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부동산과 블록체인 그리고 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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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부동산과 블록체인 그리고 STO
  • 조중환 기자
  • 승인 2019.08.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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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과 부동산 그리고 STO의 만남

▲정석현 GRBF기술위원장
마운틴사이드파트너스 대표

최근 독일의 스타트업인 푼다멘트(Fundament Group)가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의 승인을 받아 유럽 지역 내 부동산을 토큰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토큰발행규모는 2억 8천만 달러(약 3367억 원)로 알려져 있으며, 후순위 채권(subordinated token-based bonds) 성격으로서 독일 내 부동산의 포트폴리오 투자 실적에 따라 매년 정기적으로 배당을 받게 된다.

영국, 스위스, 미국 등 금융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STO(Security Token Offering)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자산에 기초한 토큰화는 앞으로 부동산 영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부동산이 가지고 있는 속성들, 즉 낮은 유동성과 지리적인 제약, 접근성 부족 등이 상대적으로 토큰화와 블록체인이 주는 혜택에 힘입어 가장 극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자산 그 자체를 토큰화하는 모델은 아직도 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MIT Digital Currency Initiative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자산의 토큰화 진화단계를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예측하고 있다. 먼저, 부동산에 투자하는 증권을 토큰화하는 것부터 시작되며, 두 번째는 단계적으로 부동산산업에서의 가치사슬 상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탈중앙화된 분산 애플리케이션이 적용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소유권에 대한 개인 간 거래, 그리고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 주택 공유가 가능해지는 부동산 자산의 토큰화의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산 토큰화에 대한 시도

블록체인을 통해 자산을 토큰화하려는 시도는 비트코인에서도 컬러드코인(Colored Coin)이라는 프로젝트로 진행된 바 있다. 기술적으로는 비트코인 트랜잭션 내의 여분의 작은 공간을 활용하여 추가적인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EBOBC 또는 OpenAssets)으로 동작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여 토큰을 발행하는 ERC20표준보다 불편하고,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그래서 현재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활용해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고 거래하는 방식이 주로 채택되고 있다.

자산의 분류와 부동산에 대한 증권형 토큰화 프로세스

토큰화된 증권 관점으로부터의 접근

우선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과 토큰화된 증권(Tokenized Securities)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같은 표현처럼 보이지만 적용되는 법적, 제도적 프레임워크가 다르기 때문에 좀 더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증권형 토큰은 전통적인 증권을 모방하고 있으나 블록체인 내부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블록체인 외부에서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증권형 토큰은 무기명 자산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Token is Securities).

이와 달리 토큰화된 증권은 블록체인 외부에 이미 존재하는 증권을 표현하고 있다. 즉 전통적인 증권과 토큰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Token and Securities). 토큰화된 증권은 주식예탁증서와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 토큰은 보관된 주식과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 거래에 대한 최종성(Finality)은 블록체인 내에서 거래만으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토큰화는 당분간 토큰화된 증권(Tokenized Securities)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렇다면 부동산에서 증권으로서의 성격은 언제 발생되는가? 이는 부동산 투자의 결과가 하위테스트(Howey Test)를 충족하는 순간 일종의 투자계약으로서 증권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하여 발행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의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도 토큰화된 증권의 적절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부동산 토큰화가 주는 혜택

부동산에서의 블록체인과 토큰화가 주는 혜택은 토큰화 대상 목적물의 자산 성격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으나, 잠재적인 혜택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 자산을 분할하여 소규모 투자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함

▲ 개별 부동산 자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가 단일 건물까지도 커스터마이징될 수 있으며 구조화 상품(Structured Products)의 설계가 용이해짐

▲ 글로벌 투자자 풀, 그리고 세컨더리 마켓으로 확대되어 유동성을 높일 수 있음

▲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하여 컴플라이언스, 문서 검증, 거래 그리고 에스크로와 같은 단계를 자동화시킬 수 있고 배당과 현금흐름을 기일이 되었을 때 자동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할 수 있음

▲ 특정 중개인을 제거하고, 프로세스의 효율을 높임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

▲ 정산에 필요한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음

▲ 거래기록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음

 

부동산 STO 사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부동산 STO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SEC 증권법 면제조항인 Reg A+, Reg D 506c, Reg S, Reg CF를 적용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는 대부분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투자자가 구입한 토큰의 기본적인 유형은 지분 소유(Equity Ownership) 방식이며,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 부동산 자산으로부터의 발생되는 현재의 수익

