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국 드론 택시 ‘이항216’, 안전성 검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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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국 드론 택시 ‘이항216’, 안전성 검증은?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1.02.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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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보고서로 촉발된 중국산 드론 논란, 아직은 갈 길 먼 K-드론시스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외 주식 시장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이른바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는 물론이고, 기관들 역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큰 관심을 끌었던 미국의 게임 유통 회사 게임스탑의 주식은 연초 20달러 미만이었던 주가가 보름 사이 17배가 넘는 34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보름 만에 50달러로 폭락하는 등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한 등락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을 혼돈에 빠트리기도 했다.

게임스탑 주식이 이렇게 요동친 배경에는 공매도로 이득을 보려는 세력과 여기에 불만을 갖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의 대립, 그리고 이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노린 또 다른 세력의 개입이 있었다. 그동안 공매도에 대한 여러 논란이 게임스탑을 불씨 삼아 연초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군 셈이다.

그런데 최근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중국 기업 이항(EHang)을 둘러싸고 공매도로 인한 논란이 다시 한번 점화되고 있다.

 

천국에서 나락으로, 공매도 보고서가 가져온 파장

이항은 2014년에 설립된 무인 항공기(드론) 기업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형 드론이 아닌, 사림이나 물건을 운송할 수 있는 대형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본사는 중국 광저우시에 있으며, 2019년 12월에 나스닥에 상장됐다.

나스닥 상장 이후 이항의 주가는 큰 변동 없이 10달러 전후에서 유지돼 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오름세를 타다가 지난 1월 폭등하며 9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항 주가가 폭등한 이유로는 차세대 운송 수단으로 드론을 이용한 교통과 물류가 주목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항의 주가는 90달러를 기록한 이후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이다가 2월 들어 다시 기세를 타 2월 12일에는 124달러까지 오르며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약 두 달 반 만에 주가가 10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두 달 남짓 사이 급등한 이항의 주가
두 달 남짓 사이 급등한 이항의 주가

그러나 이항에 대한 기대감은 2월 16일 글로벌 투자 기업 울프팩 리서치(Wolfpack Research)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울프팩 리서치는 공매도에 특화된 투자 기관으로, 투자 기업에 대한 자체 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제공하고 있다.

울프팩 리서치는 이항에 대한 공매도 보고서를 통해 이항의 매출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이항의 광저우 공장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며, 미국·캐나다·유럽 등에서 승인 받은 인증 등이 이항이 주장하는 승객 수송에 대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후 이항의 주가는 하루 만에 60% 이상이 빠지며 46달러까지 폭락했다. 문제는 이항의 주식이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 종목 중 하나라는 데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항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 기업 투자 순위에서 10위 안에 들어가며, 투자 금액은 약 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만에 63%가 빠지며 급락한 이항의 주가
하루 만에 63%가 빠지며 급락한 이항의 주가

 

서울시가 선택한 드론?

사실 이항은 이번 주가 논란이 터지기 전만 해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들이 이행에 집중 투자한 이유는 서울시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지난 11월 11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도심항공교통의 미래와 K-드론관제시스템 개발 등과 관련한 실증 행사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날 실증 행사에서는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2인승 드론에 80kg 무게의 쌀 포대를 싣고 여의도와 한강 상공을 7분 동안 비행하고 무사히 착륙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때 실증에 사용된 드론이 이항의 216모델(EH216)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이항216 드론의 사양을 살펴보면 폭 6.61m, 높이 1.77m 크기에, 최대 적재 중량 220kg, 최대 시속 130km, 최대 고도 3000m, 최대 중량 탑재 시 35km를 날아갈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이항의 승객 운송용 드론 EH216
이항의 승객 운송용 드론 EH216 (사진: 이항 홈페이지)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실제 이항216의 성능이 과장되었으며, 이항에 사용되는 부품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항216과 같은 승객 수송용 항공기에는 항공우주용 모터가 장착돼야 하지만, 이항216에는 취미용 제품에 사용되는 모터가 장착됐다는 것이다. 항공우주용 모터와 취미 제품용 모터는 성능과 안정성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탑승한 승객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또한, 이항의 배터리 기술 역시 수준이 낮아 최대 비행시간은 30분 정도에 불과하며, 착륙과 이륙에 걸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드론이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 남짓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주장이 이항과 계약을 맺은 유통사 직원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유통사 상하이 쿤샹(Shanghai Kunxiang, 이하 쿤샹)은 2019년 2월 이항과 4억 5천만 위안 규모의 드론 구매 계약을 맺었는데, 이 회사는 계약 체결 9일 전에 설립됐다. 더욱이 사무실로 등록된 3개의 주소 중 하나는 호텔이었고, 다른 하나는 11층 건물의 13층으로 기재돼 있었다.

