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영국 내무부, 하이크비전에 ‘인권 침해 관여 여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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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영국 내무부, 하이크비전에 ‘인권 침해 관여 여부’ 물었다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08.13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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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중국 영상보안 기업 하이크비전에 중국 내 소수 민족 인권 침해 관여 여부를 확인하는 서한을 보내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영국 BBC 방송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다루며, 일부 중국 영상보안 기업이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 행위에 협력할 뿐만 위구르인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영상 분석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제보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7월 8일(현지 시간)에 ‘멈춰야 한다: 신장 등에서 벌어지는 잔혹 행위에 대한 영국의 책무(Never Again: The UK's Responsibility to Act on Atrocities in Xinjiang and Beyond)’라는 보고서를 발행하고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 탄압 행위를 비판했다.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보고서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중국 압박용 보고서

이 보고서에는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 인권 침해 행위에 협조하는 중국 기업의 영상 감시 제품을 영국 내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권고안도 포함돼 있는데, 당사자로 지목된 중국 영상보안 기업 하이크비전(Hikvision)은 영국 지사를 통해 외교위원회를 비난한 바 있다.

이에 영국 내무부 소속의 감시카메라위원(Surveillance Camera Commissioner, 이하 SCC) 프레이저 샘슨(Fraser Sampson) 교수가 7월 16일 하이크비전에게 인권 침해와 관련한 질문을 담은 서한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관련 소식을 전한 미국의 영상보안연구단체 IPVM에 따르면 샘슨 위원이 하이크비전에게 전달한 질문은 다음의 세 개다.

▲하이크비전의 카메라 기술이 위구르 수용소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는가?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가?
▲하이크비전의 감시 시스템이 수용 시설에서 사용되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 공식 입장인가?

하이크비전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내는 대신, 샘슨 위원에게 대면 혹은 비대면을 통한 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샘슨 위원은 하이크비전이 답변서나 공개적인 실질적 대응을 보이기 전까지는 이 회담 제안에는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국 내무부 소속의 SCC는 영국 내 감시 카메라 관련 부문에서 가장 높은 직책이지만, 공식적인 집행이나 검사 권한은 없다. 그 대신 SCC는 영국 정부가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감시 카메라 사용 규정(Surveillance Camera Code of Practice)’을 발행하는 등 실질적으로 영국 내 CCTV 관련 제도를 총괄하는 직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내무부는 기존에 별개로 운영하던 생체인식위원(Biometrics Commissioner)과 SCC를 지난 3월에 통합해 BSCC(Biometrics and Surveillance Camera Commissioner)를 새롭게 출범하고, 프레이저 샘슨 교수를 신임 위원으로 임명했다.

샘슨 위원은 19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한 후 현재는 경찰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셰필드 할람 대학교(Sheffield Hallam University)의 테러, 복구, 지능형 조직범죄 연구 센터에서 명예 교수이자 자문위원회 회원으로 근무 중인 치안 분야 전문가다.

영국 내무부 소속의 BSCC 프레이저 샘슨 교수(사진: 영국 내무부 홈페이지)
영국 내무부 소속의 BSCC 프레이저 샘슨 교수
(사진: 영국 내무부 홈페이지)

샘슨 위원은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블랙리스트 방식은 종종 포함하지 않아야 할 대상을 포함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대신 그는 기업을 평가할 때 관행, 가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기반을 둔 철저한 검증 프로세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샘슨 위원은 하이크비전에 질의서를 보낸 7월 16일, 영국 내무부 장관에게도 “외국산 감시 카메라 시스템에 대한 위험 요소와 고려 사항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크비전은 7월 8일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보고서가 공개된 후, 7월 12일 영국 내 파트너사들에게 외교위원회의 권고는 증거 없는 주장에 기초한 잘못된 권고이며,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그러나 IPVM은 하이크비전의 반기 보고서에서 신장 지역에 5개의 대형 경찰 감시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운영하기로 한 계약이 발견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하이크비전의 해명을 반박했다.

위구르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자
위구르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시위자

한편, 미국과 유럽의 중국 보이콧 움직임은 경제를 넘어 스포츠 영역까지 확대되어 가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국의 소수 민족 탄압과 홍콩 정책을 문제 삼으며, 중국이 관련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내년 2월에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경제와 스포츠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와 관련 기업들의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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