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로 시청한 근미래 배경의 영화에서 드론이 치안을 유지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장면이 등장했다. 마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CCTV에 찍히듯, 영화 속 미래 세상에서는 드론이 하늘에서 CCTV의 역할을 수행한다. 나의 모든 행동과 동선을 드론이 지켜보는 세상에서 과연 나는 안전하다고 느낄까? 사회 안전망과 융합된 드론은 우리의 미래를 우리의 미래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

드론 활용의 핵심, 페이로드
드론의 구조는 크게 구동부, 제어부, 통신부, 그리고 페이로드(Payload)로 나눌 수 있다. 구동부는 드론을 하늘에 띄우는 부품들로, 프로펠러와 모터, 변속기, 그리고 배터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제어부는 드론을 안정적으로 조종하기 위한 각종 센서-3축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 GPS, 고도계, 자력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통신부는 조종자의 원격 신호를 수신하고 필요에 따라 사진이나 영상을 송신할 수 있는 통신 장치가 탑재된 영역이다. 주로 Wi-Fi와 LTE, 5G 등의 통신 칩셋이 장착되어 있다.
이처럼 드론은 항공 기술과 센서 기술, 그리고 통신 기술이 집약된 ICT 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드론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페이로드에 있다. 페이로드는 보통 항공기의 탑재 하중을 의미하는데, 드론의 경우 목적에 따라 탑재하는 추가 장비들을 지칭한다. 방송 촬영용으로 장착하는 카메라, 농약 살포 장치, 시설물 점검이나 탐지를 위한 각종 센서, 물건 운송을 위한 상자나 배송물 등이 모두 페이로드에 속한다. 페이로드에 무엇을 장착하느냐 따라 드론의 용도가 결정되는 셈이다.
문제는 페이로드를 악용하는 경우다. 군사용 드론의 초기 모델처럼, 폭발물을 장착한 드론으로 시설물이나 특정 인물을 공격하는 테러 행위는 이미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왔으며, 드론을 이용한 불법 촬영으로 불거진 사생활 침해 논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은 어떠한 도구든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악용될 수 있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도 피해갈 수 없었다. 다만,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드론 산업 자체가 위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동하는 CCTV, 드론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 다시 한번 증명된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정말 많은 공공 CCTV가 설치되어 있다. 확진자가 아무리 동선을 속이고 거짓말을 해도 CCTV와 휴대전화의 위치 추적을 통해 거짓을 모두 가려내고 있다. 한번은 외국인 자가 격리자가 규정을 어기고 외출했다 적발된 적이 있었는데, 이 외국인은 외출한 사실이 없다며 거짓 진술을 했다. 하지만 그의 동선은 주변 CCTV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처럼 도심 곳곳에 설치된 공공 CCTV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CCTV가 드론에 장착된다면 어떨까? 최근 수년 동안 드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드론을 활용한 영상보안 시스템 구축도 실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아직은 드론의 비행 유지 시간이 짧기 때문에 드론을 메인으로 한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하기는 어렵지만, 비상 상황에서 보조 감시 체계로 활용하는 방안은 충분히 현실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강력 범죄가 발생해 도주하는 범인을 추적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지금의 관제 시스템에서는 범인의 도주 경로에 위치한 CCTV를 연속으로 모니터링하며 동선을 추적해야 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CCTV가 설치된 드론을 띄워 현장으로 급파하면 공중에서 범인의 위치를 손쉽게 추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드론은 CCTV를 설치하기 어려운 장소나, 경찰의 순찰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의 감시 등을 수행하며 공공 안전의 사각지대를 보완해 줄 수 있다.
또한, 드론에 여러 기능을 장착해 실제 범죄 검거를 수행하게 할 수도 있다. 가령 사이렌 소리를 내거나 서치라이트로 범인을 추적해 경찰들이 범인을 검거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더욱 강력한 수단으로는 그물이나 테이저건을 장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어떠한 방향이든 사회 안전을 위해 드론을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드론의 의한 사생활 침해
그런데 과연 드론에 CCTV를 장착하는 관제 시스템이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을 수 있을까? 안전과 사생활 보호 문제는 CCTV가 보급되면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논쟁이다.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공 CCTV의 설치는 필수라고 주장하는 의견과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공공 CCTV 설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여러 강력범죄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 등으로 CCTV 찬성론이 더 큰 지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선량하다고 믿고 있으므로, 자신이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사고에 휘말렸을 때 CCTV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이 CCTV가 드론에 장착되어 하늘에서 지상을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서두에 언급한 영화에서처럼 공중에 떠 있는 CCTV는 나의 모든 행동을 연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이처럼 드론과 접목된 CCTV는 더 집요하고, 적나라하게 사람들의 사생활을 감시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 CCTV로 촬영된 개인의 영상정보를 함부로 공개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권력자가 국민을 통제하는 국가에서 드론과 결합된 CCTV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드론에 의한 사생활 침해 위협은 공권력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드론의 대중화가 시작될 때부터 무분별한 도촬은 큰 논란이 되어 왔다. 인터넷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도촬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연예인의 집을 찾아가 드론을 띄워 담장 너머 안쪽을 촬영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드론의 활용에는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 안전망 구축
물론, 사생활 침해와 같은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고도 드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 그 중에서도 현재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가 사회 안전망 구축이다. 드론을 활용해 시설물을 관리하고, 재난 및 사고 감시를 통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미 산불을 감시하고 진화하는 작업에는 드론이 실전 투입되고 있다. 산불은 조기에 발견해 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사람의 힘으로 산 전체를 감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드론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넓은 지역의 산불을 감시할 수 있다. 드론에 카메라와 화재 감지 센서 등을 탑재해 정찰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감시 시스템은 사람이 직접 조종할 필요 없이 자동 비행으로도 가능하며, 다수의 드론을 교대로 운용하면 배터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드론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드론에 화재 진압용 장비를 장착해 두면 실제로 산불을 발견할 경우 빠르게 진화를 시도할 수 있다. 올해 초에는 화재 진화용 드론을 일부 건축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이루어져,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이 외에도 교량 점검, 고층 건물 외벽 점검, 대형 항공기의 외부 점검 등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을 드론을 통해 점검하는 등 시설물 점검 부분에서 드론은 이미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하고 있다.

드론이 가져온 새로운 위협들
드론의 활용 영역이 넓다는 의미가 꼭 좋은 쪽으로만 사용된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특히 테러 활동에 드론을 동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드론은 미군이 운용하는 군사용 드론처럼 강력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근거리에서 폭탄이나 화학병기를 실어 날으는 역할 정도는 쉽게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드론을 사용한 공격을 방어하는 안티 드론 기술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초창기에는 매와 같은 새를 이용해 공중에서 제압하는 방안과 그물총을 장비한 드론으로 맞대응하는 방법들이 연구됐고, 방해 전파를 발사해 드론의 원격 제어를 무력화하는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로는 테러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 내기에는 무리가 있어, 최근에는 대공화기를 이용한 물리적인 격추나 레이저 병기를 통한 자동 요격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드론에 의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탐지가 가장 중요하다. 드론을 탐지하는 주요 방법으로는 프로펠러의 소음 탐지, 드론과 원격조종장치 사이의 고유 주파수 탐지, 영상 탐지, 레이다 탐지 등이 있다. 드론의 위협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드론을 탐지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 중이며, 네덜란드 기업이 개발한 음향 탄지 시스템은 소형 드론의 프로펠러 소리를 3km 밖에서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적용은 언제나 새로운 위협도 함께 불러왔지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이번에도 답을 찾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드론 기술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