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온] ‘뉴 노멀’ 시대, 변화하는 치안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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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온] ‘뉴 노멀’ 시대, 변화하는 치안 환경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09.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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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치안 환경에 대응하는 치안 활동 패러다임의 변화

인류가 국가에 종속되어 세금을 납부하고 국가가 정한 규칙과 제도에 순응하며 사는 건 이를 통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소속된 구성원들을 지키기 위해 경제, 교육, 국방, 외교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한다. 이러한 국가의 여러 역할 중에서도 우리의 일상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가장 직접적인 활동이 바로 치안이다. 치안 활동은 우리의 생활 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함께 변화해 왔다. 그리고 2021년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작된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서 치안은 다시 한번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치안 활동과 치안 환경

치안(治安)의 사전적 정의는 ‘편안하게 다스린다’로, 상당히 광범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국민이 편안하기 위해서 국가는 무엇을 제공해야 할까?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안전 보장, 일자리 제공, 복지와 같은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 외에도 때로는 국민들이 심심하지 말라고 유흥 거리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국가 인프라가 문제없이 운영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정해진 규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 치안은 사회 질서를 지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사회의 질서를 지킨다는 치안의 기본적인 개념은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도 큰 차이가 없지만, 실제 치안을 위해 수행하는 활동에는 각 지역의 문화와 주변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의 치안 활동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범죄 예방, 수사, 범인 검거 등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의 독재 국가에서는 국민을 감시·통제함으로써 국가 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치안 조직을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치안 활동은 치안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치안 환경은 정치 체제뿐 아니라 경제 상황, 종교적인 영향, 과학 기술의 발전 등 수많은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도 치안 환경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방역 지침 위반 단속이나 코로나19를 빌미로 발생하는 각종 시비와 범죄 수사, 사기와 사이버 범죄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대유행은 새로운 치안 환경을 만들어 냈고, 치안 활동도 이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

 

시대에 따른 치안 환경의 변화

우리나라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은 경찰청이다. 경찰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의 치안 전담 조직으로, 정부조직법으로 그 지위를 보장받고 있다. 즉, 경찰이 하는 모든 활동은 치안 활동에 속하므로, 경찰 조직의 변화를 살펴보면 치안 환경의 변화 역시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찰 조직은 1945년 해방 직후 미군정 산하 경무국에서 출발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에는 내무부 산하에 치안국을 설치해 국내 치안을 담당하게 했으며, 1991년에 지금의 경찰청으로 이름을 바꿨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내무부가 행정자치부로 통합되면서 경찰청도 행정자치부 소속이 되었고, 행정자치부가 지금의 행정안전부로 바뀌는 동안에도 경찰청의 이름과 역할은 그대로 유지되며 이어져 왔다.

과거에는 경찰 조직의 공식 표어가 있었는데, 이 표어를 통해 당시 치안 환경을 짐작해 볼 수 있다. 1981년까지 사용된 첫 표어는 ‘봉사와 질서’로 치안 조직의 기본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었고, 1968년부터 1971년까지 사용된 ‘싸우면서 건설하자’는 당시의 성장 중심의 사회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사용된 ‘정의사회구현’은 역으로 당시의 사회상이 그다지 정의롭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도 당시 우리나라는 군사 정권 체제의 정치적 암흑기를 걷고 있었으며, 치안 조직 역시 정권 유지를 위해 국민 위에서 강압적으로 군림하던 시대였다.

경찰청의 표어는 민주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치안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어울리는 형태로 바뀌었다. 2000년대 들어 채택된 표어를 살펴보면 ‘기본에 충실한 국민의 경찰’, ‘함께하는 치안 편안한 사회’, ‘믿음직한 경찰 안전한 나라’,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 등 사회 질서 유지라는 치안 조직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은 경찰청 공식 표어를 폐기돼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치안 환경과 치안 활동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치안 환경의 변화

치안 환경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요소들 가운데, 가장 극적인 변화를 발생시키는 것은 역시 과학 기술의 발전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수사 기법의 발전으로 이어져 과거에는 해결하지 못했던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첨단 기술을 악용한 새로운 범죄 유형을 만들어 내며 치안 환경을 여러 방향으로 확장시킨다. 특히 과학 수사로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사례는 범죄 드라마나 영화에서 단골 소재로 활용되며, 실제로 DNA 대조를 통해 과거 해결하지 못했던 강력 범죄의 용의자를 검거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치안 환경의 어두운 면도 함께 확장시켰다. 특히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능으로 발전한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급증하면서 이를 전담하는 부서가 신설되기도 했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범죄 유형은 크게 사이버 테러나 랜섬웨어, 디도스 등 시스템을 겨냥하는 공격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피싱, 스미싱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n번방 사건’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디지털 성범죄 역시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유형의 범죄 수법 중 하나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피싱과 스미싱, 개인정보 유출 등의 범죄 역시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피해자를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이버 범죄들은 과거의 물리적 범죄와 비교해 피해자들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지는 않지만 그 이상의 정신적 피해를 입힘으로써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새로운 치안 환경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새로운 범죄 행위에 대한 제도적 견제와 처벌 기준 등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드론, 인공지능, 빅데이터 그리고 최근 주목받는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러한 신기술들이 구축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이로 인해 변화될 치안 환경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급부상하는 공유 경제 속 치안 환경

