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제친 로블록스, 메타버스 열풍 속 당면한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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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제친 로블록스, 메타버스 열풍 속 당면한 과제는?
  • 전유진 기자
  • 승인 2021.03.16 10: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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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호접지몽, 프라이버시 침해와 윤리적 이슈

최근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짐에 따라 사람들은 호접지몽을 쉽게 경험하고 있다. 호접지몽은 어느 날 장자가 나비가 된 꿈을 꾼 뒤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장자라는 인간이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라며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느낀 혼란을 의미한다. 특히 IT 산업에서는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기술로 이러한 현상을 더욱 쉽게 접하게 되는데 이를 ‘메타버스(Metaverse)’라고 부른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나타낸다. 2020년 3분기 기준, 메타버스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미국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의 월간 활동 이용자 수는 약 1억 5000만 명, 월별 누적 이용 시간은 30억 시간에 달하는 등 메타버스 시대가 어느새 성큼 다가왔다. 메타버스의 인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이로 인해 발생될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프라이버시 침해와 윤리적 이슈 등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응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10대들 사이에서는 이미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미국 10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플랫폼을 조사한 결과, 메타버스 기반 모바일 게임 로블록스가 유튜브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16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 중 약 55%는 로블록스에 가입돼 있고 이들은 유튜브보다 2.5배 많은 시간을 로블록스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대 중 52%는 현실 친구보다 로블록스 내 관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로블록스 플레이 화면 (출처: 로블록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로블록스는 블록으로 구성된 3D 입체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로 구현된 개인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게임이다. 메타버스 안에서 무엇을 할지는 사용자가 결정한다. 사용자들이 직접 게임이나 자동차 등 창작물을 만들어 유로로 판매해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로블록스 안에서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는 2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버스는 이제 가상 세계를 통해 사회 활동을 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단순 가상현실(VR)보다 한 차원 더 진보한 개념으로 단지 화면을 통해 가상현실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가상 세계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가치 창출과 교류가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메타버스 인기몰이 요인에 대해 한 교수는 “MZ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 초 사이의 출생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현실에는 많지 않다. 이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다양성을 표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는 메타버스가 ‘자극’, ‘위축’, ‘균형’ 등 인간의 세 가지 욕구를 충족시키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사람이나 새로운 공간을 만나고 싶은 욕구,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 집에만 있으면서 생기는 불안감으로 인해 깨지는 균형 욕구 등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현실 대신 메타버스를 통해 살아가는 느낌을 받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단지 게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대학 입학식이나 신입 사원 연수를 가상현실 속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네이버 신입 사원 191명은 증강현실(AR)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SNS ‘제페토’로 신입 사원 연수를 진행했다. 각자의 아바타로 가상현실에 접속해 3D 맵으로 개설된 그린팩토리 사옥을 둘러보고 각종 미션을 수행했다.

또한, 지난해 4월 미국의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은 3인칭 액션슈팅(TPS) 게임 ‘포트나이트’ 내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전 세계 1230만 명이 동시에 게임 안에서 춤을 추고 날아다니며 공연을 즐겼다. 아이돌 그룹 BTS 역시, 지난해 9월 노래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포트나이트에 최초 공개하며 쇼케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 세계 3억 5000만 명이 이용하는 포트나이트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자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포트나이트를 최대 경쟁자로 꼽았다.

 

(좌측부터) 제페토에서 신입 사원을 위해 제작한 가상의 3D 그린팩토리 사옥, BTS 다이너마이트의 포트나이트 뮤직비디오 (출처: 네이버 Z 공식 사이트, 에픽게임즈 유튜브 캡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면 소통이 어려워지자, 메타버스를 찾는 이용자들은 더 늘어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만 벌어질 것이라고 여겨졌던 활동들이 가상 세계로 전환되고 있으며 공연, 전시, 관광, 자동차 등 여러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가상 세계에서 참여하는 ‘나’는 현실의 연장 선상인 자아를 가질 수도 있지만, 다른 세계관을 가진 자아로서 참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세계관의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이 결합한 삶이 일상적으로 됨에 따라, 사람들의 정체성에도 자유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로 발생되는 문제점

