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스핀글로벌, “한국 넘어 글로벌 SaaS 시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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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베스핀글로벌, “한국 넘어 글로벌 SaaS 시장 노린다”
  • 전유진 기자
  • 승인 2021.08.31 09: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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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베스핀글로벌 상품총괄장

18~49세(1972년~2003년 출생)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 예약’ 10부제가 8월 19일부로 종료됐다. 앞서 7월 22일 55~59세(1962~1966년 출생) 연령층의 첫날 예약이 15시간 만에 중단되고, 예약을 재개한 뒤에도 접속 지연 사태가 빚어졌던 것과는 달리 우려했던 백신 예약 ‘먹통’ 사태는 없었다.

이번 백신 접종 사전 예약 시스템 정상 작동 이면에는 국내 유수 IT기업들의 노력이 있었다. 정부의 SOS 요청을 받고 모인 베스핀글로벌을 비롯한 네이버·카카오·LG CNS 등의 민간기업들은 7월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주재로 열린 민관 합동 회의에 참여해 백신 접종 사전 예약 시스템 정상화에 나섰다.

클라우드 딜리버리 플랫폼 기업 베스핀글로벌은 합동 첫 회의 이후 빠르게 TF팀(실무단)을 구성하고 7월 28일 본격 백신 사전 예약 시스템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착수했다. 본지에서는 이원석 베스핀글로벌 상품총괄장(CPO)과 만나 그날의 상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가?


7월 22일 아침, 서로 모르는 10명이 무작정 한자리에 모였다. 백신 접종 사전 예약 시스템 개선이라는 큰 틀은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무엇을 하기 위해서 모였는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해결책을 수립하고 업체별로 업무를 분담해 본격 시스템 개선에 착수하기 시작한 것이 수요일(7월 28일)이었다. 베스핀글로벌은 '우선 굴러가는 자동차부터 만들자'는 목표 하에 시스템이 돌아가게 만드는 데 집중해 개발은 3일 만에 끝났다.

 

Q. 기존의 시스템은 어떤 문제점이 있었나, 해결책은 무엇이었나?


TF가 기존 홈페이지의 문제를 진단한 결과, IT 시스템·구조(백엔드)와 사용자 환경(프론트 엔드) 모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서버 용량이 부족했고 백신 예약 정보를 서버에 기록하는 최종 단계 바로 전, 본인 인증 과정을 배치해 문제가 됐다. 수많은 이용자가 몰리는 데 정작 본인 인증이라는 문은 좁았던 것이다. 결국 본인 인증 시스템이 과부하로 인해 오류를 일으켰다.

이에 예약 시스템 홈페이지 앞단과 뒷단,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눠 시스템 개선이 지원됐다. 사전 예약 시스템 뒷단의 서버 증설과 안정화 작업은 보건복지부와 복지부 산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SSIS), LG CNS 등이 맡았다. 시스템 앞단의 홈페이지 본인 인증과 번호표 대기열 시스템 개선에는 베스핀글로벌과 과기정통부, 네이버클라우드 등이 나섰다.

구체적으로, 베스핀글로벌은 국민이 원하는 날짜, 장소를 빠르게 예약할 수 있도록 기존 시스템 앞단을 민간 클라우드로 새롭게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병목 현상이 가장 심한 접속 페이지와 본인 인증 시스템, 대기 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로 이전해 단시간에 많은 접속자가 몰려도 예약에 문제가 없도록 했다. 이는 시스템 총량을 10분에 1200만 명까지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백신 예약 접속 시스템의 혼잡도를 알리는 '인증 대기 신호등'(출처: 질병관리청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 예약 시스템 캡처)

 

Q. 이후에는 어떤 조치가 이어졌나?


중복 예약 및 우회 접속을 방지하기 위해 암호화된 메모리 DB를 활용해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등 클라우드 보안에도 만전을 기했다. 만일의 사태나 시스템 장애 등에 실시간 대비하기 위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베스핀글로벌도 예약 기간 동안 24시간 운영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운영 중인 민간 클라우드 시스템은 베스핀글로벌의 클라우드 운영 관리 자동화 솔루션 ‘옵스나우’로 최적화되며 장애 알람 관리로 ‘얼럿나우’도 적용됐다. 옵스나우는 클라우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비용, 자원, 사용 용량, 현황 등을 자동으로 분석해 가시화 및 최적화하는 솔루션이다. 그 안에 클라우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클라우드 운영과 모니터링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적용하는 거버넌스의 기능도 포함됐다.

얼럿나우는 하나의 툴로 중복 알람을 모두 정리하는 인시던트 관리 플랫폼이다. 권한과 일정에 따라 적절한 사람에게 연락이 가도록 하는 알림 시스템으로, 장애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예방 및 방지가 가능하다.

 

베스핀글로벌의 클라우드 운영 관리 자동화 솔루션, '옵스나우' UI 화면

 

Q.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가?


클라우드는 기본적으로 정말 중요한 것만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 고객의 반응을 보면서 솔루션을 빠르게 바꿔나갈 수 있다. 이를 ‘애자일 방법론’이라고 부르는데 개발과 운영이 한꺼번에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의 피드백을 바로 개발에 반영하고 이를 검증하면 또 운영에 반영하는 등 계속해서 수렴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번 백신 시스템 개발에도 이러한 방법론을 적용해 국민의 반응을 보고 계속해서 바꿔나갔다.

