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탈중앙성의 블록체인, 중앙기관의 오픈마인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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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탈중앙성의 블록체인, 중앙기관의 오픈마인드 필요
  • 배유미 기자
  • 승인 2019.12.1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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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 루카스 하르토흐(Koen Lucas Hartog) 네덜란드 정부 블록체인 프로젝트 매니저 인터뷰

[CCTV뉴스=배유미 기자] 작년 2월, 네덜란드에서 ‘블록체인 아기’ 빌리가 탄생했다.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출산 및 산후조리 서비스 혜택을 받은 아기이기에 해당 소식은 더욱 화제가 됐다. 이처럼 네덜란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왔으며, 지금도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하에 긍정적인 산업 발전 사례를 남기고 있다. 금번 BIIC2019에서 쿤 루카스 하르토흐(Koen Lucas Hartog) 네덜란드 블록체인 프로젝트 매니저는 네덜란드의 현 블록체인 산업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금번 BIIC2019 현장에서 쿤 매니저를 만나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의 블록체인 산업과 국가 기관이 블록체인 산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자세히 들어봤다.

㉛ 쿤 루카스 하르토흐(Koen Lucas Hartog) / 네덜란드 정부 블록체인 프로젝트 매니저

▲ 쿤 루카스 하르토흐(Koen Lucas Hartog) 네덜란드 정부 블록체인 프로젝트 매니저

■ 튤립과 암호화폐는 조심스럽지만, 블록체인에는 적극적인 네덜란드

쿤 매니저는 40여 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현재는 네덜란드 블록체인 연합(Dutch Blockchain Coalition, DBC) 프로젝트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7년 3월,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을 위해 민∙관∙학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DBC 블록체인 연합을 출범했다. 해당 연합에는 경제부와 법무부를 포함한 5개의 정부부처, ABN 암로 등 네덜란드 내 대형 은행들과 보험사를 포함한 15개 기업, 델프트공과대학을 비롯한 15개의 대학 등 총 35개의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쿤 매니저의 설명에 따르면, DBC 멤버사들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수립할 의무가 있으며, 지금도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DBC를 통해 다양한 시범사업과 정책을 수립한 네덜란드는 현재 디지털 신분증, 금융권 및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모든 시도는 네덜란드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쿤 매니저는 이와 관련해 “실제로 정부, 중앙은행 등 네덜란드의 중앙기관들은 탈중앙화라는 특성상 그 권력을 내려놓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해당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네덜란드는 암호화폐에 큰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규제하고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에 일었던 튤립버블과 암호화폐 시장이 비슷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네덜란드 입장에서는 암호화폐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쿤 매니저는 “네덜란드를 포함한 다수의 국가들이 2017년 사기 코인, 껍데기뿐인 ICO 등 투자 광풍에 따른 버블 현상을 경험했다”며 “때문에 한국처럼 ICO 자체를 규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각국이 내세울 리브라 및 암호화폐 대응책은 ‘자체 디지털 화폐 발행’

지난 10월 30일, 정치 언론매체 폴리티코 유럽은 “프랑스의 주도 하에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네덜란드가 리브라 발행을 막기 위한 협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EU 회원국가들에게 리브라 재단에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쿤 매니저는 지난 한 해 이슈가 되었던 ‘리브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해당 국가들 중 가장 리브라 발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국가는 프랑스와 독일이며, 네덜란드는 리브라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쿤 매니저는 리브라의 지속 여부와 상관없이 그 영향력에 대해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리브라 때문에 각국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뿐만 아니라 암호화폐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며 “무엇보다도 여러 민간 단체가 리브라의 사례를 보고 비슷한 시도를 지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응해 일부 국가들의 중앙기관들은 암호화폐를 역으로 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례로 스위스중앙은행도 CBDC 발행을 고려하고 있고, 중국 정부도 DCEP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민간기업은 정부나 중앙은행을 비롯한 중앙기관의 규제에 맞춰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쿤 매니저는 리브라와 같은 시도를 하는 업체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며, 이와 같은 트렌드를 막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중앙기관에게 필요한 것은 ‘오픈마인드’와 ‘뚜렷한 목표의식’

▲ 쿤 루카스 하르토흐(Koen Lucas Hartog) 매니저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블록체인을 비롯한 신산업 육성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현행법상의 ‘포지티브(positive)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negative) 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무조건적인 규제나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면, 이제는 블록체인 산업의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구체적인 규제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쿤 매니저는 국가 차원에서 블록체인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을 바라볼 때, 무엇보다 ‘오픈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의 결과가 어떠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와 실패에 대해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중앙 기관이 더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가지지만, 이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관심도 식고, 기술도 도태된다. 또한 예산은 책정되지만, 매 해 같은 주제의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해당 기술이 발전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때문에 쿤 매니저는 단계별 목표를 정하고, 이를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실제로 사람들에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쿤 매니저에 따르면, DBC도 블록체인 사업 개념 증명 및 정리를 하는 데 약 25개월을 소요했다. 기술 자체의 발전도 필요했지만, 이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쿤 매니저는 “모든 기술이 그렇듯 블록체인 기술도 다른 연관된 회사들과의 컨소시엄 구성과 정치적 관계, 거버넌스 구성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를 해결해야 상용화가 된다”며 “정부가 목표 지향적으로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프로젝트들은 단발성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쿤 루카스 하르토흐 매니저가 BIIC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편, DBC는 12월 13일 ‘DBC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본 행사에서는 리브라와 각국의 CBDC가 미친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쿤은 이와 관련해 “리브라와 CBDC가 미친 영향은 그만큼 중요한 이슈였기에, 이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방향성이나 통화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망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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