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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시작부터 삐걱대는 중대재해처벌법,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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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시작부터 삐걱대는 중대재해처벌법, 무엇이 문제인가?
  • 곽중희 기자
  • 승인 2022.03.07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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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기업 위해 더 촘촘히 개정돼야

김용균. 이선호. 김태규. 이한빛. 이 세 글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나는 지금은 부를 수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산업재해로 사망한 20대 청년의 이름이라는 점이다. 

꽃피우지도 못하고 끝나버린 삶. 누가 이를 보상할 수 있을까?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 달, 여전히 허점투성이 

그 삶을 위로하듯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을 처벌해 중대재해사고를 예방할 목적으로 제정됐다. 중대재해로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2명 이상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기업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하지만 재해를 뿌리 뽑는다는 야심 찬 의도가 무색하게도 시행 한 달이 지난 지금, 중대재해처벌법은 여러 한계에 직면했다. 사실 입법 초기부터 계속 문제가 많았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의무 사항의 내용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의무 사항을 지켜도 사고 예방과 처벌 면책을 보장받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 등이 있다. 법의 적용 대상은 많고 처벌 수위도 높은데 정작 법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추락 등 사망 사고가 잦은 건설 현장이 특히 그렇다. 대형 건설 현장에는 1000명 이상의 대거 인력이 투입될 때가 많은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현장의 안전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아파트 시공 현장에는 수천 명의 인력이 한 번에 투입되는데, 하청 작업이 일어나는 모든 현장을 대표자가 다 챙길 수는 없다. 그건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제조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이상 중소제조기업 32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제조기업의 절반 이상이 중대재해처벌법 이행이 시행일까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5%는 이행이 어려운 이유로 ‘의무 이해의 어려움, 전담 인력의 부족’을 꼽았다. 

적용 대상을 늘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소상공인(일반 사업장은 5명 미만, 광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은 10명 미만)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뿐더러, 상시 근로자 50명 미만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3년이 지난 2024년 1월 27일이 되어서야 법이 적용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공개한 ‘2020년 산업재해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50명 미만 규모의 사업장에서 전체 산업재해의 60% 이상이 발생했다. 정작 적용이 시급한 사업장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지난 1월 25일 중대재해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사업자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중대산업재해에 포함된 질병의 기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만성질환, 업무상 과로 등을 산업재해로 포함할지에 대한 논의다. 

검찰은 최근 ‘중대재해법 벌칙 해설서’를 통해 ▲과로사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출퇴근 시 통근버스 사고 등도 중대산업재해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중대산압재해에 포함된 질병의 범주가 해석에 따라 확대되거나 축소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칫하면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오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변호사 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과잉 입법이라며 위헌 소송을 추진하고 나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톱10 대형 로펌들은 자문 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기소에 대비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의 구성 요건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해 위헌적 요소가 많다는 입장이다. 

원칙대로라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만성질환 등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는 직업성 질환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업장 내에서 이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규명하는지에 따라 법의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질환에 대한 적용 기준을 더 명확히 해야 하는 이유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민과 기업 위해 더 촘촘히 개정돼야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티브로 알려진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을 보면, 법을 제정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약 15년이 걸렸다. 

영국은 법안 제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처벌 수준보다 경영 책임자가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것에 두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관리를 위해 경영책임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쉽게 정리한 종합 안내서를 만들어 적시에 제공하는 등 신중한 노력을 기울인다. 사후 조치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 오랜 시간 논의를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 법은 국민에 의해 시작됐고 ‘산업재해 공화국’이라는 우리의 오명을 벗기기 위한 하나의 진보라는 점에서, 그리고 노동 안전에 대한 국민 인식의 성장이라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예방해 국민과 기업 모두를 지키는 것이다. 이제 지나간 과오는 뒤로 한 채, 사후 검토와 개선을 통해 조속히 촘촘한 법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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