메타버스가 다양해지고 커질수록, 우리는 그 안에 어떤 세계관과 상호 작용을 담을지를 더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 한 전문가는 메타버스를 단순히 현실 세계에 1:1로 매칭되는 가상의 디지털 세계로 보는 것은 메타버스의 속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나타나는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유, 확장, 영속, 경제 등 메타버스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속성에 기반을 둔 프라이버시와 윤리 이슈는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부작용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우리는 이미 이와 같은 고민이 한 차례 이루어진 바 있다. 최근 서비스를 중단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사건이 바로 그 예시다. 이루다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AI를 학습시키는 데 사용되는 데이터에 관한 권리와 책임, 윤리적 이슈 등 다양한 문제를 인식했다. 메타버스 속에서 나의 아바타를 통해 행동하는 것은 현실의 나와 분리되지 않는다. 그 모습은 나의 일부며 내 안에 쌓이고 학습된다. 바로 이 학습이 메타버스 속 나뿐만 아니라, 현실 공간의 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지 돌아봐야 한다.

 

논란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AI 챗봇 이루다 (출처: 이루다 공식 홈페이지 캡처)

프라이버시 침해 또한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메타버스로 인해 예상되는 프라이버시 문제점으로전문가들은 먼저, 기존에 생성되지 않았던 다양한 정보가 수집돼 처리될 것이라 분석했다. 메타버스 안에서는 확장현실(XR)을 지원하기 위한 기기들로 기존에 수집되지 않았던 정보가 수집돼 처리된다. 이에 따라 이용자의 시선 이동이 수집, 분석돼 무엇을 보고 누구와 교류하는지를 더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제3의 존재가 특정 개인의 생활을 입체적으로 관찰해 메타버스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되는 것이다. 경험 시간, 교류 상대방, 대화, 아바타 아이템 등 개인을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는 정보가 수집, 처리되며, 이 과정에서 현실에서 신체의 반응까지 수집돼 마케팅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메타버스에서는 자신에 관한 개인정보가, 어느 시점에, 누구와 공유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아울러, 접속 기기, 메타버스 플랫폼, 창작자, 개발자, 마케터, 광고주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관여하는 또 하나의 세계에서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정보를 받아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은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곤란함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아동 프라이버시에 대한 각별한 보호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용자들은 현실에서 메타버스에 접속할 때의 연령 검증은 일단 메타버스에 진입한 후에는 그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메타버스는 나이로 제한되는 세계가 아닌, 경험을 중심으로 참여에 몰입하는 세계라는 것이 그 이유다. 때문에 오픈 플랫폼인 메타버스에서는 각별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에 대한 프라이버시 보호 프레임워크를 별도로 형성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이슈에 대해 IT 전문가는 “메타버스의 속성을 이해해 문제점에 적절히 대응하거나, 다양한 프라이버시 및 윤리 이슈를 감내하고 메타버스를 영위하거나, 메타버스 접속을 차단하고 현실 세계에 안주하는 등의 대응 방법이 있다. 마지막 방법이 우리가 메타버스를 맞이하는 방식이 돼선 안 될 것이란 점은 그 무엇보다 분명하다. 메타버스는 그저 가상현실이 아니라, 현실이 확장된 또 하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많은 IT 기업들은 현재 모바일을 이을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메타버스를 꼽으며 게임을 넘어 취미 활동, 업무, 생계 활동 등 모든 영역에서 메타버스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모든 일상이 모바일 안에서 가능해진 것처럼 메타버스의 확장성 역시 무궁무진한 만큼 메타버스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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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03-16 13:35:54
기사가 흥미로워요!

2021-09-26 16:00:38
미국에서 한 조사는 정확한 출처가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