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영교수 ‘인문학아고라’ “왜 우리는 뚜껑이 자주 열릴까?” 그 해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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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영교수 ‘인문학아고라’ “왜 우리는 뚜껑이 자주 열릴까?” 그 해답은?
  • CCTV 뉴스팀 기자
  • 승인 2015.10.2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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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지난 27일 저녁 7시 연세대학교 대강당에는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와 연세대학교가 공동주최한 〈인문학아고라〉 네 번째 강연이 열렸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인의 삶에 대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만남, ‘한국인,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전체 주제 하에 10주간 최고의 강사진들이 강연을 펼치고 있다. 이 날 강연의 주인공은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의 권수영 교수.

네 번째 강연은 단연 제목부터 이색적이다. “왜 우리는 뚜껑이 자주 열릴까?” 최근 5년간 한국사회에 분노로 인한 보복범죄가 2배로 증가했다는 보도 이후, 분노조절은 시급한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다소 무거운 주제로 시작한 강연은 권수영 교수의 유쾌한 입담으로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권수영 교수는 분노가 모든 보복범죄의 단순한 주범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면서, 분노는 타인에게 향하는 원심력을 가진 감정임을 강조했다. 분노 감정 배후에는 늘 자기 자신을 향하는 구심력을 가진 감정이 공존한다는 것.

권교수는 우리가 꼭 돌아보아야 할 원초적인 감정은 바로 구심력을 가진 감정이라고 주장했다. 원심력 감정인 분노보다 상대방과의 관계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 생긴 구심력 감정인 섭섭함이나 거절감 등이 더 중요한 원초적인 감정이라는 것.

권교수는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문화에서는 이렇게 타인을 향한 원심력을 가진 분노감정을 느끼기 쉽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신 부차적인 분노 감정만으로 타인과 갈등을 일으키고 보복심리를 가지지 않도록 상대방에 대한 관계 욕구를 먼저 주목하라는 점을 주문했다.

분노감정은 꼭 버려야 할 나쁜 감정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나의 욕구를 살피고 내 안에 생긴 또 다른 감정을 살펴보라는 신호라는 것이다. 마치 주전자 뚜껑이 열리는 것은 주전자 안에 무언가 끓고 있어서라는 표시이지, 뚜껑에는 아무 죄가 없다는 것.

초등학교 자녀가 갑자기 짜증을 내는 이유는 무얼까? 짜증을 낸다고 부모가 함께 화를 내서는 안된다. 뚜껑끼리 부딪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관계의 욕구나 바람을 찾으면 뚜껑이 아니라, 주전자 안에 도사리고 있는 감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 후 다시 직장에 출근하기 시작한 엄마에게 아이가 가지는 바람은 무엇일까? 집에 들어오면 엄마가 항상 자신을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다. 이전처럼 말이다. 하지만 엄마가 곁에 없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아이는 점점 불안해 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엄마가 곁에서 숙제를 도와주지 않으면 뚜껑이 열리는 아이의 진짜 감정은 불안일지 모른다.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인들은 당연히 관계적인 욕구를 강하게 가진다. 한국인들은 뚜껑이 아니라, 주전자 안에 감정을 잘 다루어야 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고 권교수는 진단했다. 그래야 관계가 독이 아니라, 선물이 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으로 그의 명강의는 끝을 맺었다.

가을단비가 내린 후, 한층 추위가 느껴진 밤이었지만, 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분노감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 점뿐 만이 아니다. 권수영 교수가 제시한 풍부한 사례를 통하여 자신의 가족과 자녀와의 관계를 돌아보며 벅찬 감동과 각오를 다졌다.

객석을 떠나는 한 어머니는 강연 내내 자신의 자녀를 생각하며 눈물이 났다면서, 빨리 집에 돌아가서 아이의 바람과 속마음부터 챙기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권수영 교수의 인문학강의, ‘왜 우리는 뚜껑이 자주 열릴까? - 한국인의 관계심리’는 SBS CNBC 방송에서 11월 13일 금요일 밤 8시에 방영될 예정이다(KT Olleh TV: 채널 25, SK B TV/Skylife TV: 채널 26, LG U+ TV: 채널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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