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알아두어야 할 특허법·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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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알아두어야 할 특허법·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 주요 내용
  • 최재윤 변호사
  • 승인 2019.01.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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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와 영업비밀에 대한 더욱 강력한 보호가 핵심

지난해 12월 7일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오는 6월경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개정법의 주요 골자는 특허와 영업비밀을 더욱 강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정부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유용 근절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해 기술유출, 아이디어탈취 등을 강력히 규제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다. 개정안 중 스타트업이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내용을 정리했다.

① 영업비밀의 성립 요건 완화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면 어떤 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합리적 노력’의 정도를 유지해야 했다. 반면 개정된 법에서는 ‘합리적 노력’ 대신 ‘비밀로 관리된’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영업비밀의 성립요건을 완화했다.

이는 그동안 영업비밀 피해자들이 과도한 수준의 비밀유지 노력을 유지해야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의한 것이다. 특히나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초기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정보 접근 차단 등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충분한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비밀관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호가치가 있는 영업비밀들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해왔던 것이다.

물론 비밀관리성 인정을 위해 ‘합리적 노력’ 요건은 필요 없게 됐지만, 비밀로 ‘관리된’이라는 개정안에 비춰 볼 때 적어도 비밀로 관리해야 한다는 요건은 여전히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정보나 경영정보 등은 개정법에서도 비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개별 사건에서의 비밀관리성 판단 기준은 개정법 시행 후 법원의 판례에 의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므로, 추후 판례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엄격한 비밀관리성 요건 때문에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피해구제를 받지 못했던 많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이번 개정으로 영업비밀성이 확대 인정됨으로써 피해구제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② 영업비밀 침해행위 확대와 벌칙 강화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면 직원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회사의 영업비밀을 가지고 퇴사하더라도, 이는 영업비밀의 단순 유출일 뿐이기에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에 부득이 현장에서는 이런 경우를 형법상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은, 기존의 영업비밀 부정취득, 부정공개, 부정사용 행위 외에도, ①지정된 장소 밖으로 무단 유출, ②반환·삭제 요구 불응, ③부정한 수단으로 취득, ④불법 유출된 영업비밀의 재취득·사용 행위까지 모두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포함시킴으로써 기존의 공백을 해소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인 A업체에서 근무하던 B가 근무 당시 업무의 일환으로 보관하던 영업비밀인 고객 정보를 USB에 옮겨 저장한 후 퇴사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때, B가 A업체의 영업비밀을 자신이 퇴사 후 다른 회사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가지고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 유출행위만으로는 아직 그 영업비밀을 사용한 것이 아니고, 고객 정보 취득은 근무 당시에 업무상 정당히 취득한 것으로서 부정취득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B의 영업비밀 유출 행위는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상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B의 이같은 유출 행위는 A업체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지정된 장소 밖으로 무단 유출에 해당되고, A업체가 퇴사하는 B에게 고객 정보 등 반환 또는 삭제요구를 했음에도 B가 이를 가지고 나왔다면 반환·삭제 요구 불응에 해당되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

또한 개정안에서는 영업비밀 침해 형사처벌에 대한 법정형을 대폭 상향시켰다. 이로써 스타트업 등 회사의 직원이 퇴사할 경우 기존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의 영업비밀을 파기하거나 반환해야 할 의무가 더욱 명확해졌다. 또한 회사는 자료의 반출 영역을 명확히 하고 자료의 반환·삭제를 명시적으로 요구할 의무가 부과됐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회사로서는 영업비밀 관리, 반출체계와 인력관리체계를 수립하고 직원들에 대한 사전교육의 필요성 또한 커지게 됐다. 하지만 회사가 이런 관리체계를 적절히 수립한 때에는 영업비밀의 단순유출도 영업비밀 침해를 적용해, 형사처벌이라는 제재수단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③ 특허소송에서 특허권자의 특허침해 입증책임 완화

현행 특허소송에서 특허권자는 침해자의 제품, 서비스 등의 실시 행위, 모양과 형태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곤란해 침해사실 입증이 어려웠다. 즉 침해를 당한 쪽에서 해당 사례가 침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것이다. 물론 일부 자료제출명령 등의 제도가 있긴 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계속 이어져 왔다.

이에 이번 개정 특허법에서는 특허권자 등이 침해자의 침해를 주장하면, 이를 부인하는 침해자 측에서 자신의 구체적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또한 정당한 이유 없이 자신의 구체적 정보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 법원은 특허권자 등이 주장하는 침해행위의 구체적 정보를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더했다. 이 규정은 개정안 시행 후(개정안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오는 6월경) 최초로 청구되는 특허소송부터 적용된다. 쉽게 요약하면, 기존에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했으나, 이제는 반대 측에서도 본인들이 침해하지 않았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④ 특허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지식재산에 대해서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제 값을 정당하게 지불하기 보다는 일단 침해를 통해 이익을 얻고, 적발되면 배상액을 지불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왔다. 피해기업 역시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손해배상액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지식재산 침해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에 특허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에서는 특허권(또는 전용 실시권)과 영업비밀의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경우 손해 금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해당 침해행위가 고의적인지 여부 판단 시 침해자의 우월적 지위 여부,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특허권자 등이 입은 피해규모, 침해행위로 인해 침해자가 얻은 경제적 이익, 침해행위의 기간과 횟수, 침해행위에 따른 벌금, 침해행위를 한 자의 재산상태, 침해행위를 한 자의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 등 총 8가지 사항을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특허나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피해구제를 강화했다.

따라서 특허권자 등으로서는 해당 침해행위가 고의로 인정돼 배상액을 최대한 인정받기 위해 미리 특허권 등의 존재와 침해사실을 고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다음, 이를 증거로 남길 필요가 있다. 침해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자는 고의적인 침해로 인정되지 않도록 미리 특허권 등에 대한 사전 조사 등을 했다는 점에 대한 증거를 미리 남길 필요가 있다. 이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통해 기존에 왜곡된 기술거래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기업 간 기술 라이선스계약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함과 동시에, 피해기업으로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특허권과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제기해 실제 손해액에 보다 가까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중소기업의 기술 탈취는 우리나라 산업계의 고질적 문제였다. 주로 스타트업, 중소·벤처기업 등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거래상담, 입찰, 공모전 등을 통해 취득하고 아무런 보상 없이 독자적으로 사업화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도 개발자는 오히려 폐업에 이르게 하는 등 기업의 영업활동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던 것이다.

이에 이번 개정안은 영업비밀 침해 요건과 특허 침해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침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과 형사처벌을 강화함으로써, 권리자 특히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침해 사건에서 중소기업 측의 분쟁 대응상 어려움을 완화하고 현실적인 손해배상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법률 정비를 통해 국내 지식재산 생태계에 만연된 스타트업·중소기업 기술탈취를 해소하고 대한민국 산업계의 상생과 건강한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글 | 최재윤 법무법인 태일 구성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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