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방사능도 이기는 ‘슈퍼 센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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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방사능도 이기는 ‘슈퍼 센서’ 개발
  • 황민승 기자
  • 승인 2021.06.0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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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연속 노출돼도 온도·압력 측정 OK

국내 연구진이 방사능에도 끄떡 없는 플렉시블 복합소재 기반 센서 개발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원전 내부의 내방사선 압력·온도센서 개발은 물론 납으로 된 기존의 무거운 보호복을 센서 하나로 대체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그래핀, 맥신(MXene), 고분자수지(Ecoflex)를 조합한 복합소재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내방사선 압력-온도 복합센서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라듐, 우라늄, 토륨, 폴로늄 등 원소들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이때 원소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방사선이 나온다. 방사선은 투과력이 매우 높아 전자장치의 고장을 야기하거나 오작동을 일으키고 인체에 노출되면 생체조직에 해를 끼치는 피폭이 일어나게 된다.

기존 원전 장비는 주로 반도체 소재로 센서를 만든 뒤, 방사선이 뚫지 못하는 납으로 차폐하여 보호한다. 관련 시설에 출입하는 인원이 입는 보호복도 대부분 납으로 만들어진다. 그만큼 설비 무게와 부피가 커지고 보호복 역시 너무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고에너지 방사선에 노출되도 물리적, 화학적 변화가 없으면서도 압력과 온도를 모두 측정할 수 있는 복합센서를 개발했다. 또한 정읍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의 실험을 통해 우수한 성능을 입증하는 데도 성공했다.

실험에서는 사람이 노출되면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능 강도로 소재를 테스트했다. 그렇게 무려 24시간 동안 코발트-60으로부터 감마선 20kGy를 조사했을 때에도 소재에 변화나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번에 개발된 센서는 유연한 필름 형태다. 무게가 가볍고 넓은 면적과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덕분에 의복 형태로 만들어 원전이나 병원의 방사선 노출 구역 등에서 사용하는 무거운 납 보호복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체를 감지하는 센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무게에 따라 드는 힘의 차이, 딱딱한 정도에 따라 움켜쥐는 압력 차이, 액체의 온도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센서 민감도가 높다는 것도 확인했다. 덕분에 의수는 물론, 사람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방사선 노출이 심한 극한 환경에 투입돼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이 소재는 방사선 차단은 물론 고주파수 전자기파 차폐 효과도 뛰어나 5G 통신용 전자장치나 자율주행자동차의 레이더 시스템, 항공우주산업 분야 등에서도 쓰임새가 높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현재 이 기술은 국내 및 미국 특허 등록이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소재와 센서 업체 등에 곧바로 기술이전이 가능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만큼 2년 내로 관련 제품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TRI 나노전자원소자연구실 최춘기 박사는 “뛰어난 차폐 성능을 활용해 방사선이나 전자파 노출이 많은 환경에서 안전하면서도 편리한 작업이나 전자장치 작동을 쉽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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