▲ 부동산 처분 시 발생되는 수익

▲ 부동산 가치상승에 따른 토큰 가격 상승

 

 • 아스펜 디지털(ASPEN DIGITAL)

미국 록키산맥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인 세인트 레지스 아스펜 리조트(St. Regis Aspen Resort)를 토큰화하고 STO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투자자는 아스펜코인(ASPEN)을 구입하고 지분을 취득하며 정기적인 배당을 받는다. 토큰 발행을 위해 시큐리타이즈(Securitize)를 활용하고 템플럼(Templum) 거래소와 제휴했으며,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Indiegogo)을 활용해 18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St. Regis Aspen Resort

 • 달러원(Thaler.one)

달러원은 펀드와 개별부동산자산의 마켓플레이스를 결합한 모델로서, EU의 규제를 준수하고 있으며 에스토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다. TGE(Token Generation Event)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달러토큰(Thaler)을 제공하고 이 투자금은 주로 초기 부동산 포트폴리오 투자에 사용된다. TGE 이후에는 달러블록(Thaler.block) 토큰을 판매하고, TGE 이후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이 토큰을 이용하여 특정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관심있게 살펴봐야 할 부분은 펀드의 토큰화와 특정 부동산 자산의 토큰화 두 가지를 동시에 시도하였다는 점이다.

Thaler토큰과 Thaler.block토큰의 수익 흐름(출처: Thaler Token Whitepaper)

 • Quantum RE

토큰화된 펀드를 통해 일반 주거용 주택의 지분에 투자하는 모델이다. Mini IPO라 불리는 Reg A, A+를 따르고 있으며 정기적인 배당 없이 소유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특이하게도 MQRE라는 지불형 토큰과 EQRE라는 증권형 토큰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제공한다. MQRE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멤버쉽 유지에 필요한 지불용도로 활용된다.

모기지와 비슷해 보이지만 입주자는 본인의 주택 지분을 매각하여 매월 월세나 이자에 대한 부담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적으로 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 금융권에 대한 부채도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 Resolute.fund

‘전세계에서 최초로 토큰화된 부동산투자펀드’라고 본인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스웜(SWARM) 플랫폼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 Resolute.fund는 모집된 펀드를 이용하여 부실화된 미국 내 모기지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내고, 이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Resolute.fund의 구조(출처: Resolute.fund Thesis Paper)

부동산산업에서의 블록체인의 발전 방향

블록체인 기술은 증권의 토큰화 단계에서 유동성과 접근성 개선, 자산 분할과 커스터마이징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증권형 토큰의 발행과 거래, 채권과 지분에 대한 개인 간(P2P) 이동, 본인확인이나 자금세탁방지와 같은 컴플라이언스 등의 프로세스에서 우선 적용될 수 있으며, 자동화된 거래, 데이터 투명성과 거래 추적가능성의 속성을 활용하여 신디케이션 론, 투자실사, 부채 상환, 임대 관리 등의 프로세스에도 적용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블록체인 상의 신뢰성 있는 기록관리를 통해 개인 간의(P2P) 자산 소유권 이전, 중개인을 통하지 않는 주택 공유(Home Sharing) 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

국내에도 카사코리아가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디지털화된 자산유동화증권(DABS, Digital Asset Backed Security)을 발행하고 누구나 소액으로도 이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소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앞으로는 단지 상업용 부동산에 국한되지 않고 아파트, 단독주택 등도 모기지 담보부증권(MBS, Mortgage-Backed Securities)을 토큰화하여 거래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주택 소유와 투자의 개념이 조만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소유권을 토큰화하여 판매함으로써 적은 돈으로 장기간 거주할 주택을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은 기존 투자상품에 비해 좀 더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부동산의 토큰화와 블록체인과의 결합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문제는 서민의 주거안정 및 실수요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규제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기 부양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한 산업이기도 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부동산과 블록체인산업의 결합은 새로운 공유경제 모델로서의 주거 안정과 부동산산업 구조 혁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결국 부동산산업에서의 블록체인 활용과 자산 토큰화는 필연적인 시대적 흐름이며, 단지 시간의 문제라고 본다.  토큰화될 수 있는 모든 자산은 앞으로 토큰화될 것이다.  블록체인과 토큰에 대한 정부의 불편한 인식 속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부동산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도전에 대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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