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 길 잃은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서울시 도로의 현 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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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안전] 길 잃은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서울시 도로의 현 주소는?
  • 곽중희 기자
  • 승인 2022.04.1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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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개인형이동장치(PM) 주행 고려한 도로 설계 필요

오씨는 지난달 집에서 25분 거리(지하철 기준)에 있는 회사에 취업을 했다. 입사 초기 오씨는 지하철로 출퇴근을 했지만, 몇 달 후 엄청난 출퇴근 인파에 지쳐 자전거 출퇴근을 결심했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첫날, 북적임 없이 출근을 할 생각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김씨는 여유롭게 집을 나섰다.

그런데 자전거 출근길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차로에 주차되거나, 쌩쌩 달리는 차들, 그리고 1km 남짓마다 사라지는 자전거 도로는 오씨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도로가 좁을수록 생명의 위험을 느껴 어쩔 수 없이 인도로 가야할 때도 있었다. 전 세계에서 대중교통망이 좋기로 알려진 서울인데, 유난히 자전거에게는 왜 이렇게 야속한지 오씨는 의문이 들었다.

어디로 가야하죠? 턱없이 부족한 자전거 도로

서울에서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이동장치를 운행하다 보면 전용 도로가 없거나, 불법 주차된 차량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인도를 건너야 하는 등 불편함을 겪은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인도에서 아슬아슬 주행하며 배달을 하는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이런 모습은 그냥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도로는 자동차에 비해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 개인용이동장치(PM)에는 유난히 야속하다. 2020년 기준 서울시의 총 도로 연장(길이)은 8323km인데 이 중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도로는 1258km로, 전체 도로의 1/7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자전거 도로(길이)는 ▲자전거 전용 도로(182km): 물리적으로 구분된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전용 도로 ▲자전거 전용 차로(74km): 도로 중앙이나 가변에 차선 등으로 자전거만 다닐 수 있게 한 전용 차로 ▲자전거 우선 도로(19km): 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공유하는 도로로 안전 표시로만 구분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810km):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도로로 나뉜다.

서울시의 경우, 70%가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에 해당한다.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는 실제로 보행자들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보행자와의 충돌 우려로 위험한 점이 상당히 많다.

최근 이용자 수가 늘고 있는 전동킥보드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전동킥보드는 이용량이 2019년 대비 2021년 약 7배 증가해 그 이용자 수만 25만여 명에 달하지만, 전용 도로가 없어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흔히 길에서 보는 전동킥보드는 대부분 시속 25㎞, 중량 30kg 미만의 소형 장치로 개인형이동장치에 해당한다. 전동킥보드 외에 개인형이동장치로는 ▲전동이륜평행차 ▲전동기의 동력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 등이 있다.

전동킥보드는 차로 내 잦은 사고 발생을 이유로 2020년 12월을 기점으로 차로와 자전거 도로에서 모두 달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어디로 주행해야 할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자전거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에서 달리면 보행자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차로 주행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있다. 애매한 위치에 놓인 상태다. 게다가 최근 개인형이동장치 사용량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점을 봤을 때, 개인형이동장치 전용 도로 구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자전거와 개인형이동장치 도로, 왜 이렇게 부족할까?

서울시의 도로가 자전거와 개인형이동장치에 유난히 가혹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자동차 중심의 도로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전거의 경우, 1970년대까지 서울 도심 내 통근·통학의 주요 수단으로 교통 수단 분담률이 20% 이상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산업화와 함께 자동차 시대의 개막으로 모든 도로가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됐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주요 교통 수단의 자리에서 밀려났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이동장치의 경우, 상용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와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뉴딜의 모빌리티 정책도 전기·수소차 중심이라 개인형이동장치에 대한 도로 구축은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물론 서울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자전거 전용 도로 확충 방안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현재 서울시의 자전거 도로는 서울시, 자치구, 한강사업본부가 각각 구획을 나눠서 구축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각 구별로 편차가 큰 편이다. 2020년 기준, 서울시 내에서 자전거 도로가 가장 많은 지역은 송파구로 그 길이가 186km이다. 8km인 강북구와 도봉구에 비하면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서울시 자전거길 안내지도(출처: 서울시)
2022년 서울시 자전거길 안내지도(출처: 서울시)

서울시 자전거 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의 자전거 도로 구축은 서울시와 자치구, 그리고 한강사업본부에서 각자 구간을 따로 맡고 있다. 그래서 전체 도로 구축 상황을 다 알 수는 없다. 연말에 취합을 해서 현황을 파악한다.

작년(2021년)에는 서울시에서 청계천에 10km 정도의 자전거 전용 도로를 완공했는데, 올해(2022년)는 자전거 도로 구축보다 설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제로 구축이 많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에는 자치구와 한강사업본부에서 2~3km 정도의 짧은 도로를 구축하는 계획이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전거 도로 구축에 있어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예산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서울 도로의 대부분이 오래 전에 지어진 구도심이라 도로폭이 좁다는 큰 장애물이 있다. 한정된 공간 내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쓰는 공용도로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신도심의 경우, 미리 자전거 전용 도로를 넓게 설계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서울은 이미 만들어진 구도심이 많아 도로가 좁다는 점이 큰 애로사항이다”라고 말했다.

개인형이동장치의 경우, 현행법상 자전거 도로와 차로를 겸용하게 돼 있어 따로 전용 도로 구축에 대한 계획은 전무한 상황이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에 따르면, 개인형이동장치는 전용 도로의 부재와 안전 사고 발생 등으로 자전거 도로에서도 주행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그 외에는 장치를 보관하는 전용 주차장을 구축하는 계획만 수립돼 있는 상태다. 

 

친환경·안전 교통 추세 맞춰 자전거·개인형이동장치 도로 설계 방안 수립해야

서울시는 2020년 이후부터 친환경·안전 중심의 교통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 공급 확대 ▲전기차·수소차 인프라 구축 ▲산책·보행로 개발 ▲안전 속도 5030 등 다양한 정책이 포함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정책들 중 자전거나 개인형이동장치의 전용 도로 확충에 대한 실질적 개선 방안은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도로가 좁은 서울시 내에 단번에 많은 자전거·개인형이동장치 도로를 만드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탄소중립, 휘발유·경유 차량 사용 제한 등 친환경 교통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자전거와 개인형이동장치의 도로 계획을 재개발·도시 재생 지역이나 신도시의 설계에 포함하는 건 충분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서울시가 2017년 3월부터 한양도성 내부(종로구 8개 동, 중구 7개 동, 16.7㎢)에 시행 중인 녹색교통지역이 있다. 이 정책에는 자전거 도로 설치와 개인형이동장치 인프라 조성 방안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안전한 자전거·개인형이동장치 도로 구축을 위해서는 기존 자전거 도로의 유지·보수도 잘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기존 도로에 이어 새로운 도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을 위해서는 자전거와 개인형이동장치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더 개인화되고 친환경적인 교통 수단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의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모두의 환경과 안전을 위한 전용 도로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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