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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바타로 접속하는 디지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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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바타로 접속하는 디지털 사회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2.03.14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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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핵심이 될 아바타, 본격적인 연구와 논의 필요

[글=김신애 | 권희경 | 방준성]

김신애
   이화여자대학교 미래교육연구소 연구교수

권희경
   한국교육개발원 교육데이터연구본부 연구위원

방준성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공공안전지능화연구실 선임연구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부교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논의가 활발하다. 메타버스상에서 실물 경제와 연동된 경제 흐름이 발생하고 다양한 사회 활동이 가능하게 되면 메타버스는 하나의 디지털 사회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메타버스에 우리는 ‘가상주체’, ‘사용자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디지털 아바타(avatar)를 통하여 접속하게 될 것이다.

아바타는 메타버스에서의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는 인터페이스로 작용하므로 메타버스의 핵심 요소다. 이러한 점에서 사용자인 우리가 디지털 아바타를 이루는 기술적 기반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메타버스에서 아바타 사용에 대한 사회적, 윤리적 이슈가 보다 전면적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라는 이름의 디지털 사회

메타버스는 1992년에 미국의 SF작가인 닐 스티븐슨(Niel Stephenson)이 ‘스노 크래시(Snow Crash)’라는 소설에 나오는 디지털 가상 세계를 지칭하기 위해 고안한 용어다. 최근 기술적인 상용화 가능성이 열리고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그 외연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아직은 메타버스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합의된 개념은 없지만, 혹자는 사용자가 아바타로 참여하는 게임의 한 유형인 MMORPG에 구현된 디지털 공간을 이미 메타버스였던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며, 메타버스라고 할 만한 가상 세계의 기원을 1970년대에 출시된 ‘Dungeons & Dragons’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기술 발달과 사회적 요구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의 융복합’으로 특징되는 디지털 사회로서의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는 ‘로블록스(Roblox)’가 10대 이용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친구와의 소통’을 ‘로블록스’에서의 주요 활동으로 꼽았다. 이는 게임을 기반으로 한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청소년들의 만남이 사회적 관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또 다른 게임 플랫폼 중 하나인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미국 가수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이 가상 콘서트를 개최하여 216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사실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가상과 현실 세계 엔터테인먼트 활동의 연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활동의 범주가 점차로 확장되어 가는 가운데 메타버스 내에서 디지털 프로슈머(Prosumer)들의 자유로운 창작, 공유, 소비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에 의한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가치 교환이 가능하고 이것이 오프라인 세계의 경제 시스템과 결합되었을 때, 메타버스가 엔터테인먼트 활동 공간을 넘어서는 하나의 디지털 사회로 기능하리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메타버스를 업무용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메타버스를 업무용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메타버스 디지털 사회의 핵심은 아바타

메타버스가 우리 삶에 전면적으로 등장했을 때 우리는 메타버스를 공간의 의미로 인식했다. 메타버스의 정의를 ‘유니버스(universe)’이자 ‘세계’라고 했으니 1차적으로는 그러한 공간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공간은 그 속에 살아가는 개체들과 그 개체들의 활동에 의해 의미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라는 가상과 현실의 융복합적 공간 내에 자신의 대리적 개체로서 아바타를 생성하는 것은 메타버스가 개인의 삶의 일부로 자리잡는 것의 시작이다.

‘아바타를 통한 자기표현 경험’이 사용자가 메타버스를 재방문하고 싶은 이유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그만큼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용자의 활동과 경험이 중요하다. 따라서 아바타를 통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형성이 디지털 사회 활성화의 원동력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와 관련하여 아바타 생성 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가상현실 기기나 디지털 트윈 기술 등에 대한 관심보다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의 요건을 갖춘 아바타 생성을 위한 기술적 장벽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최첨단 웨어러블 장비를 착용하고 신체 움직임만으로 아바타를 조종하는 기술의 상용화는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우리나라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게더타운(Gather)’이나 비교적 세련된 아바타 그래픽으로 유명한 ‘제페토(Zepeto)’에서도 아바타를 쉽고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실정에서 메타버스 활성화를 위해 당면한 많은 과제를 뒤로 하고, 아바타 기술 향상에 관심과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시기상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아바타 생성 기술의 발전 현황을 들여다보면 아바타 기술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디지털 아바타를 사용하여 메타버스를 활보하는 것이 그렇게 요원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는 우리에게 메타버스가 개인의 삶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시기에 대한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 대비의 필요성을 요청한다.