그나마 남은 하나의 주소지에서는 한 명의 직원이 있긴 했는데, 해당 직원은 이항216이 구형 모델이며 온갖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쿤샹은 이항의 유통사이면서 동시에 자체 드론을 생산/판매하는 경쟁사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어떻게 이항216으로 실증행사를 진행하게 됐을까?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도심항공교통 실증행사를 준비하면서 총 6개 제조사의 드론 제품을 두고 심사를 거쳤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 유력하게 검토했던 독일 제조사의 제품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심사에서 빠지면서 선택지는 5곳으로 줄었고, 그 중에서 유일하게 비행 시연을 보여준 곳이 이항이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증 행사에 사용된 실제 EH216의 모습
실증 행사에 사용된 실제 EH216의 모습

물론, 가격적인 면도 고려됐다. 실증행사에 책정된 전체 예산은 17억 원이었는데, 이항216 모델이 가장 저렴한 3억 5200만 원이었고, 다른 회사의 모델은 2~3배 비쌌다고 한다. 어쨌든 이렇게 선정된 이항216이 무사히 비행을 하면서 새로운 투자 종목을 찾는 투자자들의 눈에 띄었고, 이항은 국내 투자자들의 주요 해외 투자 대상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항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에 정부와 서울시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는데, 투자는 어디까지나 투자자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결과 역시 투자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투자자들이 이항으로 이득을 봤다고 해서 세금을 더 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깊어진 중국산 드론에 대한 불신감

아직 이번 사태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이항은 울프팩 리서치의 보고서가 많은 사실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으며, 조만간 자세한 반박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항의 발표가 있은 후, 주가는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 77달러까지 오른 상황이다. 등락 %로만 따지면 하루 사이 63%가 빠지고 다음날 다시 67%가 오른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의혹 제기로 인해 중국산 드론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가 크게 훼손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워 전 세계 드론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갔다. 세계 1위 드론 기업인 중국 DJI의 기업 가치는 1600억 위안(약 27조 5천억 원)에 이르며, 시장 조사 기관에 따르면 2019년 미국에서 판매된 드론의 76.8%가 DJI의 제품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중국산 드론이 빠르게 전 세계 하늘을 점거하면서 중국산 드론에 대한 인식도 점차 좋아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 울프팩 리서치의 보고서는 중국 드론 기업의 기술력에 다시 한번 의문점을 갖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닛케이가 전문가와 함께 DJI의 드론을 분석한 결과 전체 부품의 80%가 완제품을 갖다 썼으며, 그중에서도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통신 반도체, 전원부 반도체 등은 미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해당 분석에서 DJI 자체 기술력 역시 우수하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일부 핵심 분야에서는 미국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항216 역시 회사측의 해명을 들어봐야 하겠지만, 울프팩 리서치 보고서가 지적한 성능 문제가 사실이라면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교통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국산 드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항216을 사용한 실증 행사의 목적이 단순히 드론을 시연하기 위한 행사가 아닌, K-드론시스템의 전반적인 운영 점검에 무게를 두었던 만큼 소기의 성과는 거두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실증 행사에서는 다행히 사고 없이 비행을 끝마쳤지만, 사실상 7분간의 짧은 비행으로는 도심항공교통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하기에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다음 실증 행사가 언제 또 이루어질지 지금으로선 불투명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국산 드론을 사용해 실증 행사가 이루어지길 희망해 본다.

한편, 서울시가 구입한 이항216은 현재 한국항공대학교교육원 무상 대여 중으로, 도심항공교통 전문가 양성 과정에 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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