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마트도시와 블록체인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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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마트도시와 블록체인의 만남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03.29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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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석현 | 스마트도시블록체인포럼(SBF) 기술위원장, 리얼티뱅크 신사업전략부문 대표]

스마트도시에 대한 이해

정석현 SBF 기술위원장

스마트폰이 모바일 시장을 혁신하고 난 이후, 아마도 스마트(Smart)라는 접두어는 거의 모든 새로운 서비스를 지칭하는 말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스마트라는 개념을 ‘똑똑하다’라는 사전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살펴보면, 정보 기술에 힘입어 기존에 없던 본연의 기능을 뛰어넘는(Beyond) 새로운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폰(전화기)의 주요 기능이 통화였다면 스마트폰은 정보 통신 기술로 연결되어 사진 촬영, 영화 관람, 게임 등 기존에 할 수 없었던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비로소 지능화되고 스마트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마트카는 기존의 이동 수단이었던 자동차가 정보 기술을 활용하여 집, 사무실, 도시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기존의 주행 기능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도시의 정의도 이와 유사하게 정보 기술과 네트워크의 연결을 통해 기존 도시의 전통적인 기능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줄 때 비로소 스마트도시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전통적인 도시가 제공하는 본연에 기능을 뛰어넘어 이러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도시가 생산하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들에 대한 스마트한 관찰과 분석, 그리고 이를 통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IT 측면에서 보자면 스마트한 관찰을 위해서는 사물인터넷(IoT)과 5G 및 클라우드 기술이, 스마트한 분석에는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될 수 있으며, 스마트한 제어와 개선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거버넌스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각 단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역시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이 데이터들을 신뢰할 수 없고 제어 영역이 손쉽게 해킹된다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기초적인 토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데이터의 흐름에 보안과 신뢰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도시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생각된다. 또한 사람과 사람과의 거래에서 화폐가 필요하듯 스마트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물끼리 상호 연결되어 제어하고 운용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과 스마트 컨트랙트의 필요성 또한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윗에서 “돌이켜보면 그것은 불가피했다(In retrospect, it was inevitable)”라고 밝힌 배경에는 자율주행차량에서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의 사용이 불가피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에서는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에 관련 법률(약칭 스마트도시법)’을 최근 개정해 스마트도시를 4차 산업혁명 시대 종합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한국형 그린뉴딜과 연계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의 흐름에 대비하고 있다. 이 법률에서는 스마트도시를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하여 건설·정보 통신 기술 등을 융·복합하여 건설된 도시 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스마트도시의 목적이 ‘도시의 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고 정의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보 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데이터 분석을 통한 통찰과 시민의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는 과정이 도시를 물리적으로 설계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데이터 수집과 공유를 위한 블록체인의 활용

도시 전체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알리바바, 구글을 비롯한 전통적인 플랫폼 회사들이 도시가 생산하는 다양한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며, 정부 역시 이러한 큰 플랫폼 회사와의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데이터를 특정 기업 위주로 수집하게 된다면 플랫폼의 종속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블록체인의 개방형 분산 데이터 플랫폼의 중요성이 생긴다. 데이터 연합을 통해 공공과 민간,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게 되면 데이터의 집중에 따른 플랫폼 종속을 막을 수 있다. 이미 앞선 칼럼에서 소개했듯이 유럽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이아엑스, 데이터 연합 프로젝트가 그 사례다.

데이터는 더 이상 특정 회사나 타인의 소유가 아니다. 개방하고 공유할수록 데이터의 가치와 신뢰는 높아진다. 이것이 블록체인의 기본 철학이다.

 

기기 간의 계약과 거래에 있어 블록체인의 활용

스마트도시에서는 자동차, 도로, 신호등, 상하수도 기기, 빌딩 내 다양한 기기 등 수많은 사물들이 상호 연결되어 데이터를 공유한다. 이러한 기기 간 데이터 연동에 있어서 블록체인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사물 간 지급 결제(M2M Payment), 사물 보안(Security of Things) 그리고 자동화 과정이다.

