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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블록체인과 비즈니스 생태계의 의미

조중환 기자l승인2018.12.26 12:33:45l수정2018.12.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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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정연 SK(주) 고문

비즈니스 세상에서 생태계(Ecosystem)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그 환경에 속해 있는 다양한 주체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지금은 생태계라는 용어가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지고 있다. 이 단어는 1930년 식물학자인 아서 탠슬리(Arthur Tansley) 교수가 공기, 물, 땅 등과 같은 환경과 그 안의 생명체가 상호작용하는 유기체들의 커뮤니티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탠슬리 교수는 “생태계는 상호 연결된 개별적 단위, 객체들이 모여서 전체를 이루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전체는 단지 유기체로써의 전체뿐 아니라 생물군계의 환경(넓은 의미의 서식지의 다양한 요인)을 포함한 물리적 요소의 전체 복잡계를 포괄해 일컫고 있다. 전체로서의 생태계는 환경과의 상호 관계성을 가진 분절된 단위인 객체로 구성돼, 이들간에 이뤄지는 상호소통, 상호작용, 상호관계들이 전체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체라는 개념에 대해 얀 스뮈츠(Jan Smuts) 교수는 “전체는 각 요소의 활동을 합성하고 융합시킴으로써 각 요소의 개별적 활동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체라는 개념이 분절된 개별 단위의 지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개별적 단위의 상호간에 이뤄지는 상호작용과 소통의 패턴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객체 간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발전된 생태계의 사상을 비즈니스로 가져와 개념을 정리하고 에코시스템 모델링(Eco-system Modeling)을 도입한 것은 제임스 무어(James F. Moore) 교수다. 그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제품, 서비스와 관련된 구매자, 공급자, 생산자간의 연결된 네트워크로써 제도, 규제가 포함된 사회, 경제적 환경을 포함한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업, 조직, 개인을 비즈니스 세상에서의 유기체로 보고 비즈니스 생태계의 하나의 객체인 고객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적 커뮤니티의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다. 고객에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관련된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영역 외에 시장의 중개자, 거래의 직간접적 관계자가 포함된 확장된 기업의 영역, 이런 일련의 활동에 관련된 기업 외부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총칭해 비즈니스 생태계라고 부르고 있다.

▲ 비즈니스 생태계의 일반적 참여자/객체 (출처=James F. Moore)

생물학적 생태계에서의 유기체가 작동하는 것과 같이 비즈니스 생태계의 기업도 특정한 혁신을 통하거나 기업들간 경쟁과 협력을 통해 역량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진화의 속도와 생태학적 변화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생물학적 진화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일어나는 반면, 다수의 생태적 변화는 유기체가 서식하는 일생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 이와 달리 비즈니스 생태계는 진화와 생태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기업의 역량에 따라 적극적인 자체의 진화를 끌어내기도 한다.

