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의 의료산업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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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반의 의료산업 혁신
  • 신동훈 기자
  • 승인 2018.07.3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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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적용 위해 블록체인 이슈 선결필요

[CCTV뉴스=김경훈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블록체인 기술은 제조, 공공, 교육, 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어 혁신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료산업 또한 블록체인 기술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의료산업이 직면한 병원·환자 간 의료정보의 비대칭성, 보험청구·심사 과정의 비효율성 및 모니터링 체계 미흡, 의약품 유통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 미흡, IoMT를 통해 수집된 개인의료정보 보안 위험과 같은 문제점들에 대하여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블록체인 관련 확장성, 보안성. 법제도 등의 선결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특히 최근의 IT 기술은 그 진화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의 개념은 2001년 당시 가트너의 수석연구원이었던 더글라스 레이니에 의해 3V, 즉 데이터의 양, 속도, 다양성으로 처음 정의되었지만 17년이 지난 지금 빅데이터의 정의는 4V, 5V 또는 아예 다른 방식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블록체인 기술 또한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처음 비트코인의 개념을 제안했을 당시에만 해도 블록체인은 단순히 제 3의 신뢰기관을 필요로 하지 않는 탈중앙화 거래방식, 즉 분산원장을 의미하였다. 이에 초기의 블록체인은 원장, 장부, 화폐와 같은 용어를 중심으로 금융 산업의 관점에서 정의되었다. 그러나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은 빠른 진화를 거듭해 왔고 블록체인 2.0으로 대표되는 이더리움이 공개되면서 금융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전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블록체인과 의료산업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 산업에서는 비용 절감,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활용되고 있으며 물류 및 유통 산업에서도 사물인터넷 기술과 결합하여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제조, 공공, 교육, 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의료산업에서도 환자 중심의 투명한 의료정보 플랫폼 구축 등 블록체인 기술이 주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트너에 의하면 헬스케어 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다주는 이익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완전히 적용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가트너의 동일 보고서에 수록된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대한 과대포장주기모형에 의하면, 현재 의료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기술의 태동 시기’ 단계로, 개념 모형과 미디어의 관심이 대중의 호기심을 촉발하는 단계로 해석된다.

그림 1. 블록체인 기술의 산업별 적용시기 및 파급효과 출처 : Gartner, Hype Cycle for Blockchain Business, 2017

타 산업에 비해 의료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되나, 아직은 초기단계로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적용되고 유의미한 성공사례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2017년 기준으로, 헬스케어 공급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 중 5% 미만이, 그리고 헬스케어 수요 기업의 CIO 중 오직 12%만이 블록체인 기술을 로드맵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위 내용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림 2. 블록체인 기술 적용 분야에 따른 과대포장주기모형 출처 : Gartner, Hype Cycle for Blockchain Business, 2017

의료산업 당면과제

의료산업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으로는 먼저 병원·환자 간 의료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의사라는 직업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지만, 의료정보의 소유권이 환자보다는 병원에 치우쳐져 있어 비대칭성 문제가 더 심화되는 부분은 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의료산업에서 정밀의료 영역이 각광받고 있음에도 자신의 의료정보에 대한 소유권이 불명확하여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환자의 의료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인공지능 및 의료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둘째, 보험청구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다 청구, 허위 청구 등 부당 청구행위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가, 심사 과정에서는 전문성, 투명성, 심사결과의 일관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절차의 복잡성으로 인해 전반적인 보험청구·심사 과정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보험을 청구하고 심사하는 과정을 감시하는 체계가 완전하게 구축이 안 되어 있거나, 설령 구축이 되었다 하더라도 시스템적 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의약품 공급망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가 불완전하다. 특히 의약품은 사람의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되므로 유통 과정에서 원본을 위·변조 없이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생산지(제약 공장)에서부터 최종 소비자(환자)로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이 길어질수록 각 단계마다 필요로 하는 인증, 세관 등 다양한 법률 및 규칙이 존재한다. 때문에 이를 완벽하게 모니터링하는 시도는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전달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의 증가로 의약품의 가치는 낮아지게 된다.