클라우드로 가면 이게 가능해진다. 비즈니스의 변화에 따라 조직을 탄력적으로 확장 및 축소하고,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어 위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도 대국민 서비스를 좀 더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국민에게 제공하려면 기존의 방법론으로는 한계가 있어 클라우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게 결국은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Q.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보안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고가 내 집에 있다고 안전한 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내 데이터는 내 땅에 있어야 돼’, ‘내 지하실에 있어야 돼’라고 생각한다. 물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과연 데이터를 ‘내 집 금고에 보관하는 것'과 '은행 금고에 보관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안전할까?

클라우드 업체들은 고객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네트워크에 관한 보안 솔루션 및 여러 가지 보안 솔루션 등을 서비스하고 또, 정부와 글로벌에서 요구하는 컴플라이언스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따라서, 누가 더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느냐라고 한다면 클라우드 업체들이 훨씬 더 안전하게 관리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 베스핀글로벌의 보안 서비스는 CSP(Cloud Service Provider,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가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제공하는 보안 솔루션과는 어떻게 다른가?


AWS(아마존웹서비스), MS(마이크로소프트), GCP(구글클라우드)와 같은 CSP는 클라우드 인프라라는 플레이그라운드를 제공한다면, 베스핀글로벌과 같은 MSP(Managed Service Provider,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는 그 플레이그라운드 위에 고객이 요구하는 건물을 쌓아 올려 제공한다.

많은 기업에서 보안 정책을 클라우드에 어떻게 적용·작동시키고 또 고쳐야 하는지 어려워한다. 마켓플레이스의 여러 툴을 활용하는 것은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처음 계획을 수립, 툴을 설치하고 거버넌스를 설정 및 운영하는 것까지를 베스핀글로벌에서 제공한다.

 

Q. 민간 클라우드 사업체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데 베스핀글로벌은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나?


전문성을 갖춘 인력풀이 갖춰져 있다. 사실, 국내 클라우드 인력이 많지 않다. 그 중 어느 한 분야에만 특화돼 있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 솔루션, 소프트웨어(SW), 서비스 등을 전부 이해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건 더욱 드물다. 베스핀글로벌에는 클라우드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실제로, 베스핀글로벌은 이번 백신 접종 사전 예약 시스템 이전인 지난해 3월에도 초중고 온라인 개학에 사용된 클라우드 운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번의 공공 클라우드 사업에 모두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풀로 단기간 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이 이미 다 요소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빠르게 팀을 구성하고 민간 클라우드 구축이라는 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Q. 베스핀글로벌의 올해 성과와 성장 목표는 무엇인가?


전년 대비 국내에서만 88% 성장했다. SW, 서비스 개발 등 전반적으로 성장하는 한 해였다. 고객 수도 3천여 개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현재는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개발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이미 5년 전부터 B2B SaaS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상품 개발에 매진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옵스나우다. 옵스나우 개발에만 300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

일각에서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투자로 수익성이 매출 성장세를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일침도 있었다. SW가 투자에서부터 리터닝 시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SW에 투자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산소통을 가지고 물속으로 들어가느냐와 같다. 실질적으로 경쟁의 격차를 벌리고 있고, 지금이 현실화되어가는 시점인 것 같다. 제품 개발에 이렇게 투자한 클라우드 MSP기업은 드물다. 베스핀글로벌이 클라우드 프론티어(개척자)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안에도 옵스나우 시큐리티와 데브옵스 플랫폼 출시 등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해서 새로운 툴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향후 2025년까지 옵스나우를 10만 고객사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국내 SW 산업의 성장 추세가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SW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사람이 단연 우선돼야 한다. 기존의 SW 산업이 미국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부분들이 지금 바뀌고 있다고 본다. 컴퓨터 사이언스적인 역량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지난 3년 새 국내에 급격하게 많아졌고, 한국의 투자와 생태계도 많이 달라졌다.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던 것들도 중소기업, 유니콘 스타트업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좋은 사람들이 몰려가고 또,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은 동이 트기 전 시간들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런 것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베스핀글로벌도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최소 500명, 최대 2000명의 클라우드, 데이터 전문 인력을 직접 육성하고, 채용하는 복합 업무 공간인 BTC부산센터를 구축했다. 아직은 사람에 대한 투자가 성과로 나타나기 전이지만, 곧 이분들이 한국 SW 서비스 산업계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향후 목표와 기술·사업 전략은 무엇인가?


클라우드 기반 SW도 반도체처럼 우리나라 대표 수출품으로 만들 수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단순히 SW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한 부분에 잘 쓸 수 있도록 서비스화해서 제공할 계획이다.

클라우드라는 큰 변혁은 이미 찾아왔고 미국·중국의 IT 패권 경쟁에서 틈새를 노려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의 판은 마련됐다. 미국과 중국 기업이 클라우드 플랫폼을 장악하고 다 끝난 시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양분된 클라우드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라는 지정학적 위치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본다. 미국 MSP 사업자는 미국 클라우드 구축만 지원하고, 중국 MSP 사업자는 중국 클라우드 구축 지원이 중심인 반면, 한국 기업인 베스핀글로벌은 어떤 클라우드 플랫폼이든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멀티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의 선택을 받는 데 유리하다.

실제로 베스핀글로벌은 동아시아 최초로 AWS, MS, 구글의 최상위 파트너십 등급을 획득한 MSP가 됐을 뿐 아니라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베스핀글로벌 클라우드 역량을 올리기 위한 버티컬 서비스도 준비 중에 있다.

 

MSP를 넘어서 아시아 최고의 SW 기업이 되는 것이 베스핀글로벌의 목표다. 미국 IBM이 20세기 IT 업계 최강 공룡이었다면 21세기 클라우드 세상에는 베스핀글로벌이 최강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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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2021-09-13 18:31:58
기자님 덕분에 SW기업 하나 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