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PN과 유사한 암호화 서비스 선봬…국가마다 적용 범위 다른 이유는?
상태바
애플, VPN과 유사한 암호화 서비스 선봬…국가마다 적용 범위 다른 이유는?
  • 전유진 기자
  • 승인 2021.06.11 14:3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플 'iOS15'로 개인정보 보호 새로운 패러다임 열다

애플이 사생활 보호를 단순한 마케팅 구호가 아닌 사업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애플은 연례 행사인 ‘세계 개발자 대회 2021(WWDC 2021)’에서 iOS15의 업데이트를 발표하고,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한층 더 강화한 다양한 보호 장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이번 행사에서 애플은 “가상사설망(VPN)과 유사한 통신 암호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공되는 편익은 기존 VPN과 비슷하지만, 보안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제공자인 애플과 네트워크 제공업체 모두 사용자 및 방문한 웹사이트 정보를 파악할 수 없게 구현한 점이 핵심이다. 다만, 적용을 앞두고 현지 규제에 따라 해당 기능이 제한되는 국가도 있을 예정이다.

 

인터넷 개인정보 보호하는 '프라이빗 릴레이'


애플은 6월 7일(현지시간) WWDC 2021을 온라인으로 열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등에 도입될 새 운영체제(OS)의 특징적 기능들을 선보였다.

먼저,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된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 플러스’를 발표했다. 월 1100원에 제공되는 아이클라우드 플러스의 핵심은 ‘프라이빗 릴레이’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프라이빗 릴레이는 브라우저인 사파리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암호화해 사용자와 웹사이트 간 통신 내용이 제3자에 노출되지 않게 하는 기능이다.

사용자의 웹사이트 연결 요청은 일차적으로 애플의 중계 서버를 거친다. 애플은 사용자의 실제 IP 주소가 아닌, 대강의 지역만 알 수 있는 익명의 IP 주소를 할당해 요청을 트래픽 중계자 서버로 전달한다. 때문에 사용자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

트래픽 중계자는 암호화된 요청을 복호화해 접속해야 하는 웹서버로 요청을 전송한다. 웹서버에서 전달되는 웹사이트 트래픽은 다시 중계자와 애플의 서버를 거쳐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각 서버는 전달된 데이터만 사용자에게 전송할 뿐, 어떤 웹사이트의 정보인지는 알지 못한다.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강화된 iOS15 (출처: 애플 공식 홈페이지)

다만, 인터넷 감시 검열 시스템인 ‘만리 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구글과 페이스북을 포함한 해외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중국을 비롯해 벨라루스, 콜롬비아, 이집트, 카자흐스탄, 사우디 아라비아, 남아프리카, 투르크 메니스탄, 우간다 및 필리핀에서는 현지 규제 등의 이유로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일부 사람들이 소위 ‘워닝(Warning)’이라 불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불법·유해사이트 차단을 우회하려는 편법으로 외국 내 VPN 서버/장비에 연결하는 사례가 있다. 이에 해당하는 경우 별도 프로그램을 깔고 설정이 필요해 이용에 제한이 있었지만, 이번 애플의 프라이빗 릴레이 기능이 제공됨에 따라 “아이클라우드 플러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별도 VPN 설치 없이 정부가 차단한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진화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들


앱 프라이버시 리포트 (출처: 애플 공식 홈페이지)

 

이 외에도 애플은 iOS 15에선 각 앱이 개인정보에 얼마나 접근했는지 알 수 있는 ‘앱 프라이버시 리포트’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선보인 iOS 14.5의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이 앱을 처음 실행할 때 일회성으로 차단 여부를 결정했다면, 이번 앱 프라이버시 리포트는 개인정보 접근 빈도를 사용자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기능이다.

각 앱이 접근한 사용자의 위치 정보와 사진, 카메라, 마이크, 알림장 등에 접근 승인을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일주일 단위로 확인 가능해 승인한 앱도 계속해서 개인정보 추적 상황을 모니터링 한 후 언제든 데이터 전송을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의 웹브라우저인 사파리에 도입된 지능형 추적 방지 시스템도 강력해졌다. 기존의 지능형 추적 방지 기능은 머신 러닝을 활용해 트래커(추적 시스템)를 막아 사용자들이 원치 않는 추적을 받지 않도록 막아주는 기능인 반면, 올해는 트래커로부터 사용자의 IP 주소도 숨길 수 있게 됐다. 이 기능이 적용되면 트래커는 사용자의 IP 주소를 고유 식별자로 활용할 수 없다. 여러 웹사이트에 걸친 사용자의 활동을 연결해 사용자의 프로필을 만들어 내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애플의 인공지능(AI) 비서인 ‘시리’도 ‘온디바이스 음성 인식’이 가능해지면서 개인 정보 보호에 적합하도록 개선됐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음성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 각각의 기기 내에서 처리된다.

에릭 노인슈안더 애플 사용자 프라이버시 디렉터는 "시리의 온디바이스 음성 인식은 음성 비서 서비스에 대한 가장 큰 우려인 원하지 않는 음성 녹음을 대처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 외에도 인터넷 연결 없이 앱 실행, 설정 변경, 음악 제어 등의 요청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임의의 고유 이메일 주소를 설정해도 메일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나의 이메일 가리기’ 기능도 추가됐다. 자신의 이메일을 공개하고 싶지 않을 때, 언제든 원하는 만큼 주소를 생성해 적기만 하면 자신의 받은 편지함으로 이메일을 전달해준다.

 

개인정보 보호, 애플의 주요 경쟁력으로 떠오르다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이번 iOS15 업데이트를 두고 "애플의 사생활 보호에 대한 초점이 새 국면을 맞았다. 사생활 보호는 더는 단지 기업의 이상이나 마케팅 초점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윈도우와의 경쟁에서 애플의 제품을 차별화시키는 주요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은 "개인정보 보호는 애플이 하는 모든 일의 중심이 돼 왔다. 우리는 사용자들이 스스로 데이터에 있어 더 큰 통제력을 가지고, 누구와 자신의 데이터를 공유할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매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개된 iOS15은 6월 8일(한국시간)부터 개발자용 버전이 배포됐으며, 7월부터는 일반 이용자들도 프리뷰 버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정식 업그레이드는 오는 3분기 이후 이뤄질 예정이며, 앞서 언급됐던 프라이빗 릴레이 기능이 포함된 아이클라우드 플러스는 규제 국가를 제외하고 연말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초원 2021-06-11 17:57:05
알찬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