넷째,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의료정보의 양이 점점 증가하는 만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이 사물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 했던 것과 유사하게 개인의료정보 또한 의료 사물인터넷(IoMT; Internet of Medical Things) 시장의 발전과 같이 움직이게 되는데, 2016년225억 달러를 기록한 IoMT 시장은 2021년까지 연 평균 26.2%의 성장률을 기록하여 약 7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개인의료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 25일 EU에서 정식으로 발효된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사례가 보여주듯 개인정보에 대한 쟁점이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산업에서 IoMT를 통해 수집되는 개인의료정보 보안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블록체인 기반 의료산업 혁신 방안

블록체인은 의료산업이 직면한 4가지 당면과제를 해결함으로서 의료산업에 혁신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블록체인 기술은 높은 보안성, 신뢰성, 투명성, 상호운용성, 접근성을 바탕으로 환자 중심의 통합의료정보플랫폼을 구축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중앙집중형 시스템이 갖고 있는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환자는 블록체인 위에서 MRI나 CT와 같은 의료 영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암호화된 형태로 의사에게 전달하고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빠른 속도로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로 발전해가는 현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술로 인한 이러한 변화는 가장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정보에 대한 각계각층의 이해관계 및 다양한 법제도적 쟁점으로 인해 구현 난이도는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 1. 의료산업의 당면과제 및 블록체인 기반 의료산업 혁신 방안(출처 : Frost & Sullivan, Blockchain Technology in Global Healthcare, 2017-2025, 2017를 저자가 재구성)

둘째, 기존의 보험청구·심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과다 청구 및 과소 지급 등의 윤리적 문제와 전반적인 프로세스의 비효율성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 우선 보험청구·심사 과정에서 자동화 가능한 영역을 프로그래밍 화하여 스마트계약으로 구현함으로써 관리비용을 절감하고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또한, 청구에서 심사, 심사결과에 따른 급여 지급까지 이르는 보험청구·심사의 전 과정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모니터링 함으로써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청구 과정 또는 심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윤리적 문제를 예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존의 프로세스를 단순히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 구현 가능하게 하는 작업으로 구현 난이도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IoT 센서를 이용하여 의약품의 생산지(제약 공장)에서부터 최종 소비자(환자)로 전달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네트워크 참여자에게 모두 공개함으로써 의약품의 원본성을 보장하고 위변조를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앞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스마트계약을 통해 유통의 일부 과정을 자동화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속하게 전달함으로써 충분한 가용 기한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중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명확하게 책임의 소재를 밝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의약품 유통 과정에 완전히 적용되는 경우, 현재 제약업계에서 위조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연 2,000억 달러 손실만큼의 비용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IoMT에서 수집된 개인의료정보를 블록체인 위에 저장함으로써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동시에 악의적인 해킹으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데이터를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경우 위변조 및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GDPR에서 주장하고 있는 ‘삭제권’ 또는 ‘잊혀질 권리에 정확히 대치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실제 데이터는 블록체인 밖(오프-체인, off-chain)에 저장하여 언제든지 삭제 가능하도록 하고,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블록체인 위(온-체인, on-chain)에 올리는 방식으로 구현하는 방법으로 해결 가능하나,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 또한 개인정보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며 아직 정확한 판례가 나오지 않은 현 상황에서 GDPR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개인정보보호 문제와 지속적인 충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적용에 블록체인 이슈 선결 필요

블록체인 기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만병통치약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 블록체인 기술이 추구하는 탈중앙화, 투명성 등의 가치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블록체인 기술은 보안성, 확장성 면에서 아직 미성숙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곧 의료 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한계점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영상 의료정보의 경우 일반적으로 용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성에 대한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당장 적용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은 의료정보를 블록 안에 저장하여 사슬 형태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위변조 방지 등 무결성을 보장하지만 개별 블록에 대한 보안성은 기존의 암호학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 어떤 기술보다도 높은 보안성을 보장하는 기술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시시각각 변하는 의료정보 혹은 개인정보에 관한 법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위에 저장된 데이터는 비가역적으로 위변조를 포함한 삭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발효된 GDPR과 상충되는 개인의료정보에 관한 이슈는 의료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방면으로 의료산업에 혁신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의료산업이 당면한 문제점들이 다른 기술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 중심의 의료정보가 환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보험청구·심사 과정 및 의약품 유통과정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IoMT 등 ICT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의료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이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의료산업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 본 자료는 2018년 7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 R&D기획단에서 발행한 ‘블록체인 기반 의료산업 혁신’ 보건의료 R&D 전문가 리포트를 일부 요약·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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