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NFT, 규제 넘어 성능 갖추면 새로운 가치 경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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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NFT, 규제 넘어 성능 갖추면 새로운 가치 경제 만들 것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0.11.30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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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영준 이사 | 미디움 COO]
 

조영준 미디움 COO

부가티에서 만든 '라 브와튀르 누아르(La Voiture Noire)’. 전 세계에 단 한 대만 생산된 이 자동차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다. 8,000CC 엔진과 1,500마력을 보유한 이 괴물의 가격은 세금 포함 약 214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대부분의 존재는 그만큼의 값어치를 가진다. 그 존재에 들어간 수고와 세월의 양이 커질수록 희귀성이 배가되어 가치 상승에도 제한이 없다.

최근 특금법 시행과 관련해 이슈가 되고 있는 NFT(Non Fungible Token)는 이러한 개념에서 논란이 되었다. NFT는 ERC(Ethereum Request for Comment) 기반 토큰 중 하나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ERC-20의 경우 ERC의 20번째의 규칙을 따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더리움(ETH, Ethereum)이 바로 이 규칙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중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에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를 구현한 것이 ERC-721 토큰으로, 이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가치를 가진다.

NFT의 특징 중 하나는 소유권을 지분처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를 예로 들면, 214억 원 중 일부의 소유권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소유권은 온라인상에서 거래가 가능하며, 지분에 따른 수익을 가져갈 수도 있다. 이러한 개념은 온라인게임에 적용되어 큰 성장 잠재력을 어필했고, 정부에서 시행을 검토할 정도의 이슈를 몰고 왔다.

기존의 온라인게임에서는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 캐릭터와 아이템 등 개인 소유물의 보유 기간이 '공급자가 서비스를 지속하는 기간'으로 한정되었다. 하지만 블록체인 개념이 적용되면 사용자는 온라인상 개인의 계정, 아이템 등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장점은 게임회사들이 NFT 개념을 도입하려는 이유로 충분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온라인게임 유저들이 느껴온 갈증을 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갓즈 언체인드(Gods Unchained)’나 ‘더 샌드박스(The Sandbox)’ 등을 비롯해 VR게임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와 가상 공간을 이용한 ‘크립토복셀(Cryptovoxels)’ 등 NFT를 활용한 다양한 블록체인 게임이 출시되었다.

최근 블록체인 기반 판타지 스포츠게임에도 NFT가 적용되었는데, 이 게임에서는 E스포츠와 연계되어 실존하는 플레이어의 성과에 따라 NFT가 발행되고 가치는 희소성에 따라 결정된다. 가령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맹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은 이 게임에서 최고가를 기록했고 지난 7월에는 아이템 거래 플랫폼을 통해 GPK 디지털 카드가 NFT 기반으로 20만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 메사리(Messari)의 전문가들은 판타지 스포츠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자산이 선도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글로벌 회계법인 PwC는 이 분야의 연평균 성장율을 향후 3~5년간 7.2%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 블록체인 게임업계는 NFT와 관련해 지난 3월 특금법 통과 후 시행령과 게임법의 사행성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의 심의가 무기한 연기되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 심의 연기다. 토큰의 생성 원리에 따라 NFT가 대체 불가능한 속성을 가지며 생기는 가치 상승과 그에 따른 사행성 조장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사행성에 대한 판단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며, 그때까지 NFT는 검토 대상으로 멈춰 있을 예정이다.

한 가지 고려할 부분은 유저들이 비디오게임과 온라인게임을 통해 이미 현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경험하고 있지만 블록체인 게임은 현재 성능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래픽 요소를 포함한 블록체인 게임 콘텐츠는 아직 개선해야 할 요소들이 많이 남아있으며, 이는 고도화된 콘텐츠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재 블록체인의 성능에 기인하기도 한다.

ERC-721 역시 이더리움이 기반이고 이더리움은 과거 크립토키티의 처리 속도와 확장성에 대한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12월 초 이더리움 2.0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지만 전문가들은 시스템이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방대한 양의 데이터 발생에 따른 네트워크에 과부하 가능성이 높으며, 이와 같은 처리 성능의 문제는 유저의 사용 불편과 거래 수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임 분야 콘텐츠 완성도면에서 한국의 위상은 이미 세계 정상급이다. PC와 모바일을 포함한 게임 산업이 10년 넘게 성장세에 있으며, 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캐릭터, 아이템 등 게이밍의 산물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소유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국내 블록체인 게임 분야의 NFT 활용은 또 하나의 가치경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NFT는 디지털 자산의 개념이 적용되는 수많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디지털 Asset의 개념이 적용되면 NFT는 디지털 음원을 비롯하여 예술 작품 등의 저작권, 부동산 등의 가치가 1/n의 형태로 거래될 수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무결성과 보완성이 보장된 디지털 자산의 개념은 수많은 수요자에게 매력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사행성 규제와 성능의 허들을 넘어야 하지만 NFT가 블록체인 게임을 포함하여 디지털 자산의 개념이 적용되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만들어갈 새로운 생태계를 벌써부터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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