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산 CCTV ‘박스갈이’, 미국에서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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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국산 CCTV ‘박스갈이’, 미국에서도 논란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07.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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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AA 제재 대상 보안 제품이 다른 브랜드로 유통 돼

지난해 11월, 국회의원 하태경 의원실은 일부 군부대에 납품된 CCTV 카메라가 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산이고, 해당 제품의 네트워크 관리자 페이지에서 악성코드 유포 사이트의 IP가 발견됐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른 바 관행처럼 이루어지던 중국산 CCTV의 ‘박스갈이’가 공식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이었다. 중국산 OEM 제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재조립하거나 간단한 커스텀을 거친 후 재포장해 국산 제품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속칭 ‘박스갈이’ 혹은 ‘라벨갈이’라고 부른다.

국내 영상보안 업계 관계자들은 값싼 중국산 박스갈이 제품들이 공공 시장까지 장악하면서 자체 기술력으로 제품을 직접 개발하는 국내 제조사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영상보안 제품의 박스갈이 논란이 미국에서도 발생했다.

본지에서도 이미 여러 번 보도한 바와 같이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갈등 시작 후 중국 IT업체와 보안업체를 타깃으로 수차례 제재를 가한 바 있다.

2019년에는 화웨이를 비롯해 28개 중국 기업 제품을 미국 정부 기관에 도입할 수 없도록 하는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NDAA)을 통과시켰는데, 여기에는 중국의 영상보안 기업 하이크비전 등도 포함되어 있다.

더욱이 올해 6월에는 연방 통신 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가 일부 중국산 영상보안 제품에 대한 인증 중단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하이크비전 제품은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영상보안연구단체 IPVM은 미국 공공 기관들이 제재 대상인 중국산 영상보안 제품들을 여전히 공급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IPVM과 미국의 비영리 매체 ‘더 인터셉트(The Intercept)’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재 대상인 중국산 영상보안 제품들이 암크레스트(Amcrest), 보쉬(Bosch), 하니웰(Honeywell), 인터로직스(Interlogix), LTS, 스페코(Speco) 등의 브랜드로 미연방조달청(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 GSA)에 등록되고, 연방정부에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IPVM은 글로벌데이터센터(Global Data Center)라는 회사가 미국 육군에 공급한 DVR을 분석한 결과, 외형은 조금 달라졌지만 내부 부품은 제재 대상인 중국 제품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데이터센터 관계자는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데이터센터는 유통업체로부터 암크레스트와 보쉬의 브랜드가 새겨진 제품을 공급받아 납품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더 인터셉트는 암크레스트와 보쉬에 답변을 요청했고, 보쉬로부터 “글로벌데이터센터가 보쉬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유통업체를 통해 해당 제품을 구매했으며, 보쉬는 NDAA 준수와 관련해 결백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암크레스트는 별도의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더 인터셉트는 이러한 NDAA 위반 문제가 현재 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당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 CCTV 판매업자가 IPVM을 리셀러로 오인해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대사관에 하이크비전 카메라 4대를 공급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해 왔다고 한다.

현지 매체는 이러한 공공연한 박스갈이가 NDAA의 결의를 훼손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약자와 제조자, 그리고 연방 기관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GSA는 GSA에 등록되는 제품의 NDAA 준수 여부를 계약자들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계약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유통업체와 제조사에 떠넘기고, 다시 제조사는 NDAA 준수 문제는 GSA와 계약자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인터셉트는 제재 기업의 제품들이 실제로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주는가에 대한 질문은 제쳐두고라도, 무질서한 조달 시장을 정비하고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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