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대한민국 영상 보안 산업을 빛낸 사람들 ❻ - 아이디스 전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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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대한민국 영상 보안 산업을 빛낸 사람들 ❻ - 아이디스 전준 본부장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11.0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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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 아이디스 해외사업본부장 인터뷰

“아이디스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우뚝 세우고 싶다”

아이디스 해외 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전준 본부장의 포부다.

아이디스는 우리나라 영상 보안 산업을 언급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기업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녹화장치인 DVR을 개발했고, 현재에도 국내 영상 보안 기업 중 최상위권의 매출 규모를 자랑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창립 25주년을 맞이하는 아이디스에 전준 본부장이 합류한 것은 2014년으로, 올해로 8년째를 맞았다. 이 기간 동안 전준 본부장은 아이디스의 내실을 재정비하며 제2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디스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고 있는 전준 본부장은 어떠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바쁘실 텐데 시간 내줘서 감사하다.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한다.

아이디스에서 해외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전준이라고 한다. 아이디스에는 2014년에 합류해서 올해로 8년 넘게 계속 해외 사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전에는 LG전자에서 20년, LG디스플레이에서 4년 동안 근무했다. 아이디스에 와서는 자체 브랜드 사업을 강화해 아이디스의 글로벌 가치를 높이고, 해외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Q. 보안 분야는 아이디스가 처음인 것 같은데, 어떻게 아이디스와 연을 맺게 됐나?

LG디스플레이에서 근무할 때 아이디스 홀딩스의 자회사인 코텍과 잦은 왕래가 있었다. 당시 코텍의 대표였던 김영달 대표는 아이디스를 더 성장시키기 위한 사업 전략에 고민을 안고 있었다. 아이디스의 주요 매출은 ODM 사업에서 발생했는데, 이 분야에서 회사를 더 성장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끼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자체 브랜드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경험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마침 나는 LG전자가 미국에서 브랜드를 론칭할 때 직접 관련 업무에 관여한 경험이 있었다. 브랜드를 개발하고 운영하고 사업을 전개하고 확장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던 셈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김영달 대표와 의견을 나누다가 김영달 대표에게 영입 제안을 받았다. 당시 나는 한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고 있던 상황이라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고민하던 나에게 김영달 대표는 한국의 중소기업에서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 보자고 말했고, 이 새로운 도전에 마음이 끌려 아이디스에 합류하게 됐다.

 

Q. 아이디스에 합류하기 전 IT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지만, 보안업계는 처음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아이디스에 와서 느꼈던 어려움이나 기존 업계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안 그래도 김영달 대표로부터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보안 산업을 잘 모르는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러자 김영달 대표가 자신과 한 달 동안 학습을 하자고 하시더라. 그래서 정말로 4주 동안 매주 4시간씩 김영달 대표를 만나 보안업계의 전반적인 현황을 배웠다. 심지어 과제도 내줬다. 그렇게 업계의 전반적인 지식을 배우고 나머지는 회사에 합류해서 실무를 하며 익혀 나갔다.

사소한 측면에서는 이전까지 몸담았던 기업의 업무 체계와 진행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혼선이 있었다. 가령 회사에서 다루는 숫자의 단위가 다른 것도 있었고, 시설과 제조 설비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회사의 제조 시설을 방문해 보니 체계적인 생산 시스템과 수요에 맞춰 운영되는 생산 최적화 시스템이 잘 갖추어 있었다. 이를 활용해 제품 신뢰성 강화하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해외 바이어 방문 시 국내 제조 시설을 둘러보는 코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 IT 업계의 경우 몇 개의 선두 기업이 나라 전체, 나아가서 세계 각국까지 시장 장악력을 미치지만, 이쪽 시장은 각 지역별로 확실한 세력권을 가진 업체들이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러한 구도가 국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메리카는 아메리카 현지 기업이, 유럽은 유럽 기업이 각자의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구도를 깬 것이 중국 보안업체들의 세계 시장 진출이었다. 사실 아이디스의 주력 사업이었던 ODM 사업이 타격을 입은 것도 중국 기업들의 세계 시장 진출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과제였다.

 

Q. 아이디스 해외사업본부장으로서 회사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일들을 추진했나?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구조조정이다. 회사에 와서 주력 사업이었던 ODM 부문의 매출을 분석했더니 상위 8개 기업에서 전체 매출의 80%가 발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50여 개 고객사가 20% 매출을 담당하고 있었다. ODM의 특성상 각 고객사별로 각기 다른 요구 사항에 일일이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20%의 매출을 위해 50여 개의 고객사에 전부 대응하는 것은 투자 대비 효율이 낮다고 생각해 전부 정리했다. 지금도 ODM 사업은 10개 이내의 고객사만 유지하고 있다.

그다음에 시작한 것이 아이디스의 자체 브랜드 개발이다. 문제는 우리가 브랜드를 개발해서 시장에 내놓는다고 해서 바로 팔리지는 않는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마케팅 활동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선진국들의 경우 기업의 사회 공헌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각 나라에서 진행되는 취약 계층 지원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아이디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이러한 투자는 내가 부임한 후 5~6년 동안 지속됐고, 이 기간 동안 아이디스의 실적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아이디스에는 이러한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했고, 지난해부터는 투자의 결과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기업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디스의 ODM 사업이 타격을 받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 기업들이 거의 반값에 가까운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시장에서 경쟁해서는 중국 기업들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 기업들과 직접 경쟁을 하는 대신,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고급형 시장을 공략했다.

