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심장병 발병까지 예측...ETRI, AI 주치의 ‘닥터 AI’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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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 심장병 발병까지 예측...ETRI, AI 주치의 ‘닥터 AI’ 개발
  • 황민승 기자
  • 승인 2021.10.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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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별 의료지능 모아 90% 정확도로 환자 건강상태 예측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진찰의 필요성과 함께 의료 데이터를 학습해 환자를 분석·진단하는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미래에 발병할 질환의 예측이 가능한 AI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의료정보연구실 김승환 박사팀이 여러 병원에 구축된 의료지능을 통합해 환자의 현재 상태를 정밀 분석하고, 미래의 건강을 합리적으로 예측하는 AI 주치의 ‘닥터 AI(Dr. AI)’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의료지능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각 병원의 환자 진단기록인 전자의무기록(EMR)을 직접 통합해 환자별 의료 데이터를 수집·축적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법과 제도상 한계가 존재하는 실정이다.

이번에 ETRI가 개발한 닥터 AI는 EMR을 통합하는 대신 각 병원의 EMR 기반 의료지능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앙상블)을 채택했다. 민감한 정보에 직접 접근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기관의 의료 데이터를 공동활용하는 것이다. 간접적으로 기관별 의료정보를 빅데이터화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같은 닥터 AI에 환자의 현재 정보를 입력하면 각 기관의 의료지능이 개별 분석한 뒤 결과치를 통합, 오차를 조정해 최적 예측치를 선별한다. 또한 연구진은 정확도 제고를 위해 기관별로 다른 데이터를 학습한 의료지능과 협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렇게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 충남대병원과 함께 약 74만 명의 심혈관계 질환자 EMR을 이용해 예측 정확도를 90% 이상까지 확보했다.

닥터 AI의 핵심기술은 ▲앙상블 의료지능(기관별 예측 추세·오차 분석) ▲시계열 EMR 의료지능(예측 근거·건강상태 분석) ▲멀티모달 의료지능(의료 데이터 학습) 등이다.

ETRI 연구팀이 인공지능 주치의 '닥터 AI'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ETRI]
ETRI 연구팀이 인공지능 주치의 '닥터 AI'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ETRI]

이중 앙상블 의료지능은 어느 병원을 방문하든 닥터 AI가 구축된 전국 병원에서 가장 적합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의 미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 검진센터에서 진단하는 호흡계 만성질환을 닥터 AI를 통해 심혈관계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된 대형병원 의료지능을 활용하면 더욱 종합적이고 상세한 분석·예측이 가능해진다. 약 2년 뒤 심장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예측까지도 해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한 연구팀은 시계열 EMR 의료지능을 활용해 병원 방문 빈도, 검진 항목 등 분석 가중치와 집중도를 다르게 설계해 더욱 정밀하게 예측 가능토록 했다. 시계열 분석에 사용되는 의료 데이터는 환자의 불규칙한 방문 간격과 다양한 검사 종류 등 EMR 고유의 특징을 고려한 예측 방법이 필요한 데, 이번 기술을 통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

멀티모달 의료지능은 EMR 데이터 뿐 아니라 심장 CT 영상 데이터를 함께 학습·활용하기 때문에 심혈관질환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 맞춤형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다.

연구팀은 내년까지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의료기관을 확대하여 예측 정확도를 더욱 높이고, 암이나 당뇨병 등 다른 질병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닥터 AI의 상용화를 위해 내달 말까지 대아정보시스템과 연구소기업 창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핵심기술은 별도로 기술이전과 상용화를 진행 중에 있다. 아울러 진단 외에 최적 치료경로를 탐색하는 AI 개발도 연구 중에 있다.

닥터 AI 기술개발 책임자인 ETRI 최재훈 책임연구원은 “환자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풍부하지 않은 1, 2차 병원에 더해 대형병원도 환자군이 다른 병원의 의료지능을 동시에 활용해 협진과 같은 효과를 도출할 수 있다”며, “이로써 의료 수준의 상향 평준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서울아산병원과 대아정보시스템이 공동연구기관으로, 아주대병원과 울산대병원, 충남대병원 등이 위탁연구기관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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