차 키·안경 모양까지 등장, 실제와 구분 어려워


온라인 등에서는 이미 초소형 카메라와 변형 카메라들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사이트 판매자는 초소형 카메라에 대해 ‘누구도 아이피 캠코더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완벽한 디자인’이라고 홍보하며, '저장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카메라 유형은 다양하다. 보조배터리, 탁상시계, 휴대전화 케이스는 물론 단추, 거울, 휴대전화 거치대 등 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물건에 카메라가 탑재돼 육안으로는 알아보기 어렵다.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있는 초소형 카메라(출처: 온라인 쇼핑몰)

손해영 대표는 “변형 카메라는 얼핏 봐선 모를 정도로 닮았다. 사물하고 똑같이 만들어나오는데 실제로 작동도 되니까 감쪽같다. 심지어는 샤워기 헤드 안에서 방수 카메라가 발견되기도 한다. 방수 카메라는 샤워기 안에서도 작동하며, 샤워기 헤드에 구멍이 많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처럼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 촬영이 만연하자 지난 6월에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변형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 촬영 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초소형 카메라 유통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고 청원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7월 마감된 이 청원에는 23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출처: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그러나 전문가들은 변형 카메라 자체를 규제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기 판매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자부터 구매자 역추적하는 ‘변형 카메라 이력 추적 관리법’ 


또 다른 대안으로 범죄 예방 차원에서 구매자의 신원을 공식적으로 남기는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형 카메라의 제조·수입·유통에 이르는 전 단계를 정부가 사전에 관리하고, 촬영과 동시에 무선 송출이 가능한 변형 카메라를 별도로 관리하도록 하는 ‘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변형 카메라 이력 추적 관리법)’을 발의했다고 9월 26일 밝혔다

해당 법안은 불법 촬영 카메라로 인한 범죄 발생 시 제조자부터 구매자까지 역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이력 추적 관리제 도입과 사회적 피해, 유통 등에 대한 정부의 주기적 실태 조사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특히, 촬영 즉시 송출이 가능한 무선 송출 변형 카메라를 별도로 규정, 촬영과 유포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고도화된 변형 카메라의 경우 국가 안보, 연구 목적 등을 위해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윤 의원은 “자동차 키처럼 익숙한 물건으로 위장한 변형 카메라를 통해 누구나 불법 촬영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트릴 수 있는 불법 촬영 카메라는 총포도검류처럼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당 법률안과 관련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범행 의지를 위축시키고 약화시키는 측면에서 (변형 카메라 이력 추적 관리법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이력을 제대로 추적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정보들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 정보통신 기술의 개발이 전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무엇보다 불법 촬영이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이 우선돼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를 개인에 대한 권리 침해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불법 촬영과 이에 파생되는 디지털 성범죄(유포)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변형 카메라 이력 추적 관리법은 지난 19대 국회 때부터 꾸준히 발의됐지만, 상임위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기술 발전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윤 의원은 “변형 카메라에 의한 불법 촬영 범죄의 심각성과 이를 규율하는 법안들이 19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핑계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전 규제에 나서 범죄가 예방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일싫다 2021-10-02 15:57:41
세상에 안전지대는 도대체 어딨을까요..

몬스테라 2021-10-01 18:28:56
소름끼치는 놈들이 너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