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씨 “기술 개발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 필요”
상태바
이오씨 “기술 개발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 필요”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06.30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균 이오씨 대표이사 인터뷰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는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사람들의 이용이 제한된 여행, 공연, 유흥 등의 업종은 직격탄을 맞아 큰 피해를 봤다. 반면, OTT나 게임 등의 비대면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재택·원격근무 솔루션 기업들은 오히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호황을 맞았다. 보안 산업은 후자에 속한다. 정보보안 분야에서는 재택근무용 보안 솔루션 수요가 급증했고, 물리보안 분야에서도 방역용 열화상카메라와 출입보안 솔루션 수요가 증가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열화상카메라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이오씨(EOC) 역시 코로나19가 전화위복이 된 수혜 기업 중 하나로, 지난해 달성한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신동균 이오씨 대표이사

 

Q. 우선 이오씨가 많이 알려진 기업은 아니다. 간단한 회사 소개부터 부탁한다.

이오씨는 2012년에 설립한 영상보안 전문 기업이다. 내가 보안 업계에 발을 디딘 것은 1999년으로, 그 전에는 해외에서 일을 했었다. 해외에 있을 때는 카지노에서 일을 했는데, 따지고 보면 이쪽도 보안과 관련이 있긴 하다. 처음 보안업계에서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우리나라 영상보안 산업이 크게 성장할 시기였고, 특히 녹화 장비가 강세였다. 나도 녹화 장비 전문 기업에서 일을 했었고, IP 카메라 기업도 거치면서 영상보안 분야에서 두루두루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2012년 독립해서 이오씨를 창업했다. 사명인 이오씨(EOC)는 영어 ‘Eye On Cloud’의 약자로 ‘구름 위에서 본다’는 영상 감시의 의미와 ‘클라우드의 눈’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창업 초기에는 IP 카메라를 주로 개발했고, 지금은 열화상카메라 기술로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Q. 시작은 IP 카메라 개발이었다고 했는데, 최근 출시한 제품을 보면 열화상카메라에 집중되어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선택과 집중의 결과다. 창업 초기 IP 카메라를 개발해 판매할 당시 상황은 중국산 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장 확장에 나설 때였다. 가격도 저렴하고 성능도 나쁘지 않은 중국산 CCTV 제품들이 국내에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비슷한 수준의 국내 중소기업 CCTV 제품들은 빠르게 경쟁력을 상실했다.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회사 경영에도 어려움이 닥쳤다.

그런데 마침 현대건설 쪽에서 열화상카메라를 개발·공급해 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해 왔다. 현대건설은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시설물에 화재 예방용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때가 2015년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열화상카메라를 개발하는 업체가 많지 않았고, 성능이 좋은 외국산 열화상 장비 100대를 한 번에 도입하려니 비용이 너무 비쌌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제안이 넘어왔는데,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열화상카메라 개발을 시작했다.

또, 열화상카메라를 개발하다 보니까 동시에 100대를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도 없어서, 관제 솔루션 역시 자체 개발하면서 점차 모양새를 갖춰 나갔다. 이후 열화상카메라 시장이 기존 카메라보다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쪽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게 됐다. 어차피 일반 카메라 시장은 포화 상태였고,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의 특수성을 노린 선택이었다.

 

Q. 지난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방역용 열화상카메라 수요가 폭증했는데, 이오씨 제품도 많이 판매가 됐나?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는 상황에서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로 제품 판매가 늘고 실적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재작년까지 회사의 재정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열화상카메라 시장의 수요처도 한정돼 있고, 경쟁사가 계속 생기다 보니까 회사의 사정도 점차 나빠졌다. 그런데 작년에 코로나19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열화상카메라 수요가 크게 늘었다.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200% 증가했으며, 올해에도 전년 대비 약 50% 정도의 매출 신장이 예상되고 있다.

 

Q. 이오씨의 주력 제품을 소개한다면?

과거에는 열감지 기능만을 수행하는 싱글 열화상카메라를 주로 판매했는데, 요즘은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어서 실화상을 함께 촬영하는 제품의 수요가 많다. 열화상과 실화상을 함께 촬영하는 듀얼 열화상카메라가 현재 우리의 주요 라인업이다.

이 제품들은 모두 자체 개발한 모듈을 탑재하고 있으며, 하나의 모듈로 열화상과 실화상 감지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용도에 따라 384x288픽셀의 저해상도 열화상 센서 제품과 640x512픽셀의 고해상도 열화상 센서 제품을 선택할 수 있고, 듀얼 카메라의 경우 실화상은 2MP의 FHD급 고해상도를 지원한다. 또 방폭하우징 전문 기업과의 협업으로 방폭 열화상카메라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 현장 등에서 자유롭게 휴대하며 사용할 수 있는 포터블 듀얼 열화상카메라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핸디카메라 형태의 디자인으로 설계됐으며, 자체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있어 일반적인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하기 어려운 장소에서도 손쉽게 발열 체크를 할 수 있다. 별도의 거치대를 장착하면 거치형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지난 5월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보안엑스포에서 선보인 포터블 듀얼 열화상카메라
지난 5월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보안엑스포에서 선보인 포터블 듀얼 열화상카메라

 

Q. 이오씨의 향후 목표와 사업 전략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에도 성장세를 이어나가 50% 이상의 매출 신장을 달성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다만, 지난해 매출을 견인했던 발열 측정 제품들은 이제 시장 수요가 감소한 만큼 산업용 열화상카메라 제품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생각이다. 이와 함께 수출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우리 매출의 50%는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외국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현지에서 요구하는 서비스 개발에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방위 산업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군부대에서도 열화상 장비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현재는 주로 고성능 외국산 제품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 시장에 우리 기술력으로 만든 국산 제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Q. 20년 이상 영상보안업계에 종사했는데, 앞으로 국내 영상보안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국내 영상보안 시장은 이미 중국산 제품에 전부 잠식되어 있다. 세계 1, 2위를 달리는 중국 영상보안 업체들은 자체 브랜드뿐 아니라 OEM 방식으로도 제품을 공급하며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실정이다.

물론,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중국산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 가격과 성능을 따져 중국산 제품을 구입하는 건 소비자의 권리이며 선택이다. 다만, 국민의 세금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정부 기관에서는 가급적 국산 제품을 많이 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 기관마저 비용적인 측면만을 고려해 국산 제품을 외면한다면, 기술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은 점차 도태되고 말 것이다. 또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