가상자산은 퍼스널 모빌리티 차량 공유, 수요 응답형 모빌리티, 스마트 주차 등의 서비스에서는 소액 단위의 결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IoT 기기와 결합한 초단기보험, 에너지 거래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물 간 지급 결제를 통해 도시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안, 안전에 대한 이슈는 중재자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해결되어 왔으나, IoT 기기 특성상 이러한 방식으로는 비용과 신뢰 측면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클라이언트 서버 구조로는 수십억 개의 사물 간의 연결을 현실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블록체인 기술은 중재자 없이도 신뢰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에 IoT와 블록체인 기술의 융합은 필수적인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블록체인에서 제공하는 스마트 계약 기술은 기기 간의 자동화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더블체인(Doublechain)과 립체인(ReapChain)과 같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사물인터넷의 인증 및 보안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더블체인의 IoT 보안 솔루션(출처: 더블체인 홈페이지)
더블체인의 IoT 보안 솔루션(출처: 더블체인 홈페이지)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을 활용하게 된다면 시민들은 환경, 기부 등의 거래 내역을 언제든 투명하게 열람해 볼 수 있으며, 이는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하고 신뢰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펀딩 및 보조금 내역에 대한 세부적인 운용 내역, 지방 자치 단체의 예산 결정, 새로운 세금 등 시민에게 공개해야 하는 정보는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앱을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

 

참여형 시민 서비스 보상에 블록체인의 활용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음식물 쓰레기나 쓰레기 처리 비용을 토큰으로 발행해서 쓰레기를 적게 버린 가정에게 토큰으로 보상하고 이 토큰으로 쓰레기 봉투를 살 수 있게 해 줄 수도 있다. 도시를 좀 더 쾌적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데 협조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공평하게 보상을 제공할 수 있으며, 각 지역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를 활용하여 투명하게 운영할 수도 있다.

이미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서도 블록체인 기반 공공 안전 영상 제보 서비스를 구축해, 제보한 시민에게 디지털 바우처 형태의 가상자산을 지급하고,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활용해 재난 및 사고, 사고 예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실증 실험하고 있다.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사업(출처: 코인플러그 홈페이지)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사업(출처: 코인플러그 홈페이지)

 

개인의 데이터 권리 보장에 블록체인의 활용

스마트 도시 내에서 본인이 누구인지를 증명하고자 할 때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신원증명(DID: Decentralized Identity)을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도시가 제공하는 수많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본인이 누구임을 안전하게 증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인증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한 보안 측면에서도 서버 기반의 인증은 해킹을 당할 경우 사회적으로 매우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DID 기술은 블록체인을 활용함으로써 탈중앙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신원 확인은 주로 중앙화된 시스템에 의해 특정 플랫폼 사업자가 개인의 신원 인증 정보를 독점하고 있었다.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과 미국의 소비자 프라이버시 권리장전은 개인정보에 대한 주체의 권한 강화를 통해 개인의 데이터를 개인이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DID는 스마트도시 신원 인증과 개인의 데이터 권리 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라온시큐어를 중심으로 한 DID얼라이언스, 아이콘루프의 마이아이디, SK텔레콤 주도의 이니셜D 등이 시범 사업과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에 대한 숨겨진 니즈 및 컨텍스트 파악을 위한 연구 필요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위해 유럽에서는 데이터 연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 관계가 얽힌 플랫폼 기업을 비롯해 많은 시장 참여자들을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데이터 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숨은 니즈를 찾아내고 시민에게 직접 어필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꾸준히 발굴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도시의 시나리오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시민들이 참여하고 산업 도메인 전문가, IT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도시의 기능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이미 스마트시티코리아를 발족해 다양한 정책 수립과 함께 스마트 챌린지, 스마트도시 규제특례제도 등을 준비해 놓고 있으며, 중앙정부, 지자체, 학계, 산업계가 참여하는 융합 얼라이언스를 아우르는 거버넌스를 수립, 운영하고 있다.

많은 것들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도 제한적이고 발걸음은 더디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시장 참여자들이 함께 모여 스마트도시와 블록체인의 융합 시나리오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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