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26년 만에 휴대전화 사업 철수… 삼성전자만 남는 K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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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26년 만에 휴대전화 사업 철수… 삼성전자만 남는 K폰
  • 전유진 기자
  • 승인 2021.05.17 16:1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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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흐름 놓친 휴대전화 강자들의 몰락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지 26년 만에 손을 뗀다. LG전자는 애플의 ‘아이폰3GS’가 국내 처음 출시됐던 2009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후발 주자의 위치였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강자로 올라섰고, LG전자는 당시의 열세를 뒤엎지 못했다. 모토로라, 노키아, RIM(리서치인모션)의 블랙베리처럼 거대한 시장 변화(메가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사라지는 또 하나의 비운의 휴대전화 브랜드가 된 셈이다.

 

LG전자는 4월 5일 이사회를 열어 7월 13일 자로 MC사업본부(휴대전화 사업) 생산과 판매를 종료한다고 공시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누적 영업적자만 5조 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LG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MC사업부문 자산은 3조 5020억 원, 부채는 7조 6082억 원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프리미엄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전화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LG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피처폰에 안주한 LG전자

LG전자는 지난 1995년 MC사업본부의 전신인 LG정보통신으로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피처폰 시절, LG전자는 미국 이동통신교환(CDMA)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2010년 3분기에는 분기 판매량이 2800만 대에 달하면서 노키아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휴대전화 시장 3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LG전자 초콜릿폰 광고 화면 (출처: 유튜브 캡처)

특히 2005년,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초콜릿폰은 1000만 대 판매를 돌파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LG전자는 2008년 샤인폰에 이어 저가형인 LG KP100 등도 내놓으면서 휴대전화 사업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듯했다. 그러나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휴대전화 시장에는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다.

LG전자는 ‘피처폰에 머무느냐’,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느냐’하는 고민에 빠졌다. 이에 LG전자는 맥킨지앤드컴퍼니에 컨설팅을 의뢰했고, 당시 보고서에는 스마트폰을 ‘찻잔 속 태풍’ 아이템이라고 평가절하하며 기술보다 마케팅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이를 받아들였고, 결국 경쟁사보다 스마트폰 지각 변동의 시대에 한발 늦게 대응하는 원인이 된다.

LG전자가 피처폰에 머무는 동안 휴대전화 시장은 스마트폰으로의 변화가 급속화됐다. 삼성전자는 2010년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S’ 시리즈를 선보여 방어에 나섰지만, LG전자는 여전히 ‘뉴초콜릿폰’과 ‘프라다폰2’ 등 피처폰을 앞세웠고 이에 점유율은 점차 하락하기 시작했다.

 

LG전자 옵티머스 G 광고 화면 (출처: 유튜브 캡처)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선점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뒤늦게 ‘옵티머스’ 시리즈를 출시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부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제품 성능과 최적화 부족 등의 문제까지 발생하며 소비자의 호응도 끌어내지 못했다.

2014년, 스마트폰 G3가 1000만 대 이상 팔리면서 LG 휴대전화의 부흥을 알리는 듯했으나 그때뿐이었다. G4와 V10의 부진을 겪은 데 이어 2016년, G5의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LG전자 모바일 사업부는 회사 전체의 실적을 깎아 먹는 부실 사업부로 전락하게 됐다.

지난해엔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벨벳’과 ‘윙’을 내세우는 한편 올해 초까지 ‘LG롤러블’이란 비장의 카드를 준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벨벳과 윙은 부진했고, LG롤러블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프리미엄 제품은 애플과 삼성전자에, 중저가군은 중국 업체에 시장을 완전히 빼앗긴 것이다.

 

(출처: LG전자 공식 홈페이지 캡처)

 

메가트렌드 놓친 노키아와 블랙베리

휴대전화 시장의 지형이 대조정을 시작할 때 LG전자만이 스마트폰으로의 변화에 둔감한 것은 아니었다. 모토라와 노키아, 블랙베리 역시 시장 변화를 놓치고, 혁신하지 못한 데서 문제가 비롯됐다.

휴대전화의 원조라고 불리는 모토로라는 1990년대 한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7년간 명성을 이어왔다. 1998년 노키아의 등장으로 자리를 내줬지만, 이후로도 ‘레이저’와 같은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면서 휴대전화 시장을 선도했다.

그러나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나머지 1997년만 해도 23.5%를 기록했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2년 1.9%로 추락했다. 결국, 2011년 8월 모토로라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담당하는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구글에 125억 달러(약 14조 1712억 원)에 매각됐고, 2014년 1월에는 중국 레노버에 29억 1000만 달러(약 3조 2990억 원)에 팔리게 됐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당시 컨설팅 업체인 로아컨설팅은 “모토로라는 레이저 이후 시장을 이끌 만한 제품을 개발하지 못했는데, 이는 모토로라가 뚜렷하게 잘 만드는 제품이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전했다. 3G로의 전환이 늦었고,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제작이 늦었다는 점도 몰락한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모토로라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한 노키아는 1995년 영업이익 10억 달러(약 1조 1255억 원)에서 1999년 40억 달러(약 4조 5020억 원)로 급증했고, 2003년 회사 역사상 최고의 히트작인 ‘노키아 1100’을 출시했다. 하지만 노키아 역시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급속하게 쇠락했고, 2013년 9월 노키아의 모바일 사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되기에 이른다.