 

Q. 자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었던 전략은 무엇이었나?

아이디스에 와서 내부 경쟁력을 검토해 보니, 우리 회사는 하드웨어 제조부터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영상보안 서비스를 위한 기술력을 전부 갖추고 있었다. 그렇다면 단일 제품이 아닌 일체형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역량을 바탕으로 카메라, 녹화기를 비롯해 VMS까지 일체형 솔루션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이러한 일체형 서비스 공급은 고객사에게 운영의 편의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유지 보수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많은 보안업체들이 규모가 작고 한정된 분야에서만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기업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기업들은 다른 기업의 제품과 결합해 하나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호환성 문제나 유지 보수, 비용 문제 등이 발생하게 된다. 아이디스는 솔루션 형태로 모든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66개국에서 75개의 파트너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영업은 B2B처럼 마케팅은 B2C처럼 하자라는 생각으로, 고객 접점에 중요한 전시회 기획 및 참가, 홈페이지 개선, 파트너 포털 운영, 영업 지원을 위한 제작물 강화에도 초점을 두었다.

 

Q. 아이디스 브랜드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보안업계에는 금융권에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면 잘하는 회사라는 말이 있다. 금융권은 다른 산업 분야보다 규정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규정을 준수하며 안정적인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면 서비스 공급 업체의 역량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아이디스의 해외 고객사 중에는 금융권이 많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은행인 사우디 내셔널 뱅크(Saudi National Bank, SNB)의 IP 솔루션 구축 사업을 2018년에 수주해 2023년까지 총 2000개 지점에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 아이디스는 IP 카메라 약 2만 6500대, NVR 약 3500대, IDIS Solution Suite 약 7500채널 등을 공급하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3위 은행과의 계약 수주도 가시권에 있는 등 중동 시장에서의 시장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Q. 브랜드 사업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ODM 사업은 앞으로 계속 축소해 나갈 계획인가?

그렇지는 않다. 브랜드 사업 분야의 매출이 크게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ODM 사업의 매출도 크기 때문에 ODM 사업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ODM 사업의 비중이 큰 편이다. 다만, ODM 분야는 전략적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파트너들을 정리한 만큼 향후 계약 건은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 되는 사업이나 혹은 기술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의 열차 전문 업체와 ODM 계약을 맺었는데, 여기는 기술적으로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했다. 이처럼 우리가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파트너와의 협업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Q. 전반적으로 코로나19로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실적도 매우 좋다. 하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실적을 전망하고 있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동안 내실을 다지면서 실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019년에는 1119억 원의 연매출에 2.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510억 원의 연매출에 영업이익률을 9%까지 끌어올렸다. 올 상반기에도 87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작년 동기 대비 20% 성장세를 보였다. 연말까지는 약 20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실적만 따로 살펴보면, 2017년 439억 원이었던 해외 매출이 2019년 583억 원, 2020년 590억 원까지 성장했고,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409억 원을 달성해 연말까지 좋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향후 영상보안 시장은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나?

현재 영상 보안업계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 보안뿐만 아니라 빌딩 관리, 출입 통제 등이 포함된 ‘원스톱 솔루션’과 ‘사이버 보안’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아이디스는 기술력과 제품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인정받는 영상 보안 솔루션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났는데, 향후 다양한 분야로의 서비스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기반의 매장 분석 기술을 솔루션으로 함께 제공하고 있고, 해외 시장에서는 유니온커뮤니티와 교차 판매 방식으로 출입 통제 시장에도 발을 걸치고 있다.

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이버 보안 영역이다. 최근 수년 사이 미국에서 중국산 영상 보안 제품에 대한 보안 위협을 제기하며 중국산 보안 제품의 미국 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영상 보안 장치는 영상을 촬영하는 것뿐 아니라 저장과 분석으로 이어지며 방대한 개인 정보를 취급하기 때문에 영상 보안 영역에서의 사이버 보안은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아이디스 역시 자체적으로 개발한 사이버 보안 기술을 적용해 영상 데이터들을 누구보다 더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Q.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아이디스 해외사업본부장으로서 혹은 영상 보안업계인으로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8년 전 아이디스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때 CEO로부터 영감을 받아 아이디스라는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우뚝 세워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이제야 그 첫발을 내디뎠다고 자부한다. 사세가 확장하는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이렇게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1~2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제시하지 못하면 책임자를 교체해 버린다. 그만큼 단기적인 성장과 성과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탄한 내실을 가진 아이디스의 경우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내가 오랫동안 내실을 다지는 일에도 매진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인내의 시간이 이제 좋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옳은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이디스의 브랜드 인지도도 이제는 많이 알려졌다. 대중적으로 누구나 아는 브랜드까지는 아니지만, B2B 업계의 특성 상 관련 업계에서는 아이디스를 들어는 봤다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앞으로의 과제는 아이디스가 이 분야에서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면 그리 오래 걸리는 과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대중적인 브랜드 인지도 강화 활동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아이디스 브랜드를 업계인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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