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해·재난 현황과 안전 산업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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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해·재난 현황과 안전 산업 동향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07.1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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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 있을까?

인류가 집단을 이루고 생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다. 주변 환경의 위협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원시 부족 사회를 구성했고, 점차 다른 부족과의 교류를 통해 집단의 크기를 키워 나가 이제는 국가라는 거대한 생존 공동체를 구축했다. 그러므로 국가의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의무는 구성원들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과연 얼마나 국가 시스템의 보호를 받고 있을까? 또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어떠한 일들을 하고 있는지, 국내 안전 산업의 전반적인 현황을 정리해 봤다.

 

재해와 재난의 구분?

안전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을 살펴보기에 앞서, 재해와 재난에 대해 정리부터 하고 넘어가 보자. 재해와 재난이라는 단어는 비슷한 의미를 품고 있고 자주 혼용된다.

국어사전에서는 재해를 ‘재앙으로 말미암아 받는 피해. 지진, 태풍, 홍수, 가뭄, 해일, 화재, 전염병 따위에 의하여 받게 되는 피해를 이른다’고 풀이되어 있고, 재난은 ‘뜻밖에 일어난 재앙과 고난’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단순히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두 단어의 쓰임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인간의 사회적 생활과 인명, 재산이 이상 자연현상 등과 같은 외력에 의해 피해를 받았을 경우 이를 재해라고 하며, 재해를 유발시키는 원인을 재난’이라고 설명한다. 즉, 재난과 재해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재해 또는 재난이란 용어는 상당히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두 단어가 사용되는 문서를 살펴보면 특별한 구분 없이 혼용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련법을 살펴보면 ‘재난과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서는 재난을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며, 크게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하고 있다.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한파, 낙뢰, 가뭄, 폭염, 지진, 황사, 조류 대발생, 조수, 화산활동, 소행성·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충돌, 그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로 명시하고 있다.

사회재난은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항공사고 및 해상사고를 포함)·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와 국가 핵심 기반의 마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가축전염병의 확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피해까지 아우른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인 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으로 별도로 분리해 다루고 있다.

 

자연재난, 피해 최소화에 집중

자연재해는 천재지변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사람의 힘으로 막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마다 발생하는 태풍은 물론이거니와 발생 시 막대한 피해를 동반하는 지진, 화산 폭발 등은 인류의 기술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자연의 재앙이다. 그래서 자연재난에 대한 대응 방법은 발생 예방이 아닌 발생 시 피해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생하는 자연재해는 여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태풍에 의한 피해가 가장 크다. 태풍은 보통 열대지방의 바다 위에서 저기압이 막대한 수증기를 흡수해 형성되며, 먼 거리를 이동하며 강력한 바람과 많은 비로 피해를 발생시킨다.

태풍은 평균적으로 1년에 20~30개 정도 발생하며, 이 중에서 3~5개 정도가 우리나라를 관통한다.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태풍으로는 2002년에 발생한 ‘루사(RUSA)’가 5조 1479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고, 이어 2003년에도 매미(MAEMI)가 4조 2225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내며 2년 연속으로 큰 피해를 발생시켰다. 최근 10년간 태풍과 호우로 인한 재산 피해액이 연평균 3883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태풍 루사와 매미가 얼마나 큰 피해를 만들어 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는 최근 10년 중 자연재난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해였다.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 기간(중부 기준 54일)과 함께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 한 달 사이에 4개의 태풍이 연달아 우리나라를 지나가면서 강풍과 호우로 1조 2585억 원의 재산 피해와 4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의 연평균 피해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더욱이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6175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는데 이 역시 1976년 이후 역대 3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지난해 재산 피해가 많았던 이유는 오랜 장마와 더불어 집중 호우가 잦아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역이 많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기상청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온 현상이 심해지면 앞으로 지난해보다 더 큰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피해 복구에 소요되는 비용은 피해액의 두 배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발행하는 재해연보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연평균 3527억 원 규모였는데, 이를 복구하기 위해 연평균 8236억 원의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거대 운석의 충돌도 자연재해에 속한다.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거대 운석의 충돌도 자연재해에 속한다.