노키아의 실패에는 구식 조직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노키아 경영진은 노키아의 운영체제인 심비안이 열등하다는 걸 인정하기 두려워했고, 애플의 운영체제 iOS에 대응하지 못할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풍적인 인기로 일명 마약베리라고 불리던 블랙베리는 2009년에만 해도 휴대전화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자랑하는 선두주자였다. 당시 iOS와 안드로이드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4%와 4%에 그쳤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같은 해에 취임한 버락 오바마도 블랙베리를 대통령의 휴대전화로 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의 IT 담당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던 블랙베리와 달리 애플은 일반 대중들에게 직접 아이폰을 판매했다. 화사한 색감과 터치스크린으로 아이폰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블랙베리가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기로 했을 때는 이미 한참 늦은 뒤였다. 2008년에 아이폰 대항마로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블랙베리 스톰이 출시됐다. 하지만 급조한 티가 날 만큼 완성도가 떨어져서 소비자에게 혹평을 받았다. 블랙베리 최고경영자(CEO)도 실패작임을 인정했다.

블랙베리가 놓친 또 다른 트렌드는 앱 생태계의 성장이었다. 이제 소비자는 휴대전화로 단순히 메일을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게임, 메신저 등 다양한 앱을 이용하기를 바랐지만 블랙베리는 그런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사이에 애플 앱스토어의 앱 보유량이 블랙베리를 넘어서면서 소비자가 아이폰으로 대거 이탈했다.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일 생각을 하지 않고 기존 사용자만 끌어안고 가려고 한 탓에, 결국 2016년 4분기에 블랙베리는 점유율이 0.05%에도 못 미쳤고 출하량은 20만 대를 간신히 넘겼다. 같은 분기 안드로이드의 출하량은 3억 5천만 대, iOS는 7770만 대를 기록했다. 블랙베리를 만든 RIM은 2013년 8월 회사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 회사가 나타나지 않았고 2016년 9월 휴대전화 사업 전면 철수를 선언했다. 이후 중국 TCL과 제휴해 제품을 판매하다 지난해 2월 휴대전화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으나, 6개월 뒤 미국 텍사스 기반의 스타트업 온워드모빌리티가 블랙베리 라이선스를 취득해 5G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혀 지금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LG전자 모바일 사업 종료, 삼성전자만 남는 국내 휴대전화

한때 국내 3강을 형성했던 팬택 역시 2015년 매각되면서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내 업체는 삼성전자만 남게 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역시 시험대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4월 3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애플에 내줬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1분기 만에 되찾았다. 올 1분기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의 21.7%를 차지했으며, 2위는 16.8%를 차지한 애플, 이어 샤오미 13.7%, 오포 10.7%, 비보 10.0% 순이다.

하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애플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애플이 글로벌 시장의 42%를 차지하며 17.5%에 그친 삼성전자와 큰 차이로 1위를 지켰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는 가운데, 점유율 1위를 지키려는 삼성전자와 이를 따라잡으려는 업체들의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을 마무리 짓기로 하면서 MC사업본부 인력은 직원 의향을 반영해 LG전자 내 다른 사업본부나 LG 계열사로 재배치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집중하고 있는 전장 사업과 배터리, 홈 IoT 등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인력을 배치하고 모바일 관련 기술은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휴대전화 사후 서비스(AS)에 관해서는 사업 종료 이후에도 고객들이 불편함 없이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 쏠림이 심한 국내 시장은 LG 철수로 독점 심화가 불가피해졌다. 작년 삼성의 점유율은 65%, 애플은 20%, LG는 13%였다. 기존 LG폰 사용자는 상당수가 삼성폰으로 교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LG전자 스마트폰 고객들이 대부분 삼성전자 갤럭시 단말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16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서 LG전자 V50 씽큐 중고폰 가격 보장 프로그램 가입자의 80%가량이 최신 갤럭시 스마트폰을 선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또 "LG전자와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채택한 삼성전자 모델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LG폰 사용자들이 대부분 삼성전자로 이동하면 국내 삼성전자 점유율이 70~80%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이 경쟁사 애플이나 소비자 반발을 의식해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순 없겠지만, 만약 두 회사가 고가폰 경쟁을 벌인다면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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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이에요 2021-05-18 15:46:29
정말 유용합니다

하유림 2021-05-18 15:59:10
엘지핸드폰 괜찮았는데 아쉽네요ㅠ

김초원 2021-05-18 15:45:06
착한 기업 lg 앞으로 다른 곳에서 승승장구하길..!

헬스케어전자 2021-05-18 23:05:23
금성전자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