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대응에 7천억 기부 등" 삼성일가, 故이건희 회장 상속세 세부 처리 방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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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대응에 7천억 기부 등" 삼성일가, 故이건희 회장 상속세 세부 처리 방안 발표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04.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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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故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12조 원 이상의 상속세 납부를 포함한 세부적인 상속 방안을 공개했다.

오랜 투병 끝에 지난해 10월 25일 타계한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은 약 3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 50%를 적용하면 약 15조 원의 상속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러한 역대 최고의 상속 규모와 이에 대한 상속세 납부는 그동안 전 국민적 관심을 받아 왔으며, 많은 추측과 함께 상속세 세율 관련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오늘 삼성일가가 공식 발표한 故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처리 방안을 살펴보면 그동안 언론이 추측한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세의 일부는 개인 소장 미술품 등의 기부와 사회 환원 등으로 대체하고, 12조 원 이상의 상속세는 향후 5년 동안 분할 납부할 방침이다.

먼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감염병 대응과 극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7천억 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운영한다.

5천억 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되고, 2천억 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를 갖춘 150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건립을 추진한다.

또한,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도 3천억 원이 투입된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백혈병, 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 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 원을 지원하고, 소아암·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 원을 투입한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 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며, 지원 대상은 위원회가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판매가 불가능한 국보급 유산을 포함한 개인 소장 유물 및 예술 작품 등은 모두 국립 기관에 기부할 예정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과 고미술품 2만 1600여 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작품과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서양 미술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다.

국내 작가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된다.

기부와 사회 환원 활동을 제외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에서 발생한 12조 원 이상의 상속세는 올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할 계획이다.

故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은 "생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故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 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 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 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삼성 관계자는 이번 사회 환원 계획과 관련해 갑자기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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