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AI로 배터리 불안을 덮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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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AI로 배터리 불안을 덮을 수 있을까?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6.11.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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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8에 대한 우려

“비브랩스의 인공지능 솔루션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이다. 최근 비브랩스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전략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이 인공지능 혁명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 대내외에 공표했다.

기술의 발전은 제품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시장은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 문제는 방향이다. AI를 비롯해 삼성의 최신 기술력이 집약될 것이라는 갤럭시S8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삼성 측은 대단위 마케팅 전략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모양새다. 우려는 다름 아닌 갤럭시 노트7의 참담한 실패에 기인한다. 배터리 발화 문제가 과연 해결됐는지에 대해 삼성은 답 대신 인공지능을 끌고 나왔다. 삼성은 인공지능으로 과연 배터리 발화 문제를 덮을 수 있을까. 

비브랩스 경영진들이 지난 11월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언론과 만났다. 삼성 측에서는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 부사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 부사장은 비브랩스 인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 갑작스럽게 공지된 기자회견임에도 국내 취재진들로 설명회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비브랩스의 다그 키틀로스 CEO와 아담 체이어 CTO는 이재용 부회장과의 미팅을 막 마치고 온 길이라고 말했다. 미팅에서는 향후 운영 방안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전해진다.

설명회를 통해 발표된 내용의 주된 골자는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와 비브랩스가 공동 개발 중인 인공지능 플랫폼이 내년 발매 예정인 갤럭시S8에 처음 탑재된다는 것. 삼성전자가 개발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중심으로 적용되고 내년 하반기에 비브랩스의 인공지능 플랫폼과 통합된 서비스가 탑재한다고 한다. 물론 정확한 날짜는 특정하지 않았다. 출시 시기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여러 말이 오간다.

거론했듯이 갤럭시S8 출시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내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 박람회에 맞춰 공개된다는 루머도 돌았다. 루머는 삼성전자가 지금껏 갤럭시S 시리즈를 MWC 일정에 맞춰 공개해 왔던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언론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MWC 일정보다 늦은 4월께 공개될 것으로 점칠 수 있을 터.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출시 지연 가능성을 언급했다. 해당 매체는 갤노트7의 폭발 원인 조사를 위해 갤럭시S8 개발팀 인력까지 투입되면서 개발 일정이 2주 가량 지연됐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일각에선 삼성이 갤노트7 폭발 원인을 아직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진위와 상관없이 삼성전자가 이러한 우려를 완벽히 불식시키지 않을 경우, 신뢰 회복의 문제로 귀결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는 매출에 적잖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자 우려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갤럭시S8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갤노트7의 단종 이후 올해 3분기 모바일 부문에서 삼성은 수익을 내지 못했다. 자연히 4분기에 상당한 규모의 손실로 되돌아오리란 것은 자명하다. 한마디로 삼성전자기 갤노트7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는 모양새란 얘기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삼성이 아이폰을 의식해 출시 일정을 무리하게 잡았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제품의 출시는 제품의 완성도와 시장 출시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무선사업부에서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반응만을 보였다.

치명적인 구멍 ‘갤노트7’

갤노트7은 삼성으로서는 씻지 못할 수모임에 분명하다. 갤노트7은 삼성이 내놓은 역대 스마트폰 중 가장 단기간에 단종된 모델로 기록되며 뼈아픈 상처를 입혔다.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공개될 당시만 해도 언론과 시장은 극찬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출시 직후부터 제기됐던 발화 문제를 삼성전자는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 YTN 화면 갈무리

애플과 더불어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던 삼성전자. 지금의 사태를 맞은 이유는 무엇 때문이며 갤노트7은 대체 왜 폭발한 걸까. 기내 반입까지 금지되며 삼성은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결국 갤노트7은 결국 조기 단종되며 일단락됐지만 후폭풍도 거셌다. 기업이미지 추락과 주기 하락, 영업 손실은 7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설상가상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7과 구글의 스마트폰이 연이어 발매되며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해당 기종의 전량 회수와 보상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과정에서도 적잖은 잡음이 일었다. 공동소송을 준비하는 소비자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갤노트7의 발화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리콜 발표 당시 삼성SDI 측은 배터리 결함을 이유로 들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부품과 제조의 문제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조직 문화의 문제에 기인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무엇하나 확실하진 않다. 현재까지 유력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다. 그렇다고 배터리만의 결함인지 해당 스마트폰 내부에서 별도로 문제가 있었는지도 명확치 않다.

갤노트7에 장착된 것은 대다수 스마트폰에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 빠른 충전 속도, 긴 사용시간 등 스마트폰에 이상적인 배터리로 손꼽히지만, 전극 이동 원리를 활용하기 때문에 불안정하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방전될 때 리튬 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충전 시에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한다. 두 전극 사이에 합선이 일어나면 발열작용을 일어나게 된다. 이는 발화와 그로인한 폭발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두 전극을 분리시켜 놓는 것이 리튬 이온 배터리 설계의 핵심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장단점이 뚜렷한 부품임이고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이 배터리라는 것은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외신은 저마다의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문제가 된 리튬 이온 배터리가 유독 갤노트7에서만 잦은 발화를 일으켰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스마트폰 배터리에는 여러 구성요소들이 빽빽이 들어 있다. 배터리는 이러한 요소를 꾹 눌러 담는 식으로 제조됐다.”

