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블록체인 상장사 글로스퍼랩스,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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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블록체인 상장사 글로스퍼랩스, 이대로 괜찮을까?
  • 최형주 기자
  • 승인 2020.07.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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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글로스퍼랩스, 김태원 전 대표 사망 후 매각 수순
②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하이콘 투자 내역
③설득력 부족한 글로스퍼랩스의 미래 청사진

 

국내 최초의 블록체인 상장사로 알려진 글로스퍼랩스가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팍스넷 보도에 따르면, 글로스퍼랩스는 이번 매각을 통해 현재 상속이 진행중인, 사망한 김 전 대표의 지분을 처분하고 글로스퍼랩스의 경영권을 인수자에게 넘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회사를 대표하며 대내외 활동을 활발히 하던 김태원 대표의 죽음 탓일까, 매각을 발표한 글로스퍼랩스의 미래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또한 김태원 대표의 죽음과 글로스퍼랩스, 그리고 관계사인 글로스퍼의 현 상황엔 몇 가지 의문점이 존재한다. 김태원 대표를 향했던, 그리고 이젠 글로스퍼랩스와 글로스퍼가 감당해야 할 의혹들을 정리해봤다.

글로스퍼랩스 사무실이 위치한 글로스퍼 사옥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신고는 경찰에?

지난 3월 20일, 김태원 글로스퍼랩스 대표가 자택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6월 12일, 글로스퍼랩스는 김태원 대표가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를 대표하던 젊은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업계의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나 여기엔 석연치 않은 의혹이 남아있다.

김태원 대표가 사고를 당했을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김태원 대표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후 글로스퍼랩스 측은 김태원 대표가 자살을 시도한 것이 아닌 뇌출혈로 쓰러졌다며 관련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김 대표가 쓰러지고 가장 먼저 신고가 접수된 곳은 경찰서였다. 일산소방서 관계자에 따르면, 신고를 받은 대화지구대 경찰들이 우선 도착해 쓰러진 김 대표를 응급처치 했고, 뒤이어 도착한 일산소방서 소방관들이 김태원 대표를 일산 백병원으로 후송했다. 상식적으로 쓰러진 환자를 119가 아닌 112에 우선 신고한다는 것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후 3월 24일엔 파이낸스경제신문이 김태원 글로스퍼랩스 대표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자살이 아니라는 글로스퍼랩스 측의 항의성 반발과 요청으로 삭제돼 현재는 더 이상 조회되지 않는다. 그러나 김태원 대표의 사망 직후인 6월 14일, 이번엔 뉴시스가 김태원 대표의 사망 소식을 다루며 ‘자해’로 병원에 입원해 끝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내려가지 않았다. 그렇게 김태원 대표의 사망은 세 가지 의문점만을 남겼다.

첫째로 김태원 대표를 발견한 가족 혹은 지인 중 누군가는 왜 소방서가 아닌 경찰에 먼저 신고했을까?

둘째로,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과 매체들이 김 대표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알려왔음에도 글로스퍼랩스와 글로스퍼는 왜 이를 부인하고 있을까?

세번째 의문점은 글로스퍼랩스와 관계사인 글로스퍼 측의 답변이 일치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본지가 양사에 각각 문의한 결과, 글로스퍼랩스 관계자는 김태원 대표가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밝혔고, 관계사인 글로스퍼 관계자는 당시 김태원 대표가 과도한 음주로 넘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 회사라 봐도 무방한 두 관계사 간의 답변이 일관성이 없는 점은 또다른 의문을 남긴다.

김태원 전 글로스퍼랩스 대표

 

블록체인의 투명성, 글로스퍼 하이콘은 “글쎄”

글로스퍼가 블록체인 기업으로서 받고 있는 가장 큰 의혹은 ‘투명하지 못한 하이콘 관련 정보 공개’다. 하이콘에 관한 첫 번째 의문점은 암호화폐 운영 주체인 하이콘 재단에 관한 의혹이다.

