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기업 한컴의 우수 직원 포상, 알고보니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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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기업 한컴의 우수 직원 포상, 알고보니 ‘갑질’
  • 최형주 기자
  • 승인 2020.10.12 07:55
  •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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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한컴 회장, 우수 직원에 가평 토지 포상 밝혀
증여 아닌 매매로 이뤄진 포상, 가격도 시세 수준
퇴직 시 한컴에 땅 돌려줘야.. 직원은 세금만 추가 납부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김상철 회장은 지난 2월 14일 한국경제 보도를 통해 “우수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인의식 고취를 위해 경기도 가평의 땅을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복지가 좋다, 잘하고 있다’ 등의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취재 결과 해당 부동산 계약서 내용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생색내기식 포상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오히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위 ‘갑질’에 가까웠다.

 

■ 증여가 아닌 매매가 인센티브?

한컴은 지난 2017년부터 15년 이상 장기 근속자와 우수 성과자에게 회사가 보유한 가평 지역 약 3만 3058㎡(1만 평)의 토지를 100평씩 나눠줬다. 그러나 본지가 단독 입수한 계약서의 세부 내용은 형식적인 보상에 불과했다.

우선, 한컴은 땅을 직원들에게 증여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 매매 거래를 통해 넘겼다. 계약서 제4조에는 토지 100평에 대한 매매 대금이 270만 원이라고 명시돼있으며, 이는 해당 토지의 공시 지가(2018년 3690원, 2019년 3810원, 2020년 현재 4070원, ㎡당)를 훨씬 웃도는 ‘시세’에 가까운 수준이다. 즉 인센티브라고 대외적 홍보가 진행됐지만 실상은 시세에 맞춰 토지를 매각한 셈이다.

한컴이 직원 포상으로 지급했다는 땅의 공시지가
한컴이 직원 포상으로 지급했다는 땅의 공시지가

물론 한컴이 직원들을 위해 전원주택이나 펜션을 짓는 등 노후를 위해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는 가평 땅을 저렴하게 팔았다고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제6조 처분제한 항목을 살펴보면, 직원들은 보상받은 토지에 대한 개발이나 사용 권한조차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한컴 토지 포상 매매 계약서

 

■ 개발도 못 하고, 달라면 다시 줘야 하는 애물단지 포상

김상철 한컴 회장은 지난 2월 인터뷰에서 “보상을 돈으로 주면 쉽게 써버릴 수 있다”며 “직원들과 같은 땅을 함께 소유하면 공동체 의식이 더욱 강해진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한컴이 제공한 이 토지 인센티브는 ‘사용할 수 없도록’ 설계됐다.

계약서 제6조 1항은 땅을 지급받은 한컴 직원들이 사전 서면 동의 없이 ‘보상받은 땅’에 대한 매매·증여·양도·저당권·지상권·임차권 설정 등의 권리 행사는 물론, 개발 행위도 불가능하도록 작성됐다. 뿐만 아니라 해당 항목들을 위반할 경우 직원들은 매매 대금의 10배를 지급해야 한다는 독소조항도 있었다.

매매 계약서가 규정한 권리는 일방적이다

이처럼 땅을 산 직원들의 권리는 제한된 반면, 한컴은 해당 토지에 대해 실소유주 수준의 권리를 갖는다. 제7조 환매특약을 살펴보면, 한컴은 해당 계약일로부터 5년이 경과했을 경우, 해당 토지의 매매대금인 약 300만 원만 지급하면 다시 토지를 매입할 수 있다. 실제 해당 토지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한컴은 퇴사자들이 보유한 토지 지분을 300만 원 수준에서 재매입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원이 퇴사한 경우에도 한컴은 땅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토지가 지구 단위의 대형 개발 사업에 선정돼도, 한컴은 최초의 매매대금만을 지급하고 토지를 환매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인센티브로 지급받은 토지가 과연 직원들의 땅인지, 한컴의 땅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환매특약 뒷부분과 이후 내용

 

■ 보상일까, 세금 대납 ‘갑질’일까?

위 내용을 종합해 보면, 직원은 보상으로 받은 토지를 개인적 용도로 이용할 수 없다. 퇴직 후 노후를 위한 전원주택을 지을 수도 없고, 주변 개발로 땅값이 올라도 처분할 수 없다. 특히 환매특약엔 사망 시 한컴에 땅을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자녀에게 물려줄 수도 없다.

사실상 해당 직원은 한컴에서 퇴사하거나 사망할 때까지 한컴 대신 해당 땅에 대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제10조는 계약 내용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해당 토지를 받는 직원의 책임으로 돌린다. 결국 포상은 해당 직원에겐 조금도 득이 될 것 없는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 수단으로 사용됐으며, 이 같은 상황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갑질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손해배상 항목 등 한컴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정된 매매 계약서

 

■ 공공(公共)이 살린 한컴, 공공성은 어디에?

지난 1998년 한컴은 IMF 사태로 부도 위기를 맞았고, 당시 우리 국민들은 ‘한글’을 지키기 위해 아래아 한글 살리기 운동을 펼쳤다. 이어 한컴이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출시한 ‘한글815’ 특별판은 200만 장이 팔리는 등, 한글은 MS워드를 밀어내고 ‘국민 워드프로세서’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한컴은 지난 2020년 1분기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수혜를 누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111%나 증가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국내 주요 공공기관의 여전한 ‘한글 사랑’과 국민들의 열성적 지지를 기반으로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IT 솔루션 기업이 됐다.

이처럼 한컴은 공공이 살려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국민 기업’이다. 실제 본지가 만난 제보자 또한 ‘국민 기업 한컴 시절’부터 한컴에 재직해왔으며, 회사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그러나 이같이 국민 중 한 사람이기도 한, 직원들에 대한 한컴의 처우는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공개적으로 내세운 포상이 허울뿐인 갑질이었다는 점은, 한컴을 수식하는 국민 기업이라는 애칭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본지는 IT 업계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한글과컴퓨터의 총판 계약, 내부 행사 수의 계약 적절성, 사내 인센티브 수령 등과 관련한 추가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기사 하단의 기자명을 클릭하시거나 홈페이지 하단의 ‘기사 제보’ 메뉴를 통해 제보가 가능합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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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헌쳇바퀴에타고파 2021-09-21 18:02:49
(팩트) 호환성이 안높은 워드프로세서 문서를 만듭니다.

형주이놈 2020-10-20 15:29:31
돈을 얼마나 받았냐 형주야 바로 오해라고 기사를 올리다니

ㅇㅇ 2020-10-15 13:39:34
ㅈ같은 한컴같으니라고.. 이참에 탈한글해서 워드로 통일시키자

ㅇㅇ 2020-10-14 14:52:21
이참에 문서 워드로 통일하는게 어떠냐

ㅇㅇ 2020-10-14 04:37:37
조센징 레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