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블록체인 분산 시스템, 인류 미래를 위한 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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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블록체인 분산 시스템, 인류 미래를 위한 초석
  • 조중환 기자
  • 승인 2018.10.26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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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제 서강대학교 교수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SF 소설 ‘파운데이션(Foundation)’에서 주인공이 미래 인류의 이상향으로 찾아간 행성에서는 바위나 풀밭, 숲에서 뛰노는 토끼들과 그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 등 모든 개체가 의식을 공유한다.

이런 이상향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만약 이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열쇠는 사물인터넷과 블록체인 기술이 갖게 될 것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속 가이아 행성에서는, 행성 전체와 거기에 있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다 가이아다. 가이아는 모든 지식과 감정 등의 총체적인 의식을 개체에 분산해 저장하고 공유한다. 이런 상상력은 스타니스와프 렘의 SF 소설인 '솔라리스'나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1972년에 주장한 '가이아 이론'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아시모프의 이 가이아 행성을 컴퓨터 사이언스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과 같은 복잡한 생물부터 모래처럼 아주 작은 정보 저장만이 가능한 무생물까지의 다양한 개체로 구성된 대규모의 복합 분산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사물들이 우리의 기억과 경험을 나눠 저장해, 사물 하나하나가 자율적으로 동작하면서 필요할 때 공유하고 협업하는 사물인터넷은 가이아의 모양과 닮아 있다. 우리가 춥다고 느낄 때 이를 공유해서 온도를 맞춰주는 등 편안한 환경으로 조절해 주는 시스템, 더 나아가 건물, 도시가 우리와 공조하고 공유하는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다.

세탁기는 세제가 떨어지면 스스로 세제를 주문하고, 냉장고는 우유 등 식품을 주문하는 등의 사물인터넷에 대한 비전을 그릴 때, 사물들이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결제시스템, 더 나아가 계약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다.

▲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표작 파운데이션 시리즈에는 모두가 연결돼, 의식을 공유하는 가이아라는 행성이 등장한다.

이더리움은 독립적인 개체들이 제3자의 간섭 없이 스마트 계약을 실행할 수 있는 분산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계약이라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세계적으로 분산된 컴퓨팅 인프라로서 세계의 모든 노드들이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여 마치 하나의 컴퓨터처럼 작동하는 월드 컴퓨터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더리움은 1996년 닉 사보(Nick Szabo)가 제안한 ‘스마트 계약’이라는 개념에 기반해서 만들어졌다. 그의 스마트 계약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새로운 기관과 이러한 기관을 구성하는 관계를 공식화하는 새로운 방법은 이제 디지털 혁명으로 가능해졌다. 나는 이 새로운 계약을 ‘Smart’한 것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조상인 무생물(無生物) 종이보다 훨씬 스마트하기 때문이다.”

마치 아인슈타인이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10년 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듯이, 비트코인에 의해 암호화폐로 특화되었던 블록체인을, 다양한 프로그램이 동작할 수 있도록 일반화한 것이 이더리움이다.

스마트 계약을 장착한 이더리움은 사물인터넷의 사물들간에 관계를 표시하는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분산 시스템이므로, 가이아에 한발 더 갈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세계의 컴퓨팅 시스템은 집중과 분산의 변증법적으로 발전해 왔다. 메인 프레임, 클라우드 시스템, 플랫폼 경제로 대표되는 중앙 집중 시스템으로 가는 조류가 있다. 그 반대편에는, 네트워크가 대형 재난에 의해 불특정 일부가 파괴되도 동작할 수 있도록 철저히 분산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개인 컴퓨팅의 능력을 끝없이 향상시키는 PC, 모든 사물이 자율적으로 동작하도록 하는 사물인터넷과 같은 분산 시스템의 줄기가 있다.

분산시스템은 블록체인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 흐름은 독점적이고 탐욕스러운 중앙 시스템인 플랫폼 기반의 경제체제를 P2P 기반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플랫폼에 대응해 스팀잇(Steamit)과 아카샤(Akasha) 등이 등장했으며, 드롭박스, 구글 드라이브 등의 스토리지에 대응하기 위해 IPFS, Storj.io 등이 나타나고 있다. 페이팔(Paypal)과 같은 결제시스템에 대응해서 리플을 비롯한 수많은 P2P 결제솔루션이 선보이고 있으며, 유튜브와 같은 비디오 플랫폼에 대응해 베라시티(Verasity) 등이 부각되고 있다.

