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블록체인 생태계, 우리 소프트웨어 개혁을 위한 지렛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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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블록체인 생태계, 우리 소프트웨어 개혁을 위한 지렛대로
  • 조중환 기자
  • 승인 2018.09.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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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 박현제 교수

해외에서 열리는 블록체인 관련 행사에 참석할 때 '대한민국은 블록체인의 성지'라는 말을 흔히 듣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를 보려면 아시아를 봐야 하고, 특히 한국은 꼭 방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소프트웨어 시대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이런 말은, 이제는 블록체인을 하는 사람들이면 익숙하게 듣고 있어서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야기가 됐다.

한국은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블록체인 거래시장을 갖고 있다. 한때 세계 10위권의 거래소가 2개나 포진해 있었기도 했었다. 몇몇 코인들이 한국에 거래되면서 글로벌한 가격 폭등을 가져오기도 했다. 또한 수년전 창업한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코인플러그는 올해 초 조사에서, 블록체인 기술 특허 보유건수에서 세계 3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는 거의 매일 블록체인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이중의 상당수가 글로벌 행사로 치뤄지고 있다. 매일 저녁 서울 어딘가에는 각각 다른 직장에 속한 사람들이 모여 크고 작은 블록체인 밋업이나 스터디 그룹이 열렸다. 또한 평일에 개최되던 일반 컨퍼런스와는 달리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글로벌 컨퍼런스가 열렸으며, 이런 행사에도 사람들이 꽉 차곤 했다.

지난 상반기 한국의 블록체인은 올해 여름의 폭염처럼 뜨거웠으며, 하반기 또한 블록체인 열기로 또다시 들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유독 심하게 겪고 있는 이런 블록체인의 폭염은 세계적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겪고 있는 것이며, 그 열기가 제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다양한 블록체인 컨퍼러스와 밋업 행사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개최되고 있다

블록체인의 시장규모가 시장조사기관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지만 대체로 연평균 50~120%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이 되고 있으며, 다보스 포럼은 2027년 세계 GDP의 10%인 8조 달러가 블록체인과 관련된 부분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블록체인 경제가 2027년에 전세계 전체 경제규모의 10%선에 도달할 것이며, 10% 수준에 오른 현재의 인터넷경제와 더불어 미래 경제 혁신의 근간이 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기업에게도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2017년 1년 동안 전 세계의 ICO 펀딩 액수는 40억 달러로 추정되며, 올해 상반기에 이미 80억 달러에 도달했다. 2017년 2분기로만 보면 펀딩 규모가 7억 5000만 달러로 일반 벤처 캐피탈의 3배 규모 수준으로 증가해 스타트업의 새로운 자금 조달원으로 부상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자금은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기술을 발전시키는 밑불로 작용하고 있다. 하드웨어 분야의 스타트업 개발 자금 원천으로 킥스타터, 와디즈 등 크라우드 펀딩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ICO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검색 수에서도 블록체인은 지난 1년간 다른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주요 키워드를 압도하고 있어서, AI와 더불어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갖는 미래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임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이렇게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세계의 수많은 기술자, 마케팅전문가, 투자가들이 꼭 가봐야 하는 블록체인 소프트웨어의 중심 국가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과거의 언제 우리 나라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중심국가 반열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가. 이것은 우리 소프트웨어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블록체인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의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요소들을 몇가지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이 가져온 변화를 잘 수용한다면 우리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블록체인은 스타트업을 통해서 발전해, 그 동력이 기존 소프트웨어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대학과 연구소, 정부의 선도적인 연구 지원에 의해 발전돼 온 것과는 달리, 블록체인은 스타트업의 젊은 기업가 등 비제도권을 축으로 자발적인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외국의 경우에도 비트코인을 창시했지만 아직도 그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사토시와, 세계의 2세대 블록체인 시대를 연 이더리움을 개발한 20대의 부테린이 그랬듯이, 우리나라의 젊은 스타트업들도 아직 대학에 블록체인 강의조차도 없던 2015~2016년부터 체계적인 교육 없이 인터넷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접하고 개발하기 시작했다. 기존 체제와 다른 방식으로 시동을 건 블록체인의 이러한 움직임이, 기존 소프트웨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둘째는, 블록체인의 특성은 오픈소스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 창출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은 1세대 비트코인, 2세대 이더리움을 비롯해 수많은 3세대 플랫폼들이 오픈소스로 개방돼 있다. 플랫폼과 기술의 신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써 소스의 개방이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개발하는 주요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자연스럽게 오픈소스 포탈인 깃허브(github)에 소스 코드를 공개해 세계 기술자들의 평가와 코멘트를 받고 있다. 필자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 기술들을 깃허브에 공개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들였음에도 마지못해 일부 프로젝트만 공개됐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여러 선각자들이 오프소스 운동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기존의 소프트웨어 업계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으며, 국내에서 호응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젊은 블록체인 개발 그룹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를 수용하고, 소스 코드를 공개하고 있다. 블록체인 개발자들의 공개 소스에 대한 경험이 소프트웨어의 다른 업계에도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셋째는, 블록체인 개발을 공개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문화는 소프트웨어, 더 나아가 우리 ICT 기술 생태계에 새물결이 될 수 있다.

거의 매일 저녁 서울 어딘가에서 열리는 밋업 행사를 통해 개발자끼리, 혹은 투자자와 마케팅, 인문과학자 등 서로 다른 전문가들과의 토론이 벌어지고 있으며, 일반 시민과의 소통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혁신과 융합을 통하여 ICT 산업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폐쇄적이고 어렵던 소프트웨어 기술 중 하나가 활짝 문을 연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블록체인을 이해하는 국민이 가장 많은 나라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에서는 글로벌 그룹과의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깃허브에 올린 소스 코드는 세계의 개발자들이 함께 검토하고 공유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은 한국만에 의한, 혹은 한국만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일 수 없다. 그 시작인 비트코인부터 세계의 누구나 사용하는 기술로 부각되면서, 지금 우리 개발자들도 세계를 무대로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이라는 폐쇄적 사업구조(Walled garden)에 갖힌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벗어날 계기가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보지 못했던 블록체인 소프트웨어에서의 이런 혁신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스타트업에서 기존 비즈니스를 하는 중소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에서 우리는 세계의 변방에 위치하고 있다. 기술수준은 매우 열악하며, 이미 관련 분야의 생태계를 미국과 중국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어, 국내시장을 수성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오픈소스 전략을 재빨리 추진해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사물인터넷 분야와, 기술 수준은 이미 많이 뒤쳐졌지만 아직 갈 길이 먼 AI 분야에 약간의 기회가 좀 더 남아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은 아직도 기술과 서비스가 태동기에 불과하다. 아직 꽃을 피우기 전이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으며, 또 한가지 중요한 기회는 아직까지 우리는 이 핵심기술의 중심국가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블록체인은 기존에 한계를 느껴왔던 소프트웨어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개방과 공유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지렛대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은 우리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국제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일 뿐 아니라, 분산형으로 디지털 경제를 개혁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마침 제 4차 산업혁명이 몰려오고 이 즈음에 맞추어, 때마침 사회적 민주화와 분권화 운동이 핵심 이슈로 등장한 요즘이야말로, 분권화를 핵심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이자 사회적기술인 블록체인이라는 실험을 잘 활용하고 꽃 피울 수 있는 시점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그 자체로도 매우 중요한 미래 기술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혁신시킬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 혁신의 샘물이 마르기 전에 정부가 블록체인 생태계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전격적인 지원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 글: 박현제 서강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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