무어 교수는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도 종의 진화(Species’ evolutionary path)와 같은 혁신을 통해 역량의 발전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 내에 공유되거나 보편화된 특정 핵심자산 즉, 플랫폼, 기술, 프로세스, 표준과 같은 요소가 이런 혁신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활용 가능한 자산을 만드는 것은 더 높은 수준의 생산성과 안정성, 혁신성에 의해 더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기여하고, 적극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끌어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플랫폼 기업들의 혁신과 성장은 이러한 주장과 무관하지 않다.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 환경에서의 핵심자산은 인력, 자금, 부동산, 특허와 같은 유/무형의 자산으로 그 자체가 경쟁력이었고, 이를 통제하고 강화하는 것이 경쟁우위를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물론 이런 방법이 아직 유효하기는 하지만 비즈니스 생태계 관점에서 플랫폼을 핵심자산으로 수용하는 경우 비즈니스와 관련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한 커뮤니티, 그 커뮤니티에 속한 구성원들의 역량과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참여자들간의 상호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다. 다시 말해 생산자와 소비자로 엮인 네트워크, 즉 비즈니스 생태계 자체가 가장 중요한 핵심자산이 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단일한 요소로 이뤄지지 않는다. 물리적 관점에서 보면 수많은 연결된 노드와 장치의 네트워크로 구성되며, 그 네트워크를 가동하기 위해 대량의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과 인터넷에 연결된 수많은 기기들이 포함돼 있다.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사용자, 투자자, 채굴업자(Miner), 개발자, 분석가 등이 참여한 협력적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기능적 관점에서 보면 각자 개별적으로 동작하지만 전체 비즈니스 운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상호 관련된 수많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작동하는 분산된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으로 구성된 생태계로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생태계라는 용어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매우 잘 설명하는 단어이며 시스템 내/외에서 각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전체를 이뤄가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블록체인 중 가장 기본적인 생태계인 비트코인은 사람과 네트워크 상에 상호 연결된 분산된 노드(컴퓨터)간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상호작용을 통해 3자의 개입 없이 신뢰할 수 있는 개인 간의 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준다. 블록체인 노드는 네트워크 내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거래가 블록에 저장되도록 검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거래의 합의를 이루는 기준으로 '컴퓨팅 파워'가 활용되며, 유효성 검사를 통해 유효하지 않은 블록을 거부하거나 올바른 블록을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합의 메커니즘을 통해 필요한 모든 규칙과 인센티브를 적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 생태계의 중요한 특징은 분산된 방식으로 작동하고 상호 연결된 유기적, 물리적 개체 간의 통신과 상호작용의 결과로써 비즈니스 생태계가 작동된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의 전체는 서로 다른 요소들간의 관계와 소통,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또한 투표와 합의절차를 통해 네트워크의 다른 노드와 정보 트랜잭션 실행에 대한 결정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네트워크 내의 연결은 개별 노드가 네트워크에서 의사결정에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신과 상호작용의 방식을 제공한다. 기술적 노드에 의해 수행된 의사결정이 채택됨으로써 그동안 사람에 의해 이뤄져 온 정보거래의 실행 책임이 기술적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이런 체계에서 사람은 정보거래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의 중심에 있지 않으며,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서로 통신하고 상호작용하는 연결된 사람과 기술적 노드들의 전체는 앞서 탠슬리 교수가 설명한 생태계의 내용과 매우 닮아 있다. 이 경우 사람과 물리적 장치들이 자연스럽게 상호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며 상호작용함으로써 개별 활동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기술적 생태계(Socio-technical Ecosystem)로 일컫을 수 있을 것이다. 히샴 타우픽(Hissam Tawfik) 교수는 이를 사람과 기술에 대한 사회 적응 시스템, 즉 인간과 컴퓨터적인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으로 통합돼 가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블록체인이 만들어내는 생태계의 모습은 지금까지 나타난 비즈니스 생태계와는 다른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분산된 비즈니스 생태계(Distributed Ecosystem)이고, 거버넌스, 신뢰, 개방성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 기존 비즈니스 생태계와는 다른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거버넌스가 생태계 내의 의사결정, 통제, 소유에 대한 권리를 배분하는 것으로 본다면 블록체인은 특정 기업 또는 플랫폼이 아닌 커뮤니티에 의해 통제되고 분산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참여하는 사용자들이 직접 그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극적인 수평적 역할과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Districtox 프로젝트의 경우 'District'라는 온라인 시장은 사용자가 직접 설계하고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블록체인을 제공하고 있다.

두번째로 신뢰는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나타내는 인증된 중개자나 조정을 불필요하게 함으로써 그 동안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정보 중개상 또는 라이선스 제공자의 역할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Provenance 프로젝트는 공급망에서 이루어지는 소유, 속성, 원산지 등의 인증의 문제를 제3자가 아닌 블록체인 기술로 대체함으로써 생태계에서의 그들의 역할을 대폭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조직 관점에서 바라본 개방성은 매우 특별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많은 기업과 조직에서 철저하게 내부 지적 자산으로 관리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개방화시키면서 외부의 접근과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은 그 이상의 개방성을 무기로함으로써 외부의 개발자들이 직접 사용자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거나 플랫폼 핵심 개발에 참여하게 유도해 개방된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Syscoin 프로젝트가 바로 이런 예를 잘 보여주고 있다.

생태계에 존재하는 객체들의 상호작용과 역할을 정의하고 전체적 관점에서 분류해 구조화 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외부의 환경변화 속에서 일어나는 특정 객체 또는 상호작용의 변화는 그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식물학, 동물학의 종의 다양성 측면에서 자연과학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돼 왔고,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된 매우 다양한 사례가 나와 있다.

블록체인 산업계에서도.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지도,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생태계 지도, 금융/물류/언론 등과 같은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한 분석 등 블록체인 기업, 기능, 서비스를 객체의 단위로 한 다양한 생태계 지도들이 나와 있다. 그 중 최근 뭔헨 대학에서 발표한 블록체인 생태계의 구성이 현재 블록체인 산업에서 어떤 객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발전하는지에 대한 좋은 참조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뭔헨대학의 토비아스 리아사나우(Riasanow), 피오나 브루크하르트(Fiona Burckhardt) 교수는 전 세계 스타트업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약 480여 블록체인 기업정보를 조사해 11개 역할 모델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포괄적인 블록체인 생태계의 작동 모습을 표현했다.

▲ 포괄적 블록체인 생태계 (출처=Tobias Riasanow)

생태계 지도는 물론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 등 다양한 외부 환경에 의해 충분히 변화되고 환경에 적응해 간다. 하지만 비즈니스적으로 그리고 정책적으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전체 그림을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어떤 영역에서의 사업 기회가 있고, 어떤 정책적 기저를 가져가야 하는지에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블록체인생태계#제임스무어#원정연고문#SKT

조중환 기자  illssimm@cc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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