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적 성과를 창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로드니 루오프 박사가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으로, 이번에 접힘과 적층이 없는 무결점 단결정 그래핀의 대면적 제작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그 혁신성과 중요성을 인정 받아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지난 8월 26일 게재됐다.
IBS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무결점 대면적 단결정 그래핀을 활용하면 소재의 위치나 방향과 상관없이 항상 동일한 효율을 내는 고성능 집적 회로 개발이 가능하다. 무결점 그래핀을 다른 2차원 재료와 함께 적층해 사용할 경우 지금까지 개발되지 않았던 놀라운 성능의 소자를 개발할 수 있어 전자, 광자, 기계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성능의 그래핀을 활용할 수 있이 열렸다는 설명이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처럼 육각형으로 나열된 2차원 물질이다. 얇고 투명하며 신축성이 뛰어난 데다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자 이동성이 빠르며, 다이아몬드와 유사하게 열전도성이 높은 물성 덕분에 이른바 꿈의 신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여러 층의 그래핀이 겹쳐진 ‘적층 구역’이나 주름진 ‘접힘 부분’이 존재했고, 이런 적층과 접힘은 그래핀의 기계적‧전기적 물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진은 지난 2019년 적층 없는 그래핀 제작까지는 성공했지만, 접힘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당시 연구진은 그래핀 제작에 기판으로 사용되는 시판 구리 호일에 함유된 탄소 불순물로 인해 그래핀에 적층이 생김을 규명하고, 적층 구역이 없는 대면적 그래핀 제작에 성공해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에 관련논문이 게재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래핀의 성장 후 냉각 과정에서 접힘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접힘이 일어나는 온도를 조사했고, 그 결과 ‘무결점 그래핀’ 제작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통상 그래핀은 1320K(1046.85℃) 이상의 고온에서 합성된 후 실온까지 냉각하는 데, 1030K(756.85℃) 이상의 온도에서 접힘이 형성 됨을 발견했다. 이에 접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1030K(756.85℃) 이하의 저온에서 그래핀을 성장시킨 결과, 냉각과정을 거쳐도 접힘과 적층이 없는 완벽한 ‘무결점 그래핀’을 합성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무결점 그래핀의 전하 이동도는 6~8000㎠/Vs로 실리콘에 비해 7배, 기존 그래핀에 비해 약 3배 높았다. 전하이동도가 높을수록 더 적은 전력으로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
연구진은 대량 생산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구리-니켈(Cu-Ni(111)) 호일을 기판으로 사용해 4×7㎠ 크기의 무결점 그래핀 5장을 동시 제조에 성공한 것이다. 또한 호일을 5번 재사용해도 중량 손실이 0.0001g에 불과해 호일을 무한정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그동안 최적의 그래핀을 합성하기 위한 기판 개발과 그래핀의 적층·접힘을 없애기 위한 연구 등 ‘무결점 그래핀’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해왔다”며, “이번 성과는 7년의 장기연구가 맺은 결실로, 향후 무결점 그래핀의 독특한 물성을 추가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