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가 되어 버린 개인정보(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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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가 되어 버린 개인정보(1/2)
  • 석주원 기자
  • 승인 2019.08.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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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세계 여행하는 내 개인정보

[CCTV뉴스=석주원 기자]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는 웹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필히 기재해야 했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국민들의 주민등록번호가 해외로 대량 유출되자, 이제는 반대로 웹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도록 법이 바뀌었다. 그러나 정작 개인정보 유출의 책임자들은 별다른 처벌도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외에서 발생했던 대표적인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후속 조치를 살펴보고, 개인이 할 수 있는 개인정보 관리 방법을 정리해봤다.


■ 국민 소셜 미디어의 몰락, 싸이월드 회원 정보 유출 사건

아마도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대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아닐까 싶다. 싸이월드는 1999년 시작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한때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2004년에 시작한 페이스북, 2006년에 시작한 트위터보다 훨씬 일찍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선구적인 소셜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친한 사람들끼리 ‘일촌’을 맺어 친목을 도모하는 등 인터넷 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 당시 국내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싸이월드 계정을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싸이월드는 2003년 8월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되면서 SK텔레콤의 여러 서비스와도 연동되었다.
문제의 사건이 터진 것은 2011년 7월. SK커뮤니케이션즈의 해킹 사건이 발생하면서 싸이월드와 네이트의 회원 정보가 유출됐는데, 이때 유출된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무려 3500만 건에 달했다.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해커가 국내의 유명 압축 프로그램의 업데이트 서버를 해킹해 악성 프로그램을 심어 두었는데, SK커뮤니케이션즈 직원들 중 일부가 해당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면서 SK커뮤니케이션즈 내부 컴퓨터가 해킹당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해커는 SK커뮤니케이션즈 내부의 관리자 계정을 탈취한 후 회원들의 정보를 빼갔다고 하며, 이때 유출된 정보는 주민등록번호, 이름, 비밀번호, 휴대전화 번호, 메일 주소, 심지어 혈액형 정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측에서는 비밀번호와 주민등록번호 같은 중요한 정보는 암호화돼 저장되기 때문에 유출되었어도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이 유출사건 이후 중국 웹사이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사이트 해킹 및 계정 탈취 시도 사건들이 다수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이 사건 이후 피해자 모임이 만들어졌고, 단체로 SK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소송은 2012년 4월에 시작되어 1심에서는 원고가 승리를 거두었지만, 2018년 6월에 열린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적으로 원고가 패소하면서 SK커뮤니케이션즈는 법적 책임을 면하게 됐다. 이 소송에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법원은 중립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판사를 배정해야 했는데,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당하지 않은 판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인터넷 웹사이트들의 개인정보 수집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인터넷 웹사이트들이 더 이상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 제정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될 만큼 유출된 후에 제정된 법이다 보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평이 많았다. 이후 웹사이트들은 가입자의 실명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카드사 정보나 이동통신 가입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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