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머릿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의 새로운 치료법 찾았다
상태바
포스텍 연구팀, 머릿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의 새로운 치료법 찾았다
  • 황민승 기자
  • 승인 2021.04.14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조류 유래 알지네이트 기반 하이드로겔 소재 개발
기존 코일 색전술 대체 기대

국내 연구팀이 뇌혈관 벽에 이상이 생겨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질환인 뇌동맥류를 치료할 신개념 소재와 치료법 개발에 성공했다.

포스텍은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통합과정 최근호, 기계공학과 김준원 교수·임종경 박사 공동연구팀이 기존 뇌동맥류 치료법인 코일 색전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구조적 안정성을 갖고 인체에서 분해되지 않아 장기간 유지될 수 있는 생체친화적이며 부작용이 없는 새로운 색전술용 소재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또 이 소재를 혈관 내 환경에서 미세섬유 형태로 안정적으로 형성 및 제어가 가능한 뇌동맥류 치료법(치료기기)도 함께 제시했다.

현재의 뇌동맥류 치료법은 뇌혈관이 터지기 전에 백금 코일로 동맥류를 메워 내부 혈류의 방향과 압력을 낮추는 코일 색전술이다. 하지만 코일 색전술은 동맥류의 크기에 따라 수술 시 개당 가격이 60여만 원에 이르는 백금 코일이 다수 사용돼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또한 미세 스프링 구조의 코일 특성 때문에 수술 중 동맥류가 터지거나 동맥류 내부가 완전하게 메워지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수술 후에도 불완전한 채움도의 영향으로 코일의 재압축이 발생, 코일이 환부에서 이탈할 수 있는 등 여러 문제가 상존한다.

의학계에서는 이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하이드로겔에 주목해왔다. 온도, pH, 빛 등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는데다 부드러운 기계적 특성에 힘입어 동맥류를 높은 비율로 채울 수 있는 색전 물질이기 때문이다. 특히 광(光) 가교성 하이드로겔은 시공간적 제어가 쉬워 색전술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지지만 실제 활용은 제한적이다.

그나마 개발되고 있는 동맥류 색전술용 소재들은 생리활성 기능이 없고 생체친화적이지 않은 합성물질 기반의 고농도 하이드로겔을 사용하는 탓에 체내에서 독성이 있거나 심한 팽윤이 발생하여 동맥류 파열 가능성을 높여 실제 상용화가 된 것은 아직 없다.

아울러 기존 수술법으로는 구불구불한 기하학적 구조와 높은 흡광도를 갖는 혈관 내 환경에서 빛을 이용해 하이드로겔을 생산·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임상에는 적용할 수 없었다.

이에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팀은 새로운 동맥류 색전술용 소재로서 이중가교(double crosslinking)가 가능한 해조류 유래의 알지네이트(alginate) 기반 하이드로겔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색전 소재는 인체에 무해한 가시광선 조사에 의한 빠른 공유 가교와 혈액에 존재하는 칼슘이온을 사용한 이온 가교의 시너지 효과를 활용하는 자연 유래 생체물질로 매우 우수한 생체적합성을 지닌다.

또한 인체에는 이 소재의 분해효소가 없어 분해되지 않으며 이중가교 덕분에 하이드로겔의 팽창 현상 없이 우수한 구조적인 안정성을 가진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동맥류를 채우고 파열을 방지할 수 있다. 조영물질 담지도 가능하다. 방사선 불투과성 조영 효과를 지녀 CT나 MRI를 통해 적용된 색전 소재를 장기간 지속해서 확인할 수 있다.

기계공학과 김준원 교수팀은 광섬유가 통합된 미세유체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구불구불한 기하학적 구조와 높은 흡광도를 포함하는 극한의 혈관 내 환경에서 광경화성 하이드로겔을 미세섬유의 형태로 안정적으로 생산·제어할 수 있는 신개념 수술기기다.

미세유체 장치에서 생산·제어된 이중가교 알지네이트 하이드로겔 미세섬유는 동맥류를 안전하고 균일하게 채울 수 있다. 이때 미세섬유는 서로 얽혀 덩어리를 형성하여 동맥류로 들어가는 유체의 흐름을 차단하고, 수술 후 맥동 환경에서도 해리되는 현상 없이 구조적 형태와 기계적 강도를 유지해 동맥류 내부 압력의 재상승 혹은 파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차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연 유래 생체물질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인체에서 장기간 유지될 수 있는 생체친화적이고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색전술용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라며 “향후 기술이전을 통해 상용화를 타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준원 교수도 “광가교성 하이드로젤 소재를 혈관 내에서 미세섬유화해 동맥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며 “뇌동맥류뿐만 아니라 색전이 필요한 많은 혈관질환에 다양한 광가교성 하이드로겔 소재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텍 공동연구팀의 이번 연구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4월 8일 자 백커버에 게재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