 

디지털 아바타 생성 기술 어디까지 왔나

최근 발전하고 있는 아바타 생성 기술 중 실사 기반 인체 아바타 생성 기술이 주목할 만하다. 실사 기반 인체 아바타 기술은 사용자에게 아바타와 ‘신체소유환상(body ownership illusion)’으로 불리는 동일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실사 기반 인체 아바타는 ‘가상과 현실의 융합’으로서의 메타버스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메타버스에서 대부분의 사용자는 그래픽 중심의 2D 또는 3D 아바타를 사용하고 있다. 일부 실사 기반 아바타의 경우에도 사용자를 단면 촬영한 이미지에 기반하거나 또는 생성 과정에서 기초 자료에 대한 상당한 변형이 이루어져 사용자가 자신의 아바타와의 동일시를 경험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는 실제 사용자와 비슷한 인체 아바타를 만들기 위해서 전문 디자이너가 3D 저작툴을 사용하여 수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번거로움과 비용의 측면에서 상당 기간 일반인에게 보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최근 딥러닝 기법의 도입으로 실사 기반 인체 아바타 상용의 길이 열릴 듯 보인다.

실사 기반 아바타를 만들기 위해서는 3차원 입체를 그대로 살리는 볼류메트릭(volumetric) 캡처 기술, 딥러닝 기법을 활용한 디지털 휴먼 모델링, 2D 이미지를 활용하여 임의 시점이나 자세로 아바타 생성이 가능한 뉴럴 휴먼 렌더링 기법 등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Google AI 팀이 만든 ‘The Relightables’는 331개의 LED 조명과 58개의 RGB 카메라, 31개의 IR 카메라가 싱크된 스튜디오를 사용하고, 촬영 시 배경에 녹색 스크린이 없어도 사람의 형상을 분리할 수 있으며, 촬영 후 조명 효과 변형이 가능한 것으로 유명하다.

 

구글 AI 팀의 The Relightables 촬영 스튜디오(출처: 유튜브)
구글 AI 팀의 The Relightables 촬영 스튜디오(출처: 유튜브)
The Relightables 촬영 스튜디오로 촬영한 결과물(출처: 구글 AI 논문)
The Relightables 촬영 스튜디오로 촬영한 결과물(출처: 구글 AI 논문)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Facebook Reality Lab)에서 2019년에 발표한 ‘코덱 아바타(codec avatar)’ 또한 실사 기반 인체 아바타의 실시간 상호 작용을 위해 필요한 기술적 난점들을 상당 부분 보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덱 아바타’도 역시 132개의 카메라 렌즈와 350개의 조명을 탑재한 스튜디오에서 인체를 캡처하고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하여 목소리의 특징과 근육의 움직임을 학습하고 이에 기반한 추론을 통해 얼굴 표정과 신체 동작을 표현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 에픽게임즈(Epic Games, Inc.)의 언리얼엔진(UNREAL ENGINE)은 ‘메타 휴먼 크리에이터’를 통해 1, 2시간 안에 매우 사실적인 아바타를 만드는 것을 선보인 바 있으며, 이를 통해 추후 상용화될 실사 기반 인체 아바타의 인체 모사 수준이 상당함을 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수준의 실사 아바타들은 최근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이라고 불린다.

언리얼엔진 ‘메타 휴먼 크리에이터’로 생성한 디지털 휴먼 이미지(출처: 에픽게임즈)
언리얼엔진 ‘메타 휴먼 크리에이터’로 생성한 디지털 휴먼 이미지(출처: 에픽게임즈)

 

