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래가 아닌 현재의 기술, 블록체인
상태바
[칼럼] 미래가 아닌 현재의 기술, 블록체인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0.09.28 1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록체인 상용화와 성능 개선의 필연성

[글=조영준 | 미디움 COO]

올해 6월, 블록체인 성능 개선을 위한 과기부의 '데이터 경제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개발'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2021년부터 5년간 111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합의 기술 ▲스마트 컨트랙트 보안 기술 ▲분산신원증명 기반 개인정보처리·신원관리 기술 ▲데이터 주권 보장 데이터 관리 기술의 개발을 추진한다. 상용화 가능한 수준의 블록체인 성능 개선이 주목적이다.

이는 데이터가 증가하면서 서비스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로 해석되며, 성능 개선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의 상용화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광범위한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있어 큰 걸림돌이었던 데이터의 활용 부분이 금년 통과된 '데이터3법'에 의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블록체인은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기술이다. 하지만 기술적 개념이 소개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블록체인은 이렇다 할 사회적/경제적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까지 블록체인 SW기업의 80%는 매출이 없었고, 그나마 매출을 올리는 기업도 대기업에 편중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기술 혁신을 주도해온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자금 압박을 이기지 못해 줄줄이 폐업을 선언하는 상황이다.

기업의 생존과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매출이 있어야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니즈와 인지가 필요하고 이에 상응하는 서비스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술 공급자와 수요 집단과의 이(利)가 아직은 맞지 않는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블록체인 기업들이 넘어야 할 부정적 인식이 넓게 깔려 있다. 이는 상용 서비스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의 실효성을 증명하며 극복 가능한 영역이다. 하지만 운동선수가 경기에 나서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이 받쳐줘야 하듯, 블록체인이 기존의 서비스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비스 제공 수준의 성능 구현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능은 ‘블록체인이 빨라야 한다’는 단순 접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편익을 위해 기술적 완성도를 겸비하면서도 서비스 가능한 수준의 고성능이 필요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때, 시스템의 성능은 피크타임(Peak Time)의 방대한 데이터까지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한다.

항상 부정 이슈가 끊이지 않는 선거의 예를 들어보자. 선거의 투표와 개표는 무결성과 위변조 불가성 등 블록체인의 기술적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지난 4월 15일 실시된 21대 총선의 투표율은 62.6%로, 전국에서 2753만 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 종료 후 즉시 진행된 개표는 7만 4천여 명의 손을 거쳐 만 하루를 넘기지 않고 모든 집계를 완료했다. 당시 투/개표 등에 소요된 선거 관리 비용은 총 2632억 원으로, 전체 선거 비용의 64%를 차지했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기술 적용 가능성을 차치하고, 블록체인 시스템이 적용됐을 때의 변화를 예상해 보자. 선거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무결한 상태로 보관 및 관리될 것이며, 선거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 프로세스는 사람 대신 시스템이 관장하여 해마다 발생하는 수천억 원의 선거 관리 비용을 극적으로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걸림돌은 없을까?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처리 속도다. 개표 결과를 즉시 공개해야 하는 선거의 특성상 블록체인 기반의 관리 시스템이 실제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최소 2000만 개의 데이터를 한정된 시간 안에 완벽하게 처리할 성능이 수반되어야 한다.

금융 서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별 지점의 시간당 발생 트랜잭션(TPS)은 1500~200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흐름의 데이터가 감당 가능한 수치이며 피크타임을 감안했을 때, 블록체인 시스템 도입을 위해서는 그 10배 이상인 2만~3만TPS 정도의 처리 성능이 요구된다.

또한, 지난달 한국도로공사가 핑거-하나은행 컨소시움과 체결한 ‘블록체인 기반 상호신뢰 통행료 정산 시범사업’의 경우도 같은 맥락의 성능 허들을 넘어야 한다. 한국도로공사의 이번 시범 사업은 그동안 비효율적이었던 상호 정산 업무 프로세스를 대폭 개선하여 환불 및 미납 데이터의 오류를 줄이고 통행료 정산에 대한 신뢰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시행된다. 이 시범 사업이 효과를 거두면, 그동안 고속도로 이용객들이 월평균 9만 건 이상 겪어야 했던 환불과 과·오납 관련 민원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대폭 감소하고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속도로 이용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올해 7~8월 고속도로 일평균 통행량은 전년보다 1.3% 증가한 476만 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처리해야 하는 통행료 정산 업무가 늘어나면서 이번 시범 사업에 쏠리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최근 발표한 ‘한국형 뉴딜’ 정책의 디지털 전환 핵심 기술로 선정한 블록체인 기술의 공공부문 도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주도하는 블록체인 시범 사업은 올해 들어 더욱 구체적인 실증 사업에 초점을 두고, 2020년 총 24개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10곳이 선정되어 블록체인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시범 사업에는 과제당 6억 원씩의 사업비가 지원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을 추진해 부동산 거래 관련 문서를 블록체인 데이터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올해부터 모바일 공무원증 사업에 블록체인 기반의 DID 기술을 시범 도입해 21년 복지카드, 22년 운전면허증으로 발급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조영준 미디움 COO
조영준 미디움 COO

미국의 시장조사기업 가트너는 2025년 블록체인 시장 규모를 3조 1천억 달러로 예측했고, 세계의 경제학자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중국의 BSN(Blockchain Service Network)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리더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고성능에 기반한 블록체인 상용화 시도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이미 미래가 아닌 현실의 기술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설립 초기부터 블록체인 상용화를 위해 성능 개선에 집중한 미디움의 방향성과 일치한다. 세계적인 IT 강국인 대한민국의 블록체인 상용화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신속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강한 국가 경쟁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