이더리움에 이어져온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 시스템의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전 지구의 인프라가 된 인터넷처럼, 블록체인이 대규모의 시스템을 갖추게 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진정한 분산 시스템은 다양한 개체들이 혼재돼 있고 각자의 역할이 분산돼, 이들이 하나의 통일된 체제를 이뤄야 한다. 하지만 이더리움에서 보듯, 모든 노드들이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는 복제된 체제를 갖추고 있을 뿐이다.

세계의 젊은 연구자들은 현재의 이더리움의 문제점을 개혁하고 조금 더 일반화시키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를 통틀어서 '블록체인 3.0'이라고 부른다. 여기서는 하나씩 연결되는 1차원의 체인형 블록에서 벗어나 그래프 형태로 평면적인 2차원으로 확장하는 DAG(Directed Asyclic Graph) 방식 블록체인들이 주요 플랫폼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 미래에는 3차원이나 그 이상의 확장 모델도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샤딩(Sharding)과 같이 원장을 파티션으로 분할해서 모든 노드가 전체적으로 똑같은 정보를 보관하는 형태가 아닌, 구분된 파티션 내에서만 동일한 정보를 보관하는 형태도 있으나 아직 정적인 형태에 가깝다. 노드가 PC에서 더 넓어져 스마트폰이나 셋탑박스 등으로 확장되는 연구도 하고 있지만 가이아 행성에서 보듯이 모래와 같은 나노 입자까지 정보를 잘게 잘라 정보를 보관하고, 이들도 협의에 참여하게 하는 것은 아직은 꿈같은 일이다.

그래서 최소한 지금의 인터넷 스케일만큼, 즉 수백억 개의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돼는, 더 일반화된 시대까지 가려면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분산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을 '블록체인 4.0'이라고 부르고 싶다.

닉 사보의 설명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그의 설명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사실은, 그가 무형의 기관 또는 회사들 간의 관계를 프로그램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인간 사회를 디지털로 표현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 때문에 블록체인을 ICT 기술로만 보는 것이 아닌, 사회체제를 규정짓는 사회적 기술 혹은 기관학적인 기술로 이해해야 한다. 기관과 기관 또는 사람과의 관계에 제3자의 개입이나 조작 없이, 당사자간에 투명하고 저비용으로 거래가 가능해지는 분권화된 사회를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들이 중앙집중화된 체제에서 지자체의 권한 이양을 통한 분산체제로 이행되고 있다. 더 나아가 시민들의 독자적인 공동체의 형성을 통해 자유로운 관계가 활성화되는 분권화된 사회로 진전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변화에 블록체인이 기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세상의 모든 이치는 수학으로 표시할 수 있다는 주장에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사회 전체를 블록체인 프로그램으로 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사회의 관계를 블록체인으로 표현해, 개체간의 거래를 자율적으로 동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마트 계약이 법적으로 유효하게 될 때, ‘프로그램은 법률이다’라는 말이 현실화되고, 마침내 우리 사회가 디지털 세상에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다. 그렇게 구성된 분산화된 사회는 블록체인 기술에 힘입어, 중개인에 의한 독점과 조작이 어려운, 훨씬 더 투명한 사회가 될 것이다.

계약은 해석하는 주체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그래서 스마트계약은 계약 중 해석이 아주 명확한 일부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블록체인은 다양한 조건과 관계를 표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파운데이션’의 주인공이 인류 미래의 올바른 선택으로서, 여러 행성을 거쳐서 마침내 모든 개체들이 대등한 관계를 설정한 분산체제의 행성인 가이아에 도착했다. 우리의 긴 여정도 인터넷이라는 행성을 거쳐 블록체인 행성으로 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행성에서는 유무형의 개체들이 투명하고 정직한 관계를 설정하고, 구성원들이 지식과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분권화된 사회의 초석이 되는 기술이 제공될 것이다. 블록체인 행성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선택된 곳으로 가는 가이아를 향한 나침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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