글로스퍼는 ICO를 진행하던 2017년, 하이콘을 스위스에 재단을 둔 암호화폐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실제로 재단은 스위스가 아닌 홍콩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후 김태원 대표는 AMA(Ask Me Anything)를 통해 “스위스 재단 설립에 들어갔고, 정관까지 통과돼 모든 과정이 거의 마무리되던 중, ICO 회사를 싱가폴 또는 홍콩으로 이관하는 기업이 많아져 홍콩에 하이콘 파운데이션 ltd 법인을 설립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상에 업데이트가 되지 못했던 점은 죄송하다”고 밝혔으나, 본인의 답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 ‘설립되지도 않은 스위스 재단을 이미 존재하는 것처럼’ 홍보에 사용한 부분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다.

두 번째 의혹은 하이콘이 지갑의 사용 내역을 투명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12월 김태원 대표는 한 투자자 A씨로부터 자신이 납치와 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 A씨는 블록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김태원 대표의 납치, 감금 주장을 반박하며 “공시를 통해 인수 과정에서 전환사채 발행 등 무자본으로 M&A가 이뤄진 것을 알게 됐고, ICO로 투자 받은 금액은 어디로 갔는지 물었다. ICO 자금이 남았을 텐데 왜 기업 인수를 차입으로 했는지 의심하게 됐고, 개인 투자자로서 ICO 모금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명확히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보통 암호화폐 개발사들은 ICO 진행 후 자금 사용 내역 혹은 투자 내용을 공개한다. 또 ICO 당시 김태원 대표는 AMA를 통해 “법무법인 또는 세무법인을 통해 세무적 언어로 공개해 공신력을 인정받고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향후 이를 투명히 공개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하이콘의 투자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 내역에 대해선 배임, 횡령, 사기 등의 소문만 무성한 상태이며, 향후에도 하이콘과 관련된 약속과 공언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펜션과 철강산업에 블록체인?

최근 글로스퍼랩스와 글로스퍼에 관한 가장 큰 논란은 ‘펜션 인수’와 우회상장 과정 중의 ‘무자본 M&A’다. 무자본 M&A란 자금을 빌려 특정 기업을 인수하고, 해당 기업의 자산을 매각해 인수 자금을 갚는 경영 기법이다.

글로스퍼 홀딩스(글로스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는 지난 2019년 9월 상장사인 GMR머티리얼즈의 지분 23.99%를 확보했다. 그리고 이 인수는 차입된 자금(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이뤄져 한 차례 ‘기업 사냥을 위한 무자본 M&A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물론 무자본 M&A는 불법이 아니며, 합병된 기업의 역량을 끌어올려 더욱 탄탄한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비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인수합병 과정 등을 살펴볼 때, 글로스퍼의 행보는 ‘회사의 성장을 위한 전략적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우선 인수 직후 GMR머티리얼즈는 글로스퍼랩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2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김태원 대표가 모든 지분을 보유한 글로스퍼의 주식 74.53%, 255억 원 규모를 구매하기로 한다. 글로스퍼가 자회사인 글로스퍼 홀딩스의 무자본 M&A를 통해 우회상장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이때의 글로스퍼 자본 총계는 약 70억 원에 불과해, 이때부터 김태원 대표는 기업 사냥을 통해 255억 원을 ‘먹튀’하려는 것은 아니었냐는 의혹을 받게 된다.

이외에도 글로스퍼랩스의 행보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글로스퍼랩스는 글로스퍼 주식 인수 발표 전, 수익 사업 중 하나였던 자회사 ‘바른창호’의 지분을 130억 원에 매각했고, 이후 2020년 1월엔 130억 원으로 가평의 한 펫 펜션을 인수했다. 글로스퍼랩스는 해당 펜션이 캐쉬카우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130억 원이라는 자금 규모로만 단순 비교하면 꾸준한 매출과 수익을 안겨주던 바른창호를 아직 수익이 나지 않는 펜션과 맞바꾼 셈이 된다.