MIT 돈 새도웨이 교수의 견해를 빌어 미국의 IT매체 씨넷은 갤노트7의 발화 문제를 배터리 내부 결함에서 찾았다. 비단 씨넷뿐만 아니더라도 다수의 해외매체는 리튬 배터리의 전극 합선을 발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합선을 유발한 결정적인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갑론을박 중이다. 씨넷은 배터리 내부 구조의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새도웨이 교수의 주장을 빌어 배터리가 눌리면서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플라스틱 막에 구멍이 뚫렸고 이것이 합선으로 연결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새도웨이 교수의 가설들은 ▲배터리에 가해진 압력이 커져 음극과 양극 분리막 사이 구멍이 생겼을 가능성 ▲분리막 자체가 압력을 견뎌내기 어려웠을 가능성 ▲플레이팅 과정에서 생긴 덴드라이트가 전극 분리막에 구멍을 냈을 가능성 등으로 정리된다.

반면 충전 자체가 화를 불렀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더버지는 프린스턴대 댄 스테인가트 교수의 주장을 빌어 과잉 충전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과도한 충전이 배터리 과부하를 유발시켰고 이것이 발화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코텔대 린든 아처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이 제조사들간의 과도한 경쟁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아처 교수는 "현재 기술력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배터리 사용 수명의 90%까지 현실화했다. 제조업체들이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효율을 끄집어내려고 무리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미 기술적 한계에 도달한 시점에서 업계는 점점 더 과잉 충전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결국 실패한 모델을 낳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최악의 형태가 바로 발화와 폭발이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영남대학교의 신동화 교수는 더 얇고 경량화된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추세에서 언젠가는 일어날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신 교수는 “현재의 기술력과 상충되는 소비자의 요구를 맞추는데 ‘한계’가 온 것”이라며 “요소 기술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비단 삼성만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삼성이 다소 무리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IT매체 와이어드는 전문가로 하여금 직접 갤노트7을 직접 해체케 하고 그 리뷰를 실었다. 요약하면 갤노트7 내부의 구조적 결함 및 발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전문가는 갤노트7의 배터리는 휴대폰 본체에 나사가 아니라 접착제로 붙어있었고 갤럭시노트7에서 배터리를 분리하는 작업은 매우 까다로웠다고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수술환자가 화염에 휩싸일 수도 있는 위험한 수술을 연상케 한다"는 전문가의 다소 강한 어조를 와이어드는 여과 없이 실었다.

두께·속도·전력 등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평가도 더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최고용량의 90%에 도달하게 제조됐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제조업체가 여러 요소를 고려할만한 여력을 주지않았다. 얇은 스마트폰에 리튬 이온 배터리를 담기 위해 방화 가능성이 있는 이 장치를 얇은 은박지로 싸 사람들의 얼굴에 닿는 스마트폰 안에 우겨 넣었다.”

“조급증이 화를 불렀다”

블룸버그는 배터리 및 스마트폰 내부 요소 바깥부분의 문제를 지적했다. 갤노트7 발화 사건은 삼성전자 경영진의 조급증이 야기한 결과라는 것이다. 매체는 이러한 조급증이 애플에 대한 삼성의 지나친 견제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삼성이 애플의 신제품 출시를 의식해 무리한 출시 일정을 잡은 것이 이 불행한 사태의 시작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의 코멘트를 통해 블룸버그는 아이폰7 정보를 입수한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한발 먼저 시장을 선점코자 갤노트7의 출시를 서둘렀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제보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고동진 사장을 필두로 삼성전자 임원진이 갤노트7 출시를 앞당기기 위해 부품 생산자들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출시일자가 가까워오면서 삼성전자 개발자와 생산자들은 수면시간과 통근시간을 줄여 근무시간을 늘렸다. 업무 압박이 심했고 삼성전자는 우리의 타 기업 고객 중 가장 심하게 우리를 압박했다.”

▲ (왼쪽부터) 비브랩스 엔지니어링 VP 아담 체이어, 비브랩스 CEO 다그 키틀로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 이인종 부사장

갤노트7는 지난 8월2일 미국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불과 20여일 만에 발화 사례가 보고됐다. 새 제품으로 교환(9월21일)된 이후에도 발화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이어 단종 발표(10월11일)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언급했다(11월4일). 첫 발화 사고 당시부터 원인 규명 조사를 시작했더라도 조사 기간은 불과 70여일에 불과하다. 내년 4월께 갤럭시8이 출시된다면 갤노트7 발화 원인 규명에 소요된 기간은 8개월이다. 신제품 개발 시점과 겹치는 것을 고려한다면 원인 규명 기간은 훨씬 줄어든다.

갤노트S7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완전히 일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공지능을 내세운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은 불안한 항해를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아주대학교의 김영진 교수는 애플을 포함해 구글, LG전자, 화웨이, 샤오미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공세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배터리 문제부터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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