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못하는 건가, 안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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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못하는 건가, 안 하는 건가?
  • CCTV뉴스 편집부
  • 승인 2021.05.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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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론 역행하는 정부와 국회, 무엇이 문제일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의료 사고에도 불구하고, 증거 자료 확보가 어려워 보상과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바탕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 입법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국민 90%가 요구하는 법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국회사무처가 작년 12월 4일부터 9일까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답했고, ‘의무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9.3%, ‘잘 모름/무응답’ 1.7%로 나타났다. 또한, 경기도가 작년 9월 25일부터 10월 7일까지 경기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수술실 CCTV 촬영 동의 의향’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드시 촬영’이 44%, ‘되도록 촬영’이 50%로 촬영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이 93%에 달했다.

이처럼 여론 조사에서는 압도적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찬성하고 있었다. 이는 그동안 수술실에서 발생한 비상식적인 일들로 인해 수술실에 들어간 환자가 심각한 부작용을 얻어 나오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발생해도 구제받을 방도가 거의 없었던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수술실 안에서 성추행 같은 인권 침해 행위가 발생해도 내부자가 고발하지 않는 이상 피해가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도 시민들의 여론이 CCTV 설치 쪽으로 몰리는 이유로 꼽혔다.

국회는 이러한 여론을 기반으로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불법적인 일들을 예방하고 피해 사례가 발생할 경우 증거로 활용하기 위한 수술실 내 CCTV 설치 법안을 2015년 19대 국회 때부터 꾸준히 발의해 왔다. 하지만 2021년 5월 현재까지 입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회는 왜 응답하지 못하나?

당초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여당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추진돼 왔지만, 최근 이러한 기류가 바뀌어 CCTV를 수술실 밖 입구에 설치하자는 의견이 국회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 심사소위원회에서도 상정된 법안의 내용과 달리 수술실 밖 출입구에 CCTV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본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5월 7일 열렸던 김부겸 국무총리 당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질의가 있었는데,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준비 자료를 기반으로 수술실 밖 출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5월 18일 국회를 찾아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물었지만, 해당 상임위가 아닌 국회의원실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와 관련해 현재 어떠한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실에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이 역시 응하지 않았다. 이번 국회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이 흐지부지 묻히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CCTV 전문가는 소외된 수술실 CCTV 논의

지금까지 논의되어 온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쟁점을 살펴보면 반대파의 주장은 크게 ▲수술실에서 촬영된 환자의 영상이 타인에게 공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의료인에 대한 인권 침해의 두 가지 사안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주장에서 현재 CCTV 시스템의 전문가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찬성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서 CCTV 시스템의 기술적인 검토와 분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문학적 관점의 찬반 주장만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수술실이 아니더라도 CCTV 도입을 둘러싼 인권 침해 논란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논의되어 왔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나 규정도 오랜 시간 연구되어 왔다. 먼저 CCTV를 설치했다고 해서 누구나 해당 영상을 열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최근 아동 학대 사건으로 자주 논란이 되고 있는 어린이집의 경우, 설령 학부모라 하더라도 외부인이 CCTV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영상 데이터에서 개인정보 보호 처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기술적으로 CCTV 시스템의 접근 권한을 제한하거나 영상 데이터를 보호하는 방법도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강력한 암호화 기술인 OTP를 이용해 지정된 권한을 가진 사람(보건소 담당자, 경찰, 관련 공무원 등)에게만 영상 데이터 접근을 허가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들의 입회 하에 관련자들이 영상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법도 적용할 수 있다.

수술실 내부의 CCTV로 인해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거의 모든 분야에서 CCTV가 운영되고 있는 시점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오히려 CCTV를 통해 인권 침해를 적발하고 예방한 사례라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결국 국회와 정부의 수술실 밖 CCTV 설치 의견은 특정 세력의 눈치를 보기 위해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한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정책 결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는 시대의 변화를 외면할 수 없다.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공공과 민간에서 사용되는 CCTV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현실을 우리는 매일 마주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한 수술실 역시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각자의 입장만을 강조하는 수술실 CCTV 설치 찬반 논쟁에도 CCTV 전문가를 참가시켜 양측 주장을 검증하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에 부흥하는 최선의 방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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