특히 펫 펜션 인수 당시, 그러니까 1월 말 기준으로 글로스퍼랩스의 코스닥 시가총액은 250억 원대로, 펜션 인수 금액이 시가 총액의 50%를 상회한다. 글로스퍼랩스는 펜션을 인수하며 “각종 위락, 편의시설들로 구성돼 있고, 작년 하반기부터 영업을 개시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향후 안정적인 캐쉬플로우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글로스퍼랩스가 인수한 오버더마운틴 펜션(자료: 오버더마운틴 홈페이지)
글로스퍼랩스가 인수한 오버더마운틴 펜션(자료: 오버더마운틴 홈페이지)

이어 글로스퍼랩스는 6월 26일 결손금을 보전하기 위해 무상감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무상감자는 누적 결손금이 커질 때 실시하는 조치로, 주주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감자 비율만큼 주식을 잃어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런데 또 이어 7월 8일엔 전환사채 100억여 원 발행, 유상증자 100억여 원 규모를 각각 공시하며 총 200억 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결국 기존 주주들의 권리는 줄고, 새로 유입된 주주들의 지분과 권리만 커진 셈이다.

 

석연찮은 해명, 증권계 전문가들의 생각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김태원 대표는 무자본 M&A논란에 대해 “우회 상장을 위해 많은 업체 중 철강업체를 선택한 이유는 철강산업과 블록체인을 결합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기존 GMR머티리얼즈의 자회사였던 방화문 제조 기업 바른창호를 130억 원에 매각한 이유에 대해선 “성장이 정체된 제조업을 정리하고, 그 자리에 성장 가능성이 큰 블록체인 산업을 들여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국내 지자체를 만나보니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하면서 회사 규모 때문에 실제로 사업을 맡기는 경우가 드물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사에서 벗어나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끄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글로스퍼랩스의 계획과 행보에 대해 증권계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글로스퍼랩스의 M&A와 펜션 인수가 과연 블록체인 사업에 꼭 필요했을까? 본지는 국내외 유명 증권사 관계자들을 통해 글로스퍼랩스의 이 같은 행보가 블록체인 기업의 가치 재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의견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

국내 ㄱ증권사 관계자 C씨는 본지 인터뷰를 통해 “기술력이 풍부한 블록체인 업체였다면 굳이 이같은 M&A와 펫펜션 인수 등이 필요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 현 상황에서 글로스퍼랩스는 투자가치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ㄴ증권사 관계자 D씨는 “최근 글로스퍼랩스의 사업 결정은 엄밀히 놓고 보면 블록체인 기술과는 거의 연관성이 없다. 자연스러운 비즈니스 논리는 찾을 수 없고, 사업적 결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블록체인을 끼워 넣은 듯하다. 글로스퍼랩스가 블록체인을 위한 생태계 조성이 아닌 다른 목적을 달성하거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사업적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스퍼랩스의 인수과정과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에 대해 “블록체인 기업이 철강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펜션 사업을 위해 100억 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한다고 해서 펀더먼털(Fundamental, 기업의 근본 역량)이 올라갈 것이라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현재 해당기업의 영업이익과 거래량, 지분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업의 성장 지속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답변을 내리기 쉽지 않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글로스퍼랩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상감자 공시가 있었지만, 연이은 매각설과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이 호재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 가치 평가에 있어 리스크, 바로 ‘불확실성’은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앞으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글로스퍼랩스는 김 전 대표가 받던 많은 의혹들을 감당해야 한다.

사실 김태원 대표 본인, 혹은 내부 관계자나 가족이 아닌 이상 이같은 의혹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생겨나고 있다. 하이콘 ICO시절부터 글로스퍼를 지지해온 투자자들을 위해, 이젠 글로스퍼가 직접 나서 이 같은 의혹들을 씻어내야 할 때다.

 

*본지는 글로스퍼, 글로스퍼랩스와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지속적인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기사 하단의 ‘기사제보’ 버튼을 누르시면 어렵지 않게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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