 

갈수록 증가하는 사회재난 사고

자연재해가 자연이 선사하는 막을 수 없는 재난이라면, 사회재난은 사람들의 실수 혹은 고의에 의해 발생하는 인적 재난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이 화재로, 2019년 재난연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발생한 산불은 모두 19건으로 3167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으며, 같은 기간 다중 밀집 시설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32건으로 3050억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화재 원인을 분석해 보면 산불의 경우 실수로 인한 화재가 19건 중 4건, 쓰레기 소각이 3건, 방화 추정 및 담뱃불에 의한 실화가 각 1건 등 사람의 부주의한 행동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중 밀집 시설 화재 역시 실수로 인한 화재가 20건이 넘었고, 방화도 5건이 있었다. 전체 화재 사고는 2019년 한 해에만 4만 건 이상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285명이 사망하고 8585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화재 외의 주요 재난 사고로는 해양 선박 사고가 10년간 16건, 사업장 대규모 인적 사고가 6건, 철도 대형 사고가 5건, 다중 밀집 건축물 붕괴 대형 사고가 4건 등이 발생했다. 이외에도 유해 화학 물질 유출 사고, 수질 오염, 초미세먼지, 가축 질병, 감염병 유행 등도 사회재난으로 분류되어 관리된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재난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산불의 경우 2010년부터 2016년까지는 아예 발생하지 않거나 1년에 1~2건 정도가 발생했지만, 2017년과 2018년 연속으로 4건씩의 산불이 발생했고, 2019년에는 8건으로 급증했다. 다중 밀집 시설 화재도 2017년 5건, 2018년 3건에서 2019년 1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전체 사회재난 발생 수도 2015년 7건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는 28건을 기록했다. 이처럼 전반적인 사회재난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은 우리의 사회 안전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거나 혹은 사람들의 안전 불감증이 위험한 수준에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가장 자주 접하는 안전사고인 교통사고의 경우 2019년 한 해에만 22만 9600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만 3349명에 이르렀다. 이는 10년간 사회재난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도 많은 수치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줄고 있다는 점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5천 명을 넘다가 2014년 처음으로 4천 명대로 낮아졌고, 2018년 다시 3천 명대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 발생 수는 연간 22만 건 전후로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운전자들의 안전 의식이 높아졌거나 자동차 및 교통 시설의 안전성이 강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초미세먼지는 사회재난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초미세먼지는 사회재난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국내 재난 안전 산업 현황

행정안전부는 매년 국내 재난 안전 산업의 현황을 조사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2월에 공개한 ‘2019년 기준 재난안전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안전 산업의 대략적인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단, 이 보고서에 산업 안전 분야는 빠져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에서 안전 분야의 사업을 하는 기업은 총 7만 1038개사로, 31%인 2만 2035개사가 사회재난 예방 산업을 하고 있으며, 비슷한 비율의 2만 2026개사가 재난 대응 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 복구 기업은 1만 302개로 14.5%, 기타 재난 관련 서비스업이 8792개로 12.4%, 자연재난 예방 기업은 7882개사로 11.1%를 차지해 사회재난에 비해 1/3 수준이었다. 재난 안전 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47조 3493억 원으로, 분야별 기업체 수와 마찬가지로 사회재난 예방, 재난 대응, 재난 복구, 기타 재난 서비스, 자연재난 예방 순으로 매출 규모가 컸다.

전체 매출 중 공공 기관에 판매되는 비중은 18.7%였으며, 판매 비중은 재난 복구 분야가 32.9%로 가장 높았다. 또한, 국내 안전 산업 매출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수출을 경험한 회사의 비율은 1.1%, 수출 규모도 5516억 원에 불과했다.

가장 활발히 수출되는 분야도 사회 안전 예방으로 전체 수출액의 54%를 차지했다. 자체 연구 시설을 갖추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기업은 전체의 2.4%인 1685개사에 불과했는데, 이러한 낮은 기술 개발 투자가 해외 경쟁력 약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전 산업의 구원 투수, IT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 재난 안전 분야 기업들의 기술 개발 투자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전 분야에 첨단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첨단 기술이 가장 먼저 투입되는 분야가 안전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 바 D.N.A로 불리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은 이미 안전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도시들이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도 기본은 첨단 기술 기반의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시스템 구축이다. 서두의 국가의 기본 목적이 구성원의 안전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도시 역시 시민들이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안전 분야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IT 분야는 영상보안이다. 위협을 가장 빨리 발견하는 방법은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며, CCTV는 사람이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도시 곳곳의 사각지대까지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자체마다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해 CCTV 기반의 통합 안전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통합관제센터는 단순히 CCTV 모니터링만 하는 곳이 아니라, 재난 컨트롤 타워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를 위해 CCTV는 물론이고 도시 곳곳에 다양한 센서들을 설치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경찰·소방·의료 기관과 연계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다양한 첨단 IT가 접목돼 안전한 도시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IT는 건설이나 제조 현장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오차가 적은 근거리 네트워크 UWD(UltraꠓWideband, 초광대역)를 활용한 접근 경보는 이미 실제 작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무게나 기울기를 감지하는 센서, 드론을 활용한 감시 및 검사 등 다양한 방면에서 IT가 도입되고 있다.

특히, 갈수록 증가하는 사회재난은 사람의 부주의가 원인인 경우가 대다수인데, IT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며 사고 발생의 원인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이처럼 IT는 우리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들 뿐 아니라 더 안전하게 만들어 주는 재난 안전 산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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