최근 수년 사이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변하면서 소유가 아닌 대여 개념의 공유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사실 공유 경제가 갑자기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익숙하게 이용해 왔던 자동차 대여 서비스, 이른바 렌터카는 수십 년 동안 대표적인 공유 경제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한때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우버는 개인이 자차를 직접 공유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공유 경제를 제시했고, 자신의 집을 숙소로 대여해 주는 에어비앤비 등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공유 서비스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유 서비스가 새로운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비대면으로 차량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면허가 없는 10대들이 지인의 아이디를 이용해 차량을 빌렸다가 사고로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빌린 차량으로 미성년자를 납치해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숙소 공유 서비스의 경우에는 소개 페이지의 숙소와 다른 환경의 숙소를 제공하는 등의 사기 행위와 숙소 내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을 시도한 사건 등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러한 공유 경제의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서비스 제공자를 완벽히 검수할 수 없기 때문에 이용자가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렵거나 혹은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성이 항시 존재한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개인 대 개인으로 거래되는 공유 플랫폼을 이용할 때는 사전에 꼼꼼하게 살펴보고, 행여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외에도 최근 1~2년 사이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한 개인용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도 교통 치안 환경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특히 전동킥보드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전동킥보드와 관련된 논란의 주요 요인은 안전과 주정차 문제다.

안전의 경우 도로와 인도를 오가는 무분별한 주행으로 인한 교통사고 유발 문제와 안정 장비 미착용, 2인 이상 탑승 등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부산에서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교통 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동킥보드의 안전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결국 올해 5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전동킥보드 이용 시 안전 조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단속이나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전동킥보드 안전 문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교통 치안 과제 중 하나다.

이러한 공유 서비스는 개인이 직접 소유하기에는 부담되거나 관리의 어려움이 있지만 꼭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은 경제 시스템이다. 더욱이 최신 경제 트렌드도 제품을 직접 판매하기보다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어 앞으로 공유 서비스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이에 따라 치안 환경 역시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비롯된 뉴 노멀

이제는 치안 환경의 변화와 전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코로나19 대유행이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의 사회, 경제, 산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치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치안 환경의 변화를 언급하기 전에 먼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살펴보면 예전처럼 자유롭게 모이거나 행사를 열 수 없고, 해외 여행이 제한되며, 음식점과 술집들의 영업에도 제약이 생겼다. 이러한 새로운 규정은 치안 환경에 그대로 반영되어, 경찰 등 치안을 담당하는 조직에서는 방역과 관련한 새로운 치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치안 활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방역 활동과 방역 수칙을 위반한 사람의 검거는 물론, 확진자 역학 조사 지원과 조사 방해 행위 단속 등도 치안 조직의 새로운 업무가 되고 있다. 치안정책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까지 감염병 예방법 위반과 관련한 수사는 1376건이 진행됐고, 이 중 799건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으며, 13명이 구속됐다. 세부 수사 항목을 살펴보면 격리 조치 위반, 집합 금지 위반, 역학 조사 방해 등이 있었고, 가장 비율이 높은 건 격리 조치 위반 관련 수사였다.

이 외에도 허위 사실 유포와 개인정보 유출도 256건이 발생했고, 마스크 대란 당시에는 매점매석과 국외 반출 등의 불법 행위 287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에서 발생한 마스크 관련 사기 사건은 3751건이나 됐으며, 이 중에서 177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반면, 이 기간 동안 범죄 신고 건수는 소폭 감소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범죄 감소 효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코로나19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큰 어려움을 주고 있는데, 이는 가정 내에서 학대나 폭행 등의 범죄로 이어지고 있어 더욱 세심한 사회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외출 빈도가 줄어들고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회사가 늘어 가족 구성원이 자주 접촉하면서 가족 간 불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족 구성원 중 약자인 아이들에게 주로 표출되면서 아동 학대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로 호주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정 내 학대 신고가 5%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었고, 영국에서도 관련 문의 전화가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코로나 블루라고 부르는 우울증의 증가와 이로 인한 자살 혹은 범죄 행위 등도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종식을 의미하는 ‘포스트(post) 코로나’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위드(with) 코로나’로 방향을 바꾸고 있어,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치안 환경 구축과 치안 활동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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