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의료용 동위원소 ‘지르코늄-89’ 생산장치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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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 의료용 동위원소 ‘지르코늄-89’ 생산장치 국산화
  • 황민승 기자
  • 승인 2021.08.0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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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 mCi 이상 99.9% 고순도 제품 생산...중국 등 해외 수출 추진
원자력연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 연구진. (왼쪽부터) 주진식 선임연구원, 최평석 연구원, 이준영 선임연구원, 박정훈 실장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연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 연구진. (왼쪽부터) 주진식 선임연구원, 최평석 연구원, 이준영 선임연구원, 박정훈 실장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차세대 의약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방사성 핵종인 ‘지르코늄-89(Zr-89)’의 자동화 생산장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국내시장의 안정 공급은 물론 해외수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원자력연은 첨단방사선연구소 박정훈 박사 연구팀이 지르코늄-89 옥살레이트와 클로라이드형태의 의약품 원료물질 2종을 동시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자동화 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의료용 동위원소인 지르코늄-89는 반감기가 3.3일로 몇 시간에 불과한 다른 동위원소들과 비교해 체내에 오래 머무를 수 있어 질병에 대한 더욱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때문에 암 진단, 면역치료, 나노물질의 체내 거동 확인 등 다양한 의학 분야에 활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번에 박정훈 박사팀은 화학분리공정을 최적화한 후 이에 맞춰 생산장치에 필요한 제어시스템, 핵종 분리 프로그램에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까지 자체 개발함으로써 지르코늄-89의 생산분리공정 자동화에 성공했다. 한 번의 버튼 조작으로 지르코늄-89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여기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탑재해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장비를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연구개발은 과기정통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개발된 원격제어 프로그램은 지난달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생산 자동화장치의 경우 방사성의약품 신약개발 전문회사 퓨쳐켐에 기술이전할 계획이다. 앞서 원자력연은 지난 2014년 퓨쳐켐과 동위원소 생산 상호협력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암이 발현된 쥐에 주입한 지르코늄-89 체내 영상. 지르코늄-89를 주사하면 암이 발현된 분위를 선명하게 진단할 수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암이 발현된 쥐에 주입한 지르코늄-89 체내 영상. 지르코늄-89를 주사하면 암이 발현된 분위를 선명하게 진단할 수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팀에 따르면 이 장치를 통해 생산한 지르코늄-89 옥살레이트, 클로라이드 등 두 제형 모두 99.9% 고순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하루 생산하는 양은 100 mCi(밀리퀴리) 이상으로, 20여 곳의 국내 대형병원과 연구기관에서 원하는 용량을 언제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자동화를 통해 매일 생산이 가능해 생산능력 확대가 가능한 덕분이다.

지르코늄-89는 체내 분포한 암조직을 영상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연구목적에 따라 옥살레이트 제형은 단백질이나 항체 기반 의약품 합성, 클로라이드 제형은 유기저분자와 나노물질 기반 의약품 합성에 쓰인다.

현재 연구팀은 생산한 지르코늄-89의 중국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아르헨티나, 태국, 마케도니아, 남아공의 경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지르코늄-89 생산시스템 자체의 도입을 요청하고 있어 지르코늄-89 이용 저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핵의학회 민정준 회장(전남대학교 교수)은 “이번 성과로 항체‧면역 영상과 실시간 약물 동태 영상 등 핵의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국내 인프라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 이남호 소장은 “지르코늄-89는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생산장치 국산화로 우리나라 방사선 산업의 주요 수출 품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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