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산업재해 논란, 근본적인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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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반복되는 산업재해 논란, 근본적인 대책 마련 시급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03.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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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산업재해 방지책 될 수 있을까?

조사 기관이나 기준 지표에 따라 순위에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사회 안전망이나 치안 수준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산업 분야 안전에 있어서 만큼은 낙제점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최근에는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들마저 나서서 이러한 불명예스러운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지만, 단시간의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두고 기업들과 노동계 모두 반발하고 있고, 산업 현장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로 인한 근로자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우리나라 산업 안전의 현황을 둘러보고, 어떠한 개선책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획을 준비했다.

 

OECD 산업재해 사망률 1위의 불명예?

국내에서 각종 국제 지표를 알아볼 때 자주 인용하는 자료 중 하나가 바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율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을 언급할 때 역시 OECD 통계 자료는 빠지지 않는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회원국 중 1위다. 이 지표는 2010년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발간한 ‘OECD 국가의 산업재해 및 사회·경제활동 지표변화에 관한 비교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처음 언급됐다.

이 보고서는 서두에서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이하 ILO)의 통계 자료를 인용해 OECD 회원국들의 산업재해 통계 산출 방법을 파악했으며, 연구 시점 기준으로 최근 5년간의 산업재해 지표를 비교 분석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부록을 통해 1975년부터 2006년까지 나라별 사고 사망률을 비교해 두었는데, 이 자료에서 우리나라는 모든 연도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 10만 명당 사망자를 나타내는 10만인율을 살펴보면 1975년에는 무려 54.79명에 이르렀고, 점차 비율이 줄면서 2006년 20.99명까지 하락했다. 2006년 기준으로 산업재해 사망률 2위인 멕시코의 10만인율이 10명이니,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률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이후에도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 사망자는 꾸준히 줄어들어 2010년대 중반에는 10명 남짓의 10만인율 기록했지만, 이 역시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여전히 1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많다. 나라마다 노동 인구를 산정하는 기준과 조사 시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국가 간 비교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보고서에서도 국가 간 불일치한 현황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산업재해로 인한 국내 노동자의 사망률이 높다는 데에는 대체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국내 연도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10만인율

 

다시 증가하고 있는 산업재해 사망자 수

우리나라는 1987년 12월 9일,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증진하고 재해 예방 활동을 위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설립 당시 명칭은 한국산업안전공단)을 설립했다. 공단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국내 산업재해 분석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국내 산업재해 사망자는 완만하게 감소하다가 최근 3년 사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를 살펴보면, 앞서 살펴본 것처럼 ILO에 보고된 2006년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10만 명당 약 21명 수준으로, 실제 보고된 사망자 수는 2454명이었다. 이 중에서 산업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1332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이후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조금씩 줄어 2010년이 되어서야 1931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천 명대로 진입했다.

하지만 2016년 1777명까지 떨어졌던 사망자 수는 이듬해 다시 증가해 2018년부터 2천 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하루에 5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고 있는 산업재해 사고는 극히 일부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최근 10년간 국내 산업재해 사망자 통계
최근 10년간 국내 산업재해 사망자 통계

한 가지 살펴봐야 할 것은 산업재해로 인한 전체 사망자는 소폭 증가한 데 반해, 산업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신 뇌·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과로사 등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한 간접적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2019년 뇌·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503명으로 집계돼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의 1/4에 이르렀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비접촉/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고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택배 등 물류 배송 노동자가 과도한 업무로 급사하는 사고가 이미 여러 번 보도된 바 있다.

2019년 산업재해 사망자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건설업이 5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 492명, 광업 406명 순으로, 이 세 산업에서만 전체 사망자의 75%가 발생했다. 건설업, 제조업, 광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해 온 전통적인 산업 분야지만, 여전히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한편, 산업재해 발생 건수 역시 2018년 처음으로 10만 건을 넘어서며 최근 들어 증가 추세에 있는데, 이는 전체 노동자 수가 증가함에 따른 현상으로 봐야한다.

 

산업 안전을 위한 정책 현황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라마다 산업재해를 통계 내는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문제가 상대적으로 심각하다는 것은 노동자, 정부, 재계 모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접적으로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노동자들은 더 강력한 규제와 안전 장치 의무화 법안을 요구하고 있고, 재계는 산업 안전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수익성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려 하지 않고 있다. 정작 노동자의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마저 노동자와 기업 사이에서 눈치만 보기 급급한 모습이다.

더욱이 친 기업 정책을 펼쳤던 이전 정부와 달리 노동자의 편에 서겠다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산업재해와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결국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혁신을 주문하며, 인력과 예산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 어떤 식으로 산업 현장의 안전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부처별로 점검과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만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1월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도 논란이 뜨겁다. 기존에 산업재해와 관련한 처벌은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를 두고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처벌 기준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다 2018년 12월 故김용균씨 사망 사고를 계기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기업의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의 책임을 묻는데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경쟁이 펼쳐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계와 재계, 그리고 정부의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올해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월 26일 공포됨으로써 1년 후인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주요 내용을 산업안전보건법과 비교해 보면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 대상을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로 명시하고, 처벌 수위를 강화해 더욱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재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 예방보다는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1년 이상 징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무거운 징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재해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경영자에게만 묻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이며, 하청 업체의 안전 환경까지 24시간 감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항변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예외 조항이 사실상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사각지대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중대시민재해와 관련해서는 상시 근로자 10인 이하 소상공인, 다중이용업소 바닥 면적 1000㎡ 이하 업소도 적용받지 않는다. 이러한 예외 조항으로 인해 사실상 노동 환경이 가장 열악한 대부분의 소상공인과 영세 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가게 된 셈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법인을 5인 미만으로 쪼개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질적 산업 안전 시스템 구축 필요

지난 2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산업재해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대표 9명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대상 기업은 현대건설, 지에스(GS)건설, 포스코, 포스코건설, 엘지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쿠팡, 씨제이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다수 발생한 곳들이다. 이들 9개 기업에서 지난 5년 동안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103명이다.

하지만 청문회에 참석한 기업 대표들은 진심 어린 사과나 재발 방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앞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들에게도 보상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을 내놓아 빈축을 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산업재해율은 오히려 OECD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율은 OECD 회원국 31개 나라 중에 24번째로, OECD 평균보다 한참 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표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산업재해 자체는 적게 발생하지만, 매번 큰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의 사망률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상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수많은 사고들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묻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도 이러한 대기업들의 자세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됐든 우여곡절 끝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고, 1년 후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제는 중대재해에 의한 사망 사고 발생 시 기업 대표가 징역을 살게 될 수도 있으니, 지금까지보다는 좀더 철저하게 현장 안전에 대해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대기업들이 올 1년 동안 사업장의 안전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고 운용하는 지가 향후 국내의 산업안전 시스템 구축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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