디지털 사회에 아바타로 접속한다는 것

아바타라는 용어의 원래 의미는 분신(分身)이다. 메타버스와 관련하여 거론되는 아바타는 사용자의 대리인 정도로 정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휴먼을 아바타로 사용할 경우에 아바타라고 불리는 우리의 분신은 이제 AI가 학습하고 추론한 결과로서의 얼굴 표정과 신체 움직임을 갖게 된다. 즉, 우리가 ‘실사(實寫)’라고 생각하는 우리 자신의 이미지에도 부지불식간에 AI가 이해한 우리의 모습이 스며들어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메타버스상에서 표현되는 우리의 얼굴 표정과 신체 움직임이 말과 글, 이미지와 마찬가지의 하나의 기호로 작용할 수 있으며 사용자의 원래 의도와 다른 오기, 오작동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로봇 공학 분야에서 잘 알려진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가설은 인간을 모사한 존재가 인간과의 유사도가 상당히 높은 지점에서 갑작스러운 사용자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제시한다. 이것은 우리가 아바타의 사용과 관련하여 느끼는 동일시 또는 신체소유환상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Masahiro Mori의 ‘불쾌한 골짜기’(출처: 위키피디아)
Masahiro Mori의 ‘불쾌한 골짜기’(출처: 위키피디아)

한편, 디지털 아바타가 남기는 데이터 기반의 흔적(trace) 또한 사생활(privacy) 보호 차원에서 이슈가 될 수 있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술적 논의에서 ‘라이프로깅(lifelogging)’ 분야의 진전이 더딘 것은 메타버스에서 생활하는 아바타와 그가 대리하는 자연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물리적 현실에서 사람은 누군가의 감시와 통제로부터 ‘숨는 것(=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사라질 자유)’이 가능하다. 그런데 메타버스상의 아바타는 모든 활동 이력이 데이터로 기록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이 있고, 이는 원천적으로 아바타가 시스템 관리자로부터 ‘숨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

이러한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적 공간 복제(private copy)’의 전략이 제안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록이나 모니터링, 감시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복제와 보안을 요청하여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수가 활용하면 불편할 수 있는 공간을 사적으로 복제하여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복제가 용이한 디지털 공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독특한 방법이 된다.

아바타에 부여될 수 있는 윤리적, 법적 지위의 문제도 상당한 사회적 논의가 요구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물리적 현실에서는 성추행, 성폭력과 같은 범죄에 대한 법적 대응이 어느 정도 체계화되어 있는 반면에, 메타버스상에서의 성추행 및 성폭행은 단순히 가상주체에 대한 것이며 실제 사용자에 대한 피해가 성립하기 어렵고 따라서 물리적 현실에서와 동일한 법적 대응이 어렵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이러한 주장은 단순히 사용자의 피해 호소에만 의존하여 해결하기는 어려우며 가상주체에 대해 사용자가 경험하는 심리적 현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기존 문예 작품에 대하여 예명이나 필명을 사용하는 경우 권리 침해를 인정하는 일본에서도 아바타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도쿄지방법원에 제기된 바가 있어 주목할 만하다.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어느 글로벌 인터넷 검색 엔진 회사에서는 메타버스상에서 아바타에 대한 명예훼손의 가능성에 대하여 ‘가상 세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나타난 사실을 시청자는 믿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는데, 이러한 입장은 아바타가 남기는 행위의 잘잘못에 대한 입증책임(burden of proof)이 사용자에게 있거나 서비스 제공자의 회피가 이루어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구성한 ‘메타시대 디지털 시민사회 성장전략 추진단’에서 구성할 메타버스 이용자 정책에서는 이러한 아바타를 가상주체로 하여 인격권에 대하여 논의할 계획으로 있어 우리 사회에서도 아바타의 윤리적,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아바타로 접속되는 디지털 사회의 제반 문제들은 가상주체와 사용자 간의 심리적 관련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사용자와 아바타 간의 심리적 연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학자들은 아바타의 활용이 자아개념(self-concept)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인식 및 태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 기술 기반 아바타를 활용하여 이루어진 심리학 연구들은 사용자가 자신과 이질적인 신체적 특성의 아바타를 사용하거나 그러한 아바타와 교류했을 때 동일시 정도, 상대에 대한 공감도 등에 변화가 발생함을 보인 바 있다(예: 연령, 인종이 다른 아바타와의 동일시 경험이 타인에 대한 우호도에 미치는 영향).

메타버스뿐 아니라 메타버스를 중요한 일부로 포괄하게 될 미래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사회에서 활용하는 자아의 대리인인 아바타와 실제 자신과의 관계, 메타버스에서의 타인과의 상호 작용이 물리적 환경에서의 사회적 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 및 사회적 논의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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