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제1호 차목 첫 적용 판례… 타인의 투자·노력으로 만든 성과물에 대한 부정경쟁행위 해당 여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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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제1호 차목 첫 적용 판례… 타인의 투자·노력으로 만든 성과물에 대한 부정경쟁행위 해당 여부 관건
  • 김민욱 기자
  • 승인 2017.02.02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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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상표, 상호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와 타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호에서는 원래 아홉 가지 유형의 부정경쟁 행위를 규정했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과 시장변화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부정행위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2013년 열 번째 부정경쟁행위 유형으로 (차)목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신설되었다.

최근 이 신설된 유형의 (차)목이 적용돼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된 판례가 대법원에서 나와 눈길을 끈다. 대법원 민사2부는 'S 단팥빵'을 운영하는 민모씨가 동종 경쟁업체인 'N 단팥빵' 주인 김모씨와 이모씨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소송 상고심(2016다229058)에서 양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2013년 S 단팥빵을 개업한 민씨는 천연발효종과 유기농 밀가루 등을 사용해 맛을 차별화하면서 매장 전면을 전체 개방해 전면 모두에 매대를 설치하는 등 기존 빵집과는 차별화된 인테리어를 전략으로 삼았다.

이후 민씨의 빵집은 하루 매출이 1000만원을 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민씨의 빵집에서 퇴사한 제빵사가 민씨의 가게 인테리어와 매대 배치 방식은 물론 빵 모양 등까지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 서울 도심에 N 단팥빵을 개점했다.

이에 민씨는 1억여원을 투자해 준비한 자신만의 차별적 인테리어 등을 무단 도용당했다며 부정경쟁행위 금지 청구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민씨가 창업 단계에서 상품 기획과 디자인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인 사정에 비춰볼 때 민씨 가게의 인테리어 등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호 차목이 규정하고 있는 ‘해당 사업자의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된 성과물’에 해당한다”면서 “N 단팥빵은 S 단팥빵과 유사한 간판과 매장 인테리어 사용을 금지하고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법률사무소 케이엘에프(KLF)의 김선진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원고는 매장의 표장, 외부 간판, 매장 배치 및 디자인이 기존 제과점과의 차별화를 위해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만든 성과물이라고 주장했다”면서 “판결의 쟁점도 기존 단팥빵 매장의 외관과 유사한 새로운 단팥빵 매장 운영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특정 영업을 구성하는 영업소 건물의 외관, 내부 디자인, 장식, 표지판 등 ‘영업의 종합적 이미지’는 그 개별 요소들로서는 관련 법률의 개별 규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개별 요소들의 전체 혹은 결합된 이미지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이 규정하고 있는 행위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김선진 변호사는 “기존 부정경쟁방지법에는 상당한 노력을 투자한 인테리어 등을 무단으로 이용해 이익을 취해도 적용되는 규정이 없었다”면서 “이번 판결로 인테리어가 디자인보호법에 의해 보호되지 않더라도 (차)목이 보호대상이 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동안 개별 상표나 디자인으로 보호받지 못했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의 보호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코카콜라의 독특한 병모양이나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 사각형 모양 등과 같이 특정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전체적인 외형 내지 이미지를 말한다. 

김 변호사는 “다만 소송을 통해 이러한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침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와 노력’ 등 법정 요건을 충분히 입증해야 하고 일반적 보충조항의 성격상 다른 지식재산권 법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청구가 기각될 수 있으므로 관련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꼼꼼하고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법률사무소 케이엘에프(KLF) 김선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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