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저작권 보호와 포렌식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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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저작권 보호와 포렌식 마크
  • 이승윤 기자
  • 승인 2018.07.11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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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문(油指紋: oil fingerprint)이라는 것이 있다. 바다에서 배를 운항하면서 비용과 시간을 벌기 위해 폐유를 바다에 몰래 버린 배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떠다니는 기름 덩어리, 유출유(流出油)를 채취해 기름이 지닌 탄화 수소 등의 성분을 분석하면 여러 개의 데이터 분석 자료를 얻을 수 있고, 그 얻어진 데이터와 양심불량으로 의심되는 선박의 기름과 비교해 폐유를 버린 배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최근 해양경찰은 이 방법을 사용해 우리나라 인근에 폐유를 몰래 버린 선박들을 꽤 많이찾아 내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떠돌아 다니는 음악이나 영화, 월드컵 경기를 기록한 스포츠 비디오로부터 불법으로 유출한 소스를 찾아 내는 것은 ‘유지문(油指紋)’을 찾는 것보다는 쉽다. 일단 망망한 바다에 떠 있는 넓은 바다를 대상으로 버려진 기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인 용도로 거래되고 있는 콘텐츠를 찾아내기 때문에 탐색기를 통하면 쉽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작권이 보호되는 컨텐츠의 경우 대부분 포렌식(forensic)마크라고 불리는 정보가 속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인지 할 수 없는 곳에 숨어 저작권을 보호
포렌식 마크란 디지털 콘텐츠, 즉 텍스트, 카툰, 이미지, 음악, 영화, 비디오 등에 눈으로 볼 수 없거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정보를 숨기고 불법적으로 유통이 되는 경우, 숨겨진 지문을 찾아내서 불법 유통자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포렌식 마크를 숨기는 기술을 워터마크 기술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르는데 이는 인간이 가진 지각의 한계를 이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시각이나 청각은 모든 이미지(Image)와 오디오(Audio) 신호를 완전히 지각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인간의 시각은 다른 동문들 보다 많이 진화가 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색상(Color)을 인식할 수는 있지만, 극히 세밀한 차이를 찾아낼 정도로 완벽한 것은 아니다. 포렌식 마크는 이를 이용해서 이미지를 조합하거나 조작해 정보를 숨겨두는 것이다.

인간의 청각은 쥐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 보다는 진화가 덜 돼 있지만, 일반적으로 시각보다는 더 민감하게 미세한 차이를 구분 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의 지휘자들이나 청력이 뛰어난 분들을 골든 이어(Golden ear)라고 불리는데 이들은 고도로 훈련된 귀를 가지고 있어, 오디오 신호 속에 아주 미세한 정보를 감추어 놓은 경우에도 찾아 낼 수 있다. 한 때 전세계 고품질 오디오 기기의 대부분을 생산하던 일본에는 이런 골든 이어들이 많이 있었다.

복사기와 팩스의 등장으로 시작된 워터마크 기술
이처럼 디지털 이미지와 오디오, 비디오 콘텐츠에 정보를 숨겨두는 기술인 워터마크 기술은 1990년대 초반 처음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는데 지금까지 많은변화를 겪어 왔다. 복사기와 팩스의 등장이 그 시작점이었다. 카메라를 통해 들어온 영상을 복제해 종이 위에 다시 찍어내는 상업적인 용도의 복사기가 등장한 것은 1949년, Haloid라는 회사의 Xerox Model A라는 제품이었다. 10년뒤인 1959년 특수 용지가 아닌 보통 종이를 사용해서 복사를 할 수 있는 제품이 Xerox914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출시되었다. 

곧이어 유사한 원리를 사용해 카메라 렌즈에 잡힌 영상을 네트워크로 전송하는 팩스가 도입되면서 기업들의 기밀 유지에 비상에 걸리게 되었다. 기업의 비밀인 종이로 된 설계도, 작업명세서 등이 복사기를 통해 쉽사리 복사돼 외부로 빠져 나가거나 팩스를 통해 멀리 있는 제3자에게 전송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대부분의 디지털 기술에 관한 연구는 IBM과 AT&T 연구소에서 이루어졌는데, 시장의 이러한 우려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표적인 두 개의 연구소에서 경쟁적으로 워터마크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요 기밀 문서를 복사해서 전송하는 경우 유출자(Leakage source)를 찾아낼 수 있도록 텍스트(text)에 정보를 숨겨두는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텍스 워터마크의 경우, 문서 편집기에 의해 쉽게 변형할 수 있기 때문에 90년대 후반부터는 기술 개발이 거의 휴면 상태로 접어 들고, 텍스트 워터마크 기술 개발은 이미지와 음악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오디오 워터마크 분야 국내 IMF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
오디오 워터마크 분야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은 한국의 IMF 덕분이었다. 1998년 한국의 재정위기 덕분에 대량해고와 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르자, 정부는 창업과 인터넷 기업의 활성화를 앞세우고 벤처 지원에 많은 지원을 쏟아 부었다. 한국에서 새한 미디어에 의해 최초로 개발된 MP3 Player는 대량으로 미국 시장에 상륙해 음반시장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당시만해도 음악시장은 음반에 10여곡의 노래를 CD에 담아서 파는 Universal, SONY, Warner, EMI, BMG 등 메이저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는데, 인터넷의 등장으로 일반인들까지 디지털 음악을 공짜로 주고받고 MP3 Player를 통해 갖고 다니면서 들을 수 있게 되자, 워터마크 기술이 조명을 받게 되었다. 즉 워터마크 기술을 MP3 Player에 강제로 넣어서 음악에 숨겨진 정보에 따라서, ‘3회 플레이 가능’이라는 정보가 있으면 한 번 들은 후 ‘2번 플레이 가능’으로 내용을 바꾸고, 이것이 ‘0 플레이’로 까지 떨어